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블루 캐슬]
로웰 2016.08.28 15:07:46
<빨간 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눈길이 가던 책. 어쩐지 이 책의 주인공에게서 성장한 빨간 머리 앤이 연상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예쁘지는 않지만 본인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을 주인공의 29세 생일날. 선물 대신 1년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 밸런시가 벌이는 놀라운 변신과 로맨스가 책 가득 펼쳐졌다. 소심하고 자기 주장 하나 못하던 집안의 미운 오리 새끼 밸런시가 자신을 억압하던 것들을 벗어던지는 그 과정과 발언들은 매우 속시원하고 통쾌했다. 유서 싶은 가문이면 뭘하나. 돈도 부족하면서 체면치레, 가문의 명예나 신경 쓰고 어떻게든 갑부들과 인연을 맺으려는 사람들만 가득한 집안이었던 것을. 그런 집안에서 29살의 노처녀로 살아가기란..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스털링가에서 사는 내내 행복하지 못한 생활을 했던 밸런시였기에 그녀의 변신이 더 반가웠던 것이리라.
사실 29년동안 그녀를 원하는 남자가 없었다는 것은 밸런시 본인에게도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누군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누군들 자신을 닮은 아이도 낳고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싶지 않겠는가. 가족들은 그런 밸런시의 마음을 알아주기는 커녕 매번 상처를 주기만 한다. 그럼에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온갖 말들을 속으로 삼키며 살아왔던 밸런시. 그런 그녀에게 최근 자꾸 아파오는 심장 때문에 가족들 몰래 병원을 찾았다가 받은 시한부 판정은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앞으로 1년. 슬픔도 잠시, 혼자 늙어 죽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함께 어차피 1년 밖에 살지 못할테니 앞으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살아보겠다고 굳게 다짐을 한다.
당장 변화는 시작되었다. 어머니의 잔소리와 집안 어른들의 위선에 통쾌하게 말을 던져 한방씩 먹였고, 곧바로 마을에서 평판이 썩 좋지 않은 에이벌의 집에 가정부로 취직을 한다. 그의 집에는 사생아를 낳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그의 딸 시시가 있었다. 시시는 1년만에 아이를 잃고 그녀 마저도 건강 악화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병세는 날로 악화되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마을 사람들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밸런시는 곧바로 시시와 에이벌을 돕기로 한다.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 기회이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결정에 집안은 발칵 뒤집힌다. 유서 깊은 집안에서 가정부라니! 그것도 평판이 좋지 않은 그런 집으로!!
밸런시의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집안 어른들은 그녀를 의사에게 보이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이도저도 방법이 통하지 않자 아예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결정한다. 집안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밸런시는 에이벌의 집으로 온 이후 행복하기만 하다. 게다가 몇해 전 마을에 정착한 근사한 남자 버니도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다. 시시가 세상을 떠나고 가정부 일을 마무리 해야 하던 날. 밸런시는 결심한다. 버니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로. 그에게 청혼을 하기로. 과연.. 앞으로 남은 날들을 밸런시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유쾌하면서도 통쾌한 그녀의 성장 로맨스. 마지막까지 그녀를 괄시하던 집안 어른들이 밸런시가 가져온 행운을 보고 바로 달라지는 모습은 정말 욕이 절로 나올만큼 추악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어머니라는 사람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나뿐인 딸을 아끼고 사랑하지는 못할망정.. 오로지 억압과 강제만을 강요하고는 자신의 뜻과 반대되는 일을 하자마자 돌아보지 않는 모습이라니. 정말 부모가 맞나 싶었다. 그녀 또한 마지막에 돈을 보고 넘어가는 꼴이라니. 유서 깊은 집안 사람들이 어쩜 다 이모양인지. 밸런시 그녀만이 유일하게 그 집안의 진주이고 보배였음에 틀림없다. 가독성도 좋고 재미있었던 밸런시의 성장기. 자신만의 매력을 스스로의 힘으로 되찾은 그녀보다 아름다운 이가 세상에 누가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