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 완전히 변화시키진 못했을 지언정 그 징검다리는 될 수 있었다
한마루 2016.07.12 16:09:37
★★★☆
" 두려움에 떨고 뭔가를 숨기고 사는 건 끔찍한 삶이야 "
< ▲ 이 작품 이야기의 실제 인물, '로렐'(왼쪽)과 '스테이시'(오른쪽) >
<로렐>은 어떤 영화인가? <로렐>은 지난 2008년에 열린 제8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프리헬드>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경찰관 '로렐 헤스터'와 그의 동성 파트너 '스테이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로렐 헤스터'는 '줄리언 무어'가 연기했고 '스테이시'는 '엘렌 페이지'가 연기했으며 피터 솔레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2015년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 됐습니다
<로렐>은 그 커다란 변화의 출발선이라고 할 수 있는
'로렐 헤스터'와 '스테이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 ▲ 결혼보다 어렵다는 '동거인' 등록을 마친 뒤 가족이 된 것을 기뻐했던 그녀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두 사람에게는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사랑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그 사랑도 역시 다양하고 보편적인 사랑의 모습 가운데 한가지일 뿐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 사랑을 비난할 권리는 없고 똑같이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라는 이야기는 최근에만 해도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캐롤> 등을 통해 이야기가 되었던 것으로 이제는 조금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회의 인식은 온전히 그런 사랑을 환영하고 수용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이제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된 미국에서도 그런 사랑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들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아직은 보수적인 시각이 강한 우리나라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로렐>은 지난 2015년 동성 결혼 합법화의 출발선이라고 할 수 있을 '로렐 헤스터'(줄리언 무어)와 그의 동성 파트너 '스테이시'(엘렌 페이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입니다.
자신들의 사랑 역시 남녀의 사랑과 다르지 않는 보편적인 사랑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길 바랬던 로렐
하지만 그녀의 요구를 승인하지 않으려고 했던 '오렌지 카운티'의 시의회
< ▲ 묵묵히 로렐을 도왔고 그녀를 지지해줬던 형사 파트너 '데인'(마이클 섀넌)
정말 든든하게 느껴지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
<로렐> 역시 앞서 언급한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야기는 두 사람의 사랑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말기 암으로 투병하면서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던 '로렐'이 자신의 사후 연금 수령인을 동거인 '스테이시'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오션 카운티'의 시의회와 맞선 사회성 짙은 이야기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사랑 역시 특별하지 않은 보편적인 사랑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길 바랬던 로렐. 특히 그녀의 거주지였던 '뉴저지'주에는 동거인에게 연금이 양도 가능한 법률 조항도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여겼지만 연금 양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던 시의회의 의원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개인의 신념등을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때문에 평생 정의를 위해서 헌신했던 로렐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기까지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길을 가게 됩니다.
당시 사회가 성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인식은 불의와 마주함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었고
두려울 것도 없었던 로렐조차도 이길 수 없다고 여긴 크고 강력한 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신념대로 누구나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정의'가 통용되는
세상이 되길 바랬던 로렐은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그 커다란 적과 맞서려고 합니다
< ▲ 사회 생활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했던 로렐은
자신의 감정마저도 쉽게 표출하지 못했었는데.. >
로렐은 사건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앞장 서서 뛰어들었고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을 정도로 헌신할만큼 불의와 마주함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었고 두려울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레즈비언'이라는 자신의 다른 성적 취향이 밝혀지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자신이 '여성 성소수자'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사회 생활을 하는 것에 있어서 커다란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했기에 그 사랑의 감정마저도 맘껏 표출하면서 살 수 없었던 것이죠. 그만큼 당시 사회가 성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인식은 '로렐'조차도 이길 수 없을 만큼 크고 강력한 적이었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삶에 마지막에 이르러서 사랑하는 스테이시를 위해 그 커다란 적과 맞서려고 합니다. 자신의 평소 신념대로 누구나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정의'가 통용되는 세상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랬던 것이죠. 그리고 이런 그녀에게 성소수자 협회를 비롯하여 그녀의 동료 경찰 '데인'(마이클 섀넌) 역시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고, 그녀의 사랑을 바라보는 인식 역시 조금씩 변해갑니다.
매우 드라마틱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로렐>이지만
안전하고 무난한 길을 선택하고 있었던 영화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녀들의 사랑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치밀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로 그려지는 '변화를 향한 첫 걸음'이 남기는 잔잔한 여운과 감동
< ▲ 점점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변해가던 '로렐'을 연기한 줄리언 무어
뭐 그녀의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 낭비죠.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 >
이처럼 시한부 인생이나 다름 없었던 로렐과 스테이시의 안타까운 사랑과 조금은 변화된 모습의 세상을 보고 싶었던 그녀의 의지,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를 지지하던 또 다른 이들의 이야기까지 담아내는 <로렐>의 이야기는 매우 드라마틱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로렐>은 다소 안전하고 무난한 길을 선택하고 있엇고 그 결과 영화는 크게 굴곡이 느껴지지 않는, 그저 순탄하게만 흘러가는 이야기의 흐름으로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때문에 영화가 담아내는 드라마가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구요. 게다가 온전히 '사랑'에만 포커스를 맞출 수 없었던 영화였고 러닝타임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치밀한 모습을 보이진 못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드는 순간에는 "왜?"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는데 이런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기도 했지만 줄리언 무어와 엘렌 페이지, 그리고 마이클 섀넌이란 좋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그려내고 있었던, 큰 변화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된 <로렐>의 이야기는 잔잔한 여운과 감동까지 전해주는 것임에는 틀림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