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 더 무비> 가끔은 화도 낼 줄 알아야 되는 세상
한마루 2016.05.26 22:51:45
★★★☆
" 난 말이죠 지금 굉장히 화가 납니다
이렇게 순해 빠져선 안되요. 나처럼 화를 내세요 "
▲ 그림에 보이는 게임 '앵그리버드'의 주요 장치들이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앵그리버드 더 무비>는 어떤 영화인가? <앵그리버드 더 무비>(이하 <앵그리버드>)는 잘 알려진 게임 '앵그리버드'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아마 한번쯤은 해보셨을 것 같고 해보시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이름은 알고 있을 것 같은 '앵그리버드'는 단순하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주는 게임이기도 했는데, 클레이 케이티스와 퍼갈 레일리 감독의 공동 연출로 만들어진 <앵그리버드>는 게임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새들이 모여 살고 있는 '버드 아일랜드'의 골칫거리 '레드'
자주 욱하는 성격이었던 그는 '분노조절장애 치료'까지 받아야 했는데 !
< ▲ 겉보기엔 안그렇게 보여도 이 분 한 성깔 하시는 분 >
바다 한 가운데 각양 각색의 다양한 새들이 모여 살고 있는 '버드 아일랜드'는 '날지 못하는' 새들에게 세상의 전부와도 같은 곳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그는 바로 '레드'입니다. 가끔씩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해 사고를 쳤고 그 때문에 '분노조절장애 치료'를 받아야 했던 그는 좋아하는 이가 하나도 없는 천덕꾸러기와도 같은 신세였던 것이죠. 때문에 마을과 떨어진 곳에서 홀로 살고 있었던 '레드'는 외로웠고, 치료를 받으면서 만난 '척', '밤'과 같은 이들과도 쉽게 어우러지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혼자서 지냈던 레드는 '함께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임 속의 주된 장치들이 그대로 게임으로 옮겨져 있지만
이야기는 단순하고 익숙한 구성이며 캐릭터들 역시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집니다
< ▲ '분노조절장애' 치료의 동반자들, 왼쪽부터 '척', '레드', '밤'
이들의 활약이 주가 되고 있는 영화 '앵그리버드' >
이처럼 게임 '앵그리버드'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빨간색 몸통과 숯검댕이 같은 눈썹을 가진 '레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앵그리버드>는 레드를 필두로 게임 속의 주된 장치들인 '새총', '초록색 돼지',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특성상 그 게임을 옮겨 놓은 이야기, 즉 당연히 '초록색 돼지'와 '새들' 사이의 대립 구도가 형성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는 꽤나 단순하면서도 익숙한 구성을 갖고 있고, 그 이야기에 등장하고 있는 캐릭터들도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집니다. 마을의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던 '레드'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 '척'과 '밤'이 일련의 모험과 마을에 닥친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면서 '불필요한 존재'가 아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으니까요.
필요하다면 화를 낼줄도 알고,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만 하는 세상
'레드'와 같은 삶의 태도가 필요한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 ▲ 처음에는 그저 '불필요하게' 여겨지던 존재였지만, 사실 레드는 가장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
다만 '욱'하긴 했어도 하고 싶은 말들은 속 시원하게 내뱉던 레드와는 달리, 그저 순해 빠지기만 했고 소신 없어 보이던 태도로 인해 자신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통째로 잃을 뻔하기도 했었던 '다른 새들'의 모습을 통해 냉정한 세상의 모습을 살짝 담아내려는 시도만큼은 나쁘지 않게 느껴지더군요. 작금의 세상은 착하고 순하기만 해서는 '사람 좋다'라는 말은 들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만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가혹한 세상이니까요. 필요하다면 화를 낼줄도 알고,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만 그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세상. <앵그리버드>속 그들 역시 뒤늦게야 '레드'의 진면목을 확인했듯이 현재는 '레드'와 같은 삶의 태도가 필요한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너무 자주 '욱'하는 것은 또 많이 곤란하겠죠.
상당히 역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후반부의 장면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쾌감
'영화'에 '게임'을 흥미롭게 이식하고 있는 작품, 깨알 같은 패러디들 역시 웃음 포인트
< ▲ 게임 해보신 분이라면 이 새총이 꽤나 익숙하게 느껴지실듯 ! >
이렇게 그 이야기에서 장·단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 <앵그리버드>지만 각양각색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과 그들의 활약,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볼거리들은 이야기에서 느낀 아쉬움을 충분히 메워주고 있습니다. 특히 정신없이 몰아치던 후반부 '새들의 반격'은 '영화'에 '게임'을 흥미롭게 이식시키고 있었는데, 때문에 상당히 역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장면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쾌감이 크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게다가 '레드', '척', '밤'은 물론 감초 같은 역할을 하던 여러 캐릭터들의 활약을 비롯하여 '척'이 재연한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퀵 실버신'과 같은 유명한 영화의 패러디까지 담겨 있었던 영화였기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기도 했었구요. 그 덕분에 가볍게 웃고 즐기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는 작품으로도 느껴지던 <앵그리버드>, 영화를 보고 나니 꽤 오래 전에 즐겼던 게임 '앵그리버드'가 다시 하고 싶어지더군요. 아마 다시 게임을 하게 된다면 '한 성깔' 하던 영화속 레드의 모습이 계속 떠오를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