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남자 요즘연애]
로웰 2016.06.12 04:51:17
연애는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는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책이다. 그러다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예상 외의 재미에 폭 빠져 읽었더랬다. 실화인지 아닌지 헷갈릴만큼 매끄러운 이야기는 요즘 연애의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었다. 책에는 다른 연애관을 가진 네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끊임없이 여자를 바꿔 만나는 바람둥이 준, 연상의 여자에게 크게 데인 후 연애보다 자신의 앞날이 먼저인 남자 주영,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답답한 남자 세운, 그리고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연애를 쉬며 관찰모드에 들어간 남자 태희. 끊임없이 여자를 관찰하고 만나기를 반복하는 이들의 모습은 찌질함과 안쓰러움을 넘나들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 않은 수다쟁이들이었다. 네 명의 남자들은 모이면 끊임없이 여자얘기를 했고, 커피숍이나 술자리에서 여자 번호를 따거나 혹은 합석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다 각자 자신의 짝을 만나고 나니 그렇게 달라질 수가 없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끊임없이 여자를 만나고 상처받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시도는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의 가치관은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요즘 남자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준다.
자꾸 전 여친에 대한 미련으로 친구들에게 한소리를 듣는 태희. 그와 헤어지기 무섭게 능력있는 다른 남자를 찾아 떠난 여자지만, 그럼에도 그녀에겐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며 전 여친을 두둔하곤 한다.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데다 너무나 지극히 현실적이기까지 한 세운. 처음 만나는 여자에게 왜 돈을 써야하냐며 더치페이를 강조하던 그가 꽃뱀에게 물려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이 두 남자. 정말 답답함과 찌질함을 오고가는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좋게 보면 순정파에 한 우물만 파는 일편단심 민들레라 할 수 있겠지만, 여자들의 호감을 사기란 참 어려워 보였다.
사랑에 대한 믿음이 없는 남자 준. 그랬던 그가 그와 참 비슷해 보이는 여자를 만나 그간의 바람둥이 생활을 청산하고 오로지 그녀만을 위한 남자가 되었다. 그런데.. 믿었던 그녀에게 배신을 당하고 만다. 사랑하는 여자가 집 배경보다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랬던 주영. 모든 것을 털어놓고 잘해보고 싶었던 여자가 정작 자신은 제대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헤어진 이후, 연애에 대한 관심을 접어두었다. 여자에게 입은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린 이 두 남자. 겉으론 여자를 쉽게 생각하고 만나며 가볍게 행동하지만, 결국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이 짠했다. 사랑에 상처받은 마음은 사랑으로 풀어지는 법인데..!!
책을 읽으면서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 않게 고민을 하고 신중하게 고른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들이 좀더 행동파이면서도, 그들 역시 계산기를 두드리며 따질 걸 따진다는 것을 알았다. 똑같이 상처를 받아도 남자들의 상처가 더 오래간다는 것도 알았다. 여자들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남자들은 그저 덮어놓고 잊어먹으려 하기 때문이란다. 남자와 여자. 결코 죽었다 깨어나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종족이다. 그렇기에 때로 서로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겪지 않은 이는 세상에 없다. 흥미롭고 재미나게 남자들의 마음을 풀어낸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