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황금기였던 1943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천재 시나리오 작가 ‘달튼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톤)’는 정치 스캔들에 휘말려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한 순간에 명예와 부 모든 것을 잃게 된 트럼보는 가족을 지키고 계속 글을 쓰기 위해 가짜 필명으로 활동을 시작하는데…”

참고 : http://www.djuna.kr/xe/review/12955972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magazine.nhn?nid=3292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0009

달튼 트럼보

영화 ‘로마의 휴일’의 실제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하지만 단순히 널리 알려진 영화 한두 작품으로 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진정으로 위대하고 탁월한 시나리오 작가였던 트럼보는 공산주의자이고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시나리오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최고로 손꼽히는 작가였다.

하지만 트럼보는 글로만 자신을 능력을 발휘하거나 이름을 알렸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고, (숨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을 주저하지도 않았던 철저한 진보주의자이기도 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러다보면 뭔가 문제가 일어나기 마련이고 생각하지 못한 고난을 겪게 되기 마련인데, 트럼보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은 2차 대전이 막을 내리고 냉전이라는 새로운 분위기-광기가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이었고, 그때의 광기에 대해서는 우리들은 온갖 영화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 당시가 어떤 시대였고 분위기였는지를 어렴풋하게라도 알고-알 수 있기에 (항상 꺼내게 되는 반미활동조사위원회와 매카시즘을 다시금 기억해야 하는 시대) 트럼보가 겪게 되는 어려운 상황들을, 그가 그리고 그의 동료들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떤 힘겨운 상황들을 겪게 되었고 그 힘겨움과 고난의 시간이 어떻게 그들을 변하게 하고 삶을 망치게 만들었는지를 지켜보며 어떤 순간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했던 트럼보가 어떤 식으로 절박함과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지를 바라보며 한 사람이 견뎌낼 수 없는 고통을 그리고 시대가 만들어내는 고통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트럼보가 당했던 그 고통을 여전히 (지금도 여전히!) 당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달튼 트럼보

트럼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함께 행동했던 (뛰어난 재능으로 가득한) 여러 동료들

2차 대전 이후 냉전으로 향하는 시대적 분위기

그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한 여러 기회주의자들

기회주의자들이 적으로 내세우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들

끊임없는 선동과 적개심으로 가득한 행동들 그리고 정치적이기 보다는 개인적인 원한과 이기심들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선동에 속게 되고 기만당하고 협조하게 되는 많은 사람들

타협하려고 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려고 하는 트럼보

하지만 감옥 생활도 하고 경제적인 곤란함 속에서 트럼보는 자신이 잘하는 유일한 방법인 글쓰기를 통해서 먹고 살기를 이어가며 망가지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동료들을 어떻게든 지켜주려고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갈등과 고민 그리고 화해

자신의 말할 권리를 그리고 행동할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절대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 트럼보의 생각과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트럼보 개인을 통해서 보여주는 다양한 모순적인 모습과 특별하고 개성 있는 모습들은 좀 더 눈길을 끌게 되고 여러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공산주의자이고 사회주의자이면서도 부유한 생활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

돈을 경멸하기 보다는 (어쩌면 돈과 관련해서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돈 자체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했던 그의 모습들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천부적인 재능

재능과 능력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로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내세울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던 시절

냉전의 광기가 할리우드로 스며들기 시작하고 그 시기에 개인이 이기심과 적대감으로 가득한 권력욕으로 가득한 기회주의자들의 등장

불온하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지키려고 할 때 일어나게 되는 여러 곤혹스러운 순간들

끝끝내 자기 자신의 신념을 그리고 양심을 지켜내는 사람들과 결국에는 변절하거나 배신하거나 혹은 신념을 꺾게 되는 사람들

자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서 어쩔 수는 선택들과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웃을 수도 울을 수도 없는 상황들

온갖 색깔시비와 공세들 속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트럼보를 지지하려고 하고 지켜주려고 하는 몇몇 사람들

그리고 결국에 거머쥐고 되찾게 되는 영광과 명예

‘트럼보’는 매력적이고 재치 있는 대사들을 통해서, 대화와 대사를 통한 재미와 함께 그 곤혹스럽기만 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선택하게 되는 (정말로 울며 겨자 먹기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먹고 살기 위해서 선택하는 조잡한 영화들의 시나리오들을 만들어내는 것과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식으로 재기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전형적이고 영화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라도 충분히 흥미로움을 찾아내고 즐기게 만든다.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생산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무너진 명예를 회복하려고 하는지를, 다시금 재기하려고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고 진부하고 전형적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은 충분히 설득력을 잃지 않고 있다.

뻔하다고 말한다면 그렇다고 말하겠지만 그래도 재미를 만들어낸다. 그건 이야기의 힘도 있겠지만 연기자의 연기가 갖고 있는 매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최선을 다하고 있고 모든 중심에서 마음껏 자신의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보여주는 솔직한 모습들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

자신을 추락하게 만든 이들과의 길고 긴 싸움 속에서 계속되는 상처와 굴욕 속에서 소원해지고 갈등하게 되는 가족들과의 관계

함께한 동료들 사이에서도 불거지는 갈등과 서로에 대한 비난 그리고 자책

재능과 능력 그리고 글쓰기라는 직업을 통한 재기

이안 매켈런 헌터

존 웨인

헤다 호퍼

에드워드 G. 로빈슨

커크 더글러스 

오토 프레밍거

영화를 통해서 기억나는 등장인물들은 아마도 위와 같은 사람들이 떠올려지겠지만 트럼보와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좀 더 진지한 다툼을 보여주는) 다른 갈등을 만들어내는 알런 허드와 함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트럼보를 위해지는 행동이 되어버리는 (킹 브라더스의) 프랭크 킹의 모습은 좀 더 도드라진 모습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 같다.

먹고살기 위해서

경제적인 절박함과 절실함으로 인해서

트럼보가 선택하는 여러 모습들은

그가 보여주는 여러 모습들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전략적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모습이기도 했다. 서글프기도 했지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과정들과 갈등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전형적이고

뻔하지만

그럼에도 설득해내는 힘을 잃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트럼보의 삶 자체가 갖고 있는 특별함과 함께 그 삶이 말해주는 어떤 교훈과  삶이 보여주는 매력 때문인 것 같다.

뻔하고 전형적이지만 흔들리지 않고 부족하지 않는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가 해낼 수 없는 올곧음을 보며 감탄하고 부끄러워지게 된다.

참고 :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고 공격하는 기회주의자들의 모습들을 보게 되니 한국 사회에서 지금도 보고 있는 모습이라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