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로웰 2016.09.08 19:43:03
제목부터 표지까지 보는 순간 궁금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배경은 17세기 네덜란드. 이때의 네덜란드는 외교,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강대국으로서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로 네덜란드인들은 17세기를 '황금 세기(Golden Age)'라 불렀다고 한다. 이런 황금기의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미니어처에 숨겨진 비밀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18세의 가난한 집안의 딸 넬라로 암스테르담의 부유한 39살의 상인 요하네스와 결혼 후 그의 집을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초반에는 동화 '푸른수염'이 떠올랐다. 요하네스가 자신의 어린 신부에게 엄청난 가격의 미니어처 하우스를 선물로 주는 장면과 요하네스의 동생 마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넬라의 모습은 변형된 '푸른수염'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수록 그 생각은 사라져버렸지만.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움도 커진다. 작가는 국립박물관에서 정교하고 호화로운 재료로 사치스럽게 만들어진 미니어처 하우스를 본 후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려 17번의 퇴고를 거치고서야 완성된 이 작품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응집되어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2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에 의해 숙녀가 되기 위한 훈련을 해야했던 넬라는 어머니가 여기저기 말을 해둔 덕분에 연결이 되어 찾아온 요하네스와 결혼을 하게 된다. 일 때문에 먼저 떠난 남편의 뒤를 따라 넬라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남편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를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남편은 출장으로 집에 없었고, 여동생 마린, 하녀 코넬리아, 흑인 하인 오토가 무심하게 그녀를 맞이할 뿐이었다. 남편을 기다리며 평범한 결혼생활을 상상한 넬라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랜 출장에서 돌아온 요하네스는 그녀를 썩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기 때문. 이런 분위기가 적응이 되지 않던 넬라는 몇일 후 남편에게 깜짝 놀랄 선물을 받게 된다. 당시 엄청난 가격을 줘야 장만할 수 있는, 실제 집을 줄인듯한 정교하고 웅장한 미니어처 하우스였다. 하지만.. 넬라는 이 미니어처 하우스를 받은 순간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그 불안감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그녀를 환대하기는 커녕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한 시댁 식구들 틈에서 도무지 마음둘 곳이 없었던 넬라는 미니어처 하우스를 꾸며보기로 마음 먹는다. 미니어처리스트를 고용한 넬라는 날라오는 소포 속 정교한 미니어처에 감탄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미니어처리스트에게 오는 미니어처들이 집안에 일어날 사건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게되자 두려운 마음이 든다. 대체 미니어처리스트는 누구고, 왜 이런걸 자신에게 보내는 걸까? 비극은 연달아 찾아오고 이에 따라 요하네스 집안 사람들이 감추고 있던 비밀 역시 하나둘씩 드러나게 된다. 그 비밀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가져온다.
요하네스의 엄청난 비밀, 그의 비밀을 안 순간 상처받게 되는 넬라. 언제나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싶었던 넬라에게 남편의 비밀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일을 추진한 여자 마린.. 항상 꼿꼿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내새웠던 그녀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랬던 마린이.. 그녀가 가지고 있던 비밀은 더 큰 충격이었다. 그녀도 자신의 비밀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 오빠의 비밀과 자신의 비밀로 인한 집안의 명예와 몰락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한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부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매력적인 스토리 덕분에 미니어처를 보면 그 미니어처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진 않을지 상상하게 될 것 같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좋을 듯 하다. 배경도 소품도.. 볼거리가 많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