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 앤 레키 작가의 첫 장편소설 '사소한 정의 (Ancillary juctice)'를 만났다. 이 소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소설로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는 작품이다. 1부 '사소한 정의', 2부 '사소한 칼(Ancillary Sword)', 3부 '사소한 자비(Ancillary Mercy)'로 ‘라드츠 3부작’이다. 작가에게는 데뷔작이라는 이 시리즈는 여러 굵직한 상과 드라마 판권이 팔렸을 만큼 높은 평가와 찬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류의 SF소설은 꽤 오랫만에 만나는 듯 해서 기대가 되었다.

배경은 '라드츠 우주'다. 작가는 우주라는 배경에 새로운 세계를 하나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세계는 인간과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비인간', 그리고 외계인이 존재한다. 외계인의 존재는 거의 등장하지 않긴 하지만. 주로 등장하는 것은 라드츠 제국의 라드츠인들과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인공지능의 노예가 된 '비인간' 보조체들이다. 이 효과적으로 죽어있는 보조체들은 과거 정복당한 곳의 포로들로 수술을 통해 생명중지 상태로 만들어 저장을 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져 사용된다. 라드츠 제국이 숭상하는 신들의 이름이 붙은 함선에는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들이 탑재되는데, 보조체들은 이 인공지능의 수족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브렉은 이렇게 만들어진 보조체 중 하나이다. 그는 2천년 동안 병력 수송선으로 존재하다가 파괴된 저스티스 토렌 호의 인공지능이 남긴 단 하나의 조각이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육체는 인간이되 뇌는 인공지능인 '비인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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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의 파괴 이후 20여년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움직여 왔던 브렉은 마침내 자신의 목적 하나를 이루게 된다. 천 년 전 라드츠 군주가 갈세드의 스물다섯 명의 대표에게서 항복을 받아냈을 때 회수되어야 했던 25정의 총 중 사라진 하나의 총과 총알들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 총은 그 어떤 검사 장비에도 걸리지 않아 그 누구에게도 무장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수 있고, 총알은 라드츠 방어막과 함선의 열 차단막을 간단하게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하나의 목적을 이룬 브렉은 최종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그것은.. 복제를 통해 동시에 수천 개의 몸으로 존재하며 3천 년간 제국을 지배해온 절대군주 아난더 미아나이를 죽이는 것!!! 브렉은 왜 충성을 해야하는 자신의 군주에게 총을 겨누게 된 것일까? 또한 인공지능의 한 조각일 뿐인 그가 자신의 목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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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관이 머릿 속에 잘 그려지지 않아서 고전을 했다. 중반쯤 가서도 이야기가 약간 어렵게 느껴지고 헷갈려서 앞부분을 다시 훑어보며 읽어 나갔었다. 이야기는 브렉이 저스티스 토렌 호로 존재했던 때와 파괴되어 혼자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로 번갈아 가며 진행되었다. 중반부를 넘어가니 좀더 속도가 붙었다. 독특한 세계관에 우주라는 배경이 신선하고 흥미롭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쉬이 읽혀지지 않았다.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는.. 비인간 '브렉'에 대한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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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해가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 이렇게 살아있는 인간의 뇌에 인공지능이 심어지는 날이 오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절대 안되는 일이지만.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좀 걱정스럽기도 했다. 때론 놀라운 상상력이 그대로 실현되기도 하니 말이다. 좋은 쪽으로 실현된다면 바랄 것도 없지만, 안 좋은 쪽으로 실현된다면 정말 문제니까. 암튼, 인공지능으로선 놀라운 한 걸음을 내딛게 된 브렉. 그의 다음 행보는 과연 어떨까? 여전히 진행 중인 반란은 어떻게 될까? 다음 이야기는 어떤 사건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