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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크기가 균등하면 누가 실세라고 보기 어렵다.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이런 라이벌 관계는 존재한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견제의 끈을 놓지 않는 관계들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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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겸손을 떨지만 내 자식보다 더 잘난 자식이 어디 있나 하는 게 부모의 솔직한 심정이다. 딸이든 아들이든 자식 가진 부모는 어느 때보다 혼사 문제에서 민감해진다. 사돈은 자식들을 매개로 이어진 인연. 잘 만나면 두고두고 평온함을 이어가지만 사소한 말 한마디로 감정을 크게 상하게 되는 예민한 사이라 조심스럽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엄연한 내 가족이건만 이렇게 어려운 관계가 또 있을까 싶다.
사돈끼리는 내 자식과 집안의 허물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예전에는 딸 가진 부모가 마치 큰죄라도 지은 죄인마냥 사돈지간에서 열세에 속했다. 하지만 요즘은 경제적으로 한쪽이 우월하면 주도권마저 넘어가는, 어쩔 수 없이 돈의 힘이 작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돈 중에서도 안사돈끼리는 더 미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서로의 옷차림, 액세서리 하나까지도 서로 탐색하는 순간이 있다. 여자들이 갖는 본능과 같은 경쟁 심리라 할 수 있다. 시각을 바꿔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없다. 왜냐하면 아이를 한두 명밖에 낳지 않는 시대에 서로를 든든하게 지원해줄 또 다른 가족이기 때문이다. 평화롭게 사느냐, 원수처럼 사느냐는 결국 자신들의 몫이다.
올해 초 재미난 뉴스가 있었다. 설 연휴에 화투를 치다가 시누이 부부가 올케를 폭행한 사건이었다. 시누이가 올케의 손가락을 깨물고 화가 난 올케는 시누이의 뺨을 때리는 등 가족 간에 일어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오빠가 돈을 못 번다고 올케가 구박하는 게 미웠다는 게 시누이의 변명이었다. 작년 추석에 실시한 한 쇼핑몰의 설문에 따르면 여성들이 추석 때 가장 얄밉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어머니도 남편도 아닌 바로 TV 보며 놀고먹는 시누이였다.
우선 시누이와 올케는 잠시 알고 지나가는 사이가 아니라 평생을 볼 사이임을 인정해야 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의미다. 급하게 친해지려고 또는 미리부터 견제하려고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나이 차이가 많은 시누이와 올케 사이에서는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명령하는 문제로, 나이가 비슷할 때는 동성끼리 느끼는 경계심 또는 남편을 사이에 둔 미묘한 질투심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전통적인 예법을 따지자면 시누이와 올케 사이는 존댓말을 써야 한다. 적당한 선을 넘지 않는 절제력이 필요한 관계가 바로 시누이 올케 사이다.
형제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숙명적인 라이벌이다. 부모의 태도가 늘 일관적이지 않기에, 설령 그렇다고 해도 자식들은 사랑을 더 받고 안정적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남녀 차별은 아직 존재하지만 동등한 재산 상속이 이뤄지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요즘은 소위 잘나가는 딸들의 능력 때문에 아들들이 오히려 위축된다. 아들 있으면 배 타고 딸 키우면 비행기 탄다는 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딸과 아들은 서열에 따라서 그리고 터울의 정도에 따라서도 여러 형태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모두 성장해서 결혼한 다음에는 딸이 좀 더 부모와 친밀해지는 추세다. 부모의 속내를 헤아리는 데 며느리보다는 딸이 낫기 때문이라고. 비슷한 시기에 딸과 아들이 가정을 이루다 보면 겪게 되는 문제가 하나 있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육아 문제를 부모에게 기대려고 할 때 딸과 아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누구도 차별할 수 없는 부모는 손자를 모두 봐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마저 느끼는 시대다.
한 가정의 가장인 아버지의 라이벌 상대는 딱히 떠오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수가 없지는 않다. 어쩌면 아내, 아들, 딸 모두가 아버지의 평생 라이벌일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누구의 승진이 더 빠른지, 월급이 많은지에 대해 민감하다. 친밀한 부부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내의 관심이 어린아이에게 쏠리면 아버지들은 자식을 질투하는 속 좁은 자신을 발견하고 얼굴 붉히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아들의 성공에는 어머니, 딸의 성공에는 아버지 역할이 크다고 한다. 동성인 아들에게는 경쟁심을 느끼고, 아들은 무서우니까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뜻에 따른다. 그에 반해 딸에게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키운다는 것. 물론 사춘기를 겪는 딸과 앙숙이 되는 아버지도 많다. 지나친 간섭을 하게 되고 부모로부터 벗어나려는 딸의 성장 과정을 아버지는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힘쓰는 아버지들은 흘린 땀만큼은 대접받지 못하는, 오히려 가정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왕따가 되는 처지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