<아수라> 헤어나올 수 없는 지옥도
한마루 2016.09.30 00:53:26
"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네요 "
< ▲ 온갖 비리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박성배'(황정민) 안남 시장 >
<아수라>는 어떤 영화인가? <아수라>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영어 완전 정복>, <감기>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신작으로 특히 김성수 감독은 언급한 작품들 중 <영어 완전 정복>과 <감기>를 제외한 세 작품에서 정우성과 함께 호흡을 맞췄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네번째 함께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정우성뿐 아니라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의 멀티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는 작품 <아수라>입니다.
▣ 누구나 취할 수 밖에 없는 돈과 권력의 맛
그렇게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올 수 없게 되고..
< ▲ 안남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충실한 개가 되어 있었던 타락한 경찰 '한도경'(정우성) >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과 신의 혼혈인 반신 '아수라'. 그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귀신이자 인드라와 같은 신에 대적하는 악한 무리로 묘사되곤 하는데 이런 '아수라'를 제목으로 취하고 있는 영화는 누구나 취할 수 밖에 없을 '돈과 권력의 맛'에서 비롯되는, 암울하고 잔인한 현실을 스크린 위에 펼쳐놓고 있습니다.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올 수가 없었던 짜릿한 돈과 권력의 맛, 때문에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늦은 후일 수 밖에 없었던 잔인한 현실을 영화는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
점점 더 악화일로로만 치닫는 상황들과 그 속에서 조금씩 파멸을 향해가는 이들이란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을 최악의 '지옥도'를 펼쳐놓고 있는 영화 <아수라>. 그 처절한 아귀다툼을 통해 영화는 언젠가부터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돈'이 되어 있고 그 돈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생명은 하찮은 것에 불과할 뿐이며 또 그 돈을 위해 권력을 악용하고 있는 부도덕한 지도층의 모습등을 담아내면서 그 속에 우리 사회의 지독하게 어두운 단면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수라>의 이야기는 <신세계>, <베테랑>, <내부자들> 등등의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하지만 이야기의 분위기는 훨씬 지독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 빠져나오고 싶지만 발버둥칠 수록 더 깊이 빠져들기만 하는데..
다만 그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한도경'에게 너무 많은 짐을 맡기고 있습니다
< ▲ 영화가 담아내는 이야기처럼 영화의 전체적인 톤 역시 위 사진들처럼 굉장히 어둡습니다. >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한도경'(정우성) 형사가 살고 있었던 그 잔인한 세상, 아마도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테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일로 인해 너무 깊숙하게 빠져버려 이제는 헤어나올 수가 없게 되어버린 그 세상, 그럼에도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치지만 그럴 수록 더 깊이 빠져들기만 하는 절망적인 세상. <아수라>는 그런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발버둥치는 한도경 형사와 그를 가운데 놓고 각각의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의 대립이 주가 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대립은 '부도덕한 시장'과 이를 잡으려는 '검사'라고 압축할 수 있는데 이런 구도이지만 영화는 '한도경' 캐릭터에게만 너무 많은 짐을 맡기고 있는 것만 같은 모습입니다. 그들만의 놀이판 속 언제 죽을지 모르는 말이 되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던 한도경, 물론 헤어나올 수 없는 지옥도에 빠져버린 절망적인 인간군상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캐릭터에 비중이 많이 주어질 수 밖에 없는 영화의 구조이긴 했었지만 그래도 온전히 그에게만 많은 상황들이 맡겨지다보니 다양한 인물들이 연루되고 있었던 사건들의 연결은 허술해졌고 그런 상황 속에서 인물들 사이의 관계 형성 역시 헐겁게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에서 구멍이 보이다보니 종국에 이르러 비극의 정서가 가득 깔리던 그 장면들 역시 크게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요.
▣ 그저 피튀기고 욕 많이 나오는 영화였을뿐, 다소 아쉬움이 남는 <아수라>
그래도 역설적인 음악의 활용과 영화의 촬영만큼은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 ▲ 카메라 앵글이 제법 인상적이었던 카체이싱 장면 >
때문에 굉장히 하드보일드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 <아수라>였습니다만 아쉽게도 그 표현의 수위만 그렇게 보였을 뿐 영화가 담아내는 이야기는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예전 <강남 1985>와 같은 작품을 봤을 때도 느꼈었지만 그 표현의 수위가 거칠고 인물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대사들이 날 선 것이라고 해도 이를 지탱하는 이야기가 탄탄하지 못하면 그저 '피튀기고 욕 많이 나오는 영화' 정도로만 느껴지고 느와르인척 흉내만 내고 있는 영화로만 보일 뿐인 것인데 이번 작품 <아수라>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죠.
게다가 온전한 '악인'으로 등장하는 황정민 배우의 경우에는 많이 익숙한 모습의 반복처럼만 보이면서도 몇몇 장면의 대사들은 어색함이 느껴지고, 본래는 선한 인물인듯 했지만 악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한도경 역시 그래서 그런지 '욕'을 하는 장면들에선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이며 다소 급격한 변화를 겪는 '문선모'(주지훈) 역시 설명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나마 '김차인 검사'를 연기한 곽도원 배우가 제일 돋보이는 영화였다고나 할까요? 다만 많은 작품들에서 활용하는 - 최근 밀정도 그러했었죠 - 역설적인 음악들의 활용은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고 특히 이모개 촬영 감독의 촬영이 돋보이는 영화 <아수라>였습니다. 그 비가 오는 장면에서 질주하던 두 차량의 체이싱을 쫓던 카메라의 앵글은 제법 인상적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