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키메>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한마루 2016.08.17 17:26:43
★★☆
"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다고 ! "
< ▲ 내가 어디에 있는 누군가가 나를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 ! >
<노조키메>는 어떤 영화인가? <노조키메>는 J 호러의 거장 '미쓰다 신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미쓰다 신조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입니다. 특히 작가의 작품들은 대단히 풍부한 민속학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모습은 [노조키메]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로 옮겨진 <노조키메>는 <소름>시리즈를 연출했던 미키 코이치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청명한, 하지만 당사자에겐 음산할 종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눈동자'
핏발이 가득 서있는 부릅뜬 눈동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지만
그 시선과 마주하게 되는 사람은 극도의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 ▲ 종소리가 울린 후 눈동자가 찾아옵니다 >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 굉장히 불안해 보이는 남자가 마트에서 테이프를 쓸어담듯 사와서 집안 곳곳의 틈이란 틈은 다 막아버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처 막지 못한 곳이 있었는데 그 틈으로 보이는 것은 섬뜩한 눈동자입니다. 청명하게 느껴지는,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굉장히 음산할듯한 종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눈동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볼 뿐이지만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눈동자. 때문에 그토록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게 된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모습의 시신으로 발견되고 맙니다. 이처럼 <노조키메>는 많은 일본 호러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본 호러물들이 참 좋아하는 '저주'가 바로 그것이죠.
우연히 사건과 연결되는 '미시마'라는 여자를 통해
영화는 저주의 근원으로 조금씩 다가갑니다
< ▲ 우연히 사건과 연결되는 여자 '미시마'(이타노 토모미)를 통해 저주의 근원을 향해가는 이야기
그나저나 이 배우.. 연기에서 발냄새 좀 나더군요 >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눈동자는 심지어 싱크대의 배수관 작은 구멍과 같은 그야말로 틈만 있으면 거기를 통해 그 핏발이 선 섬뜩한 시선을 쏘아 보냅니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거기서 비롯되는 공포와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그 눈빛을 느끼게 되는 사람, 즉 그 저주에 사로잡히게 되는 이들은 모두가 앞서 언급한 남자와 같은 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지만 지극히 임시방편과도 같은 그런 행동들이 '시선'을 온전히 가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지독한 저주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이 된 것일까요. <노조키메>는 우연히 이 사건과 연결이 됐던 '미시마'(이타노 토모미)를 통해 그 저주의 근원으로 조금씩 다가갑니다.
그동안 많은 일본 호러에서 볼 수 있었던 정해진 루틴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모습
또한 그저 반복만 하고 있는 '눈동자'의 등장과 거기서 비롯되는 일들
< ▲ 네 뭐 당연히 이런 분 한명 찾아가야 하구요.
너무 익숙한 과정대로 흘러가는 '노조키메' >
하지만 <노조키메>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정해져있는 레퍼토리의 그것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끔찍한 저주 현상 → 그 저주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갖는 사람 → 저주가 시작된 장소 → 저주의 전염 → 저주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 → 그리고 마지막 엔딩까지의 과정은 일본의 대표적인 호러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모두 취하고 있는 구성으로 마치 헐리우드의 '엑소시즘' 소재의 작품들처럼 익숙한 것인데 <노조키메>는 이런 정해진 루틴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죠. 어쩌면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원작마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부작용이 있었고 또 루틴의 반복뿐 아니라 '너 왜 그렇게 눈을 떠?' 라고 물어보고 싶을만큼 그저 반복만 하고 있는 '시선들'의 등장과 거기서 비롯되는 현상들 역시 후반부로 가면서는 그 힘을 많이 잃어버리면서 <노조키메>는 결국 딱히 매력을 느낄 수 없는 호러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집안 틈새를 아무리 쳐다봐도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너 왜 그렇게 눈을 떠'라는 질문에 대해 눈동자가 전해주는 대답과 과거의 일
'방관하는 시선'을 봤었던 아이, 거기에는 슬픔과 함께 지독한 원한이 묻어있습니다
그렇게 그저 관조하고 방관하는 시선이 누군가에겐 가장 큰 공포가 될 수도 있음을
< ▲ 아이의 이 시선에는 슬픔이 묻어있는 것이기도 했었던.. >
다만 '너 왜 그렇게 눈을 떠?'라는 물음에 대해 그 시선이 전해주는 대답과 과거의 일들은 무서운 것임과 동시에 '슬픔'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끔찍한 일을 겪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방관하는 시선'을 봤던 아이, 그래서 거기서 비롯된 원혼이 구천을 떠돌면서 자신이 봤던 그대로를 다른 이들에게 선사하는 '저주'가 되고 말았던 것이죠. 마치 자신이 겪었던 그 고통을 다른 이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것처럼. 그리고 이를 통해 <노조키메>는 그저 관조하고 방관하는 시선이 누군가에겐 가장 큰 공포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다른 사람의 일에 엮이는 것을 꺼리면서 점점 더 삭막해져가고 있는 현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만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 역시 다소 부족한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 이야기에서도 아쉬움이 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