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로웰 2016.09.08 19:49:54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청춘시대' 작가 첫 장편소설! 미스터리긴 한데 코믹하기까지 하다?! 표지부터 소개된 줄거리까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다.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야기 시작 첫 문장이 "해가 똥꾸녕을 쳐들 때까지 자빠졌구먼."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 순간 웃음이 나왔다.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 되려나 더 궁금하기도 했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21살의 삼수생이자 백수 무순. 그녀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할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핸드폰도 안 터지는 첩첩산중 시골에 왔다가 강제로(?) 할머니 곁에서 잠시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인터넷은 안터지지, TV도 공영방송이 다지, 핸드폰도 안터지지. 서울에선 이른 시간인 아침 9시가 식전에 마당 쓸고, 해 뜨거워지기 전에 밭 한 고랑 매고, 아침 먹고 마실 가는 시간인 시골 마을에서 도시의 처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일이 있을리 만무. 누구를 탓하랴. 가족들이 몽땅 빠져 나가는데도 잠에 빠져 일어나지 못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심심해서 집안을 뒤적뒤적 하던 무순은 6살때 자신이 남겨놓은 것으로 보이는 보물지도를 한장 발견한다. (그녀는 6살때도 한번 시골에서 강제 유배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오호라!! 보물지도라니!! 눈을 반짝이며 보물을 찾아나선 무순. 보물상자를 찾아 개봉을 하지만, 그 안에는 영문모를 것들만 몇개 있을 뿐 보물이라 할만한 것 없었다. 그럼 그렇지. 물건들 중 자신의 것이 절대 아닌 것 같은 목각인형은 버리긴 아깝고, 갖고 있자니 찜찜해 다시 묻어주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그게 사건의 시작이 될 줄이야. 목각인형을 다시 묻으러 갔다가 그 목각인형이 유선희라는 여성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녀는 15년전 감쪽같이 사라진 4명의 소녀 중 한명이었다. 목각인형이.. 뭔가 단서가 되어줄까? 그렇게 무순은 우연하게도 15년전 마을에서 벌어진 어마어마한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 시골 생활이 무료했던 무순에겐 집중할 무언가가 생긴 셈이다.
목각인형은 유선희가 짝사랑하던 상대를 생각하며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었고, 이에 무순은 유선희의 남동생이 되는 창희와 함께 목각인형의 주인공을 찾아 전달하기로 한다. 이렇게 처음 시작은 단순했다. 그런데 사건을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궁금증이 생긴다. 게다가.. 우연찮게도 4명 중 한명의 소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 왜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그저 심심했을 뿐인 무순의 뻘짓 덕분에 15년 전의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드러난 진실은 뜻밖이었다.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사실을 알자마자 말했더라면.. 그랬다면 달라졌을 사건이 여러 사람들의 이기심과 체면으로 인해 미궁에 빠졌던 거였다. 가독성도 좋고 흥미진진하다. 마무리에선 좀 아쉬움이 남는다. 사건은 해결이 되었다 하겠지만, 개운하지가 않다랄까? ^^; 그래도.. 왠지 영화로 만들어지면 꽤 재미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