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더 미드와이프]
로웰 2016.09.08 19:50:26
조산사가 주인공인 소설은 아마 이 소설이 처음이지 싶다. (그간 내가 접한 책을 기준으로.)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저자 말대로 조산사는 그간 잠깐 등장하는 조연으로나 만나봤지, 이렇게 제대로 만나볼 기회는 없었다. 예전엔 의사나 간호사보다도 출산에 관해선 조산사의 역할이 그 누구보다 컷고, 숨겨진 수많은 에피소드 또한 많을텐데 그녀들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든건 왜일까? 이 책을 만나고보니 그제야 이런 의문이 들었다. 또한 우리나라도 예전엔 많은 산파들이 활동했을텐데, 역시나 조연 혹은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산파말고는 본 적이 없다. 출산은 전적으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까? 따로 기록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우리나라 산파들의 이야기도 만나봤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실화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고 더 흥미로웠다. 주인공 제니 리는 1950년대에 세인트 레이먼드의 조산사로 빈민 지역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인 런던 도클랜드의 빈민가에서 활약을 했다. 이 시기엔 의대생들이 조산사로부터 임상 실습 교육을 받았고, 각 지역의 보건의사도 조산사들이 교육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9세기 후반까지 의사는 모두 남자였고, 남자는 분만 현장에 있을 수 없었기에 출산에는 반드시 조산사가 필요했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조산사라면 금상첨화지만, 비전문가인 산파들도 많았기에 그만큼 사망률이 높은 때이기도 했다. 때문에 제대로 산전검사를 받기 힘들고, 출산 중 신생아와 산모의 사망 확률이 높았던 빈민가 사람들에게 세인트 레이먼드의 조산사들은 그야말로 하늘의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책에서 만난 임산부들의 이야기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 시기만해도 임신에 미치는 담배의 영향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많은 임산부들이 임신중에도 수유중에도 아이들을 케어할때도 담배를 피었다. 게다가 그들은 하나같이 살림의 여왕들이었다. 아이들을 대여섯명 낳는 것이 기본이라는 듯이 참 많은 출산을 했던 그 시절의 여성들은 좁은 집안에서 아이들을 키워냈고, 세탁기도 없고 심지어 공용 화장실, 공용 세면대를 써야하는 곳에 살면서도 살림을 꾸려나갔다. 물론 살림을 내팽개친 여성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일을 해냈다. 다양한 임산부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임산부는 마흔 초반에 25번째 아이를 출산한 콘치타 워렌의 이야기다. 25명의 아이라니.. 더 신기한건 워렌 부부가 서로의 언어를 하지 못한다는 거다. 스페인에서 온 콘치타는 영어를 못하고, 그녀의 남편 렌은 스펜인어를 못한다. 그런데 그들 부부는 무척 행복하고 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제니를 이 부분을 그들의 더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밀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들 부부의 행복 비결은 뭘까? 이후에 아이를 더 낳진 않았을까? 암튼, 놀라운 가족이다.
그 시절의 조산사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들의 노동의 강도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았다. 그녀들 덕분에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건졌고, 또 수많은 생명이 탄생했다. 산부인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준 그녀들.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했고, 자신들의 일을 사랑했으며, 자신의 기술을 전파하기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혜택을 누리고 있음이다. 책을 읽고나니 드라마가 무척 궁금했다. 조만간 드라마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책과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