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하탄의 빌딩 숲속에서 형사 생활 20주년을 맞는 프랭크 켈러(Frank Keller: 알 파치노 분)는 노총각 신세를 면한지 얼마 안 돼 곧장 이혼을 당한 홀아비 형사. 외로운 생활 속에서도 언제나 사건 해결을 위해 온몸으로 도심을 누비는 그에게 이상한 연속 살인사건을 수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사건 현장인 피살자의 침실에서는 한결같이 "사랑의 파도"라는 대중 가요가 흐르고 있고 피살자는 침대에서 알몸으로 엎드린 채 뒷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로 발견된다.

셔맨 형사(Sherman: 존 굿맨 분)와 함께 수사를 맡은 프랭크는 영감을 얻으러 사건 현장에 갔다가 지나라는 젊은 여자의 방문을 받게 된다. 지나는 피살자가 독신자 잡지에 낸 광고를 보고 찾아온 것. 여기서 두 형사는 세 명의 피살자들이 모두 독신자 잡지에 여자들이 솔깃하도록 시적인 데이트 신청 광고를 낸 뒤 그것을 보고 찾아온 여자와 만나다가 피살당한 사실을 알아낸다, 프랭크와 셔맨은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멋진 시를 잡지에 낸뒤 셔맨과 함께 찾아오는 여자들을 수십명씩 만나며 술잔에 뭍은 지문을 재취, 검사해 보지만 현장의 지문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매력적인 젊은 여성 헬렌(Helen: 엘렌 바킨 분)은 꾀죄죄한 프랭크를 보고 술잔에 손도 대지 않은채 나가 버린다.

얼마 후 집 부근 수퍼마켓에서 헬렌을 다시 만난 프랭크는 솔직한 헬렌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는데 그것이 헬렌의 마음을 움직여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러나 프랭크가 경찰임을 알게된 헬렌은 냉정하게 돌아서 버린다. 헬렌을 못잊어 하던 프랭크는 집으로 찾아가 마음을 돌릴 것을 호소하는데 뜻밖에도 주방에서 잡지에난 광고와 피살자들의 전화번호가 발견되자 경악한다. 프랭크가 놀라 도망가듯 황급히 달아나자 헬렌은 이상한 낌새를 채고 프랭크를 찾아와 "사랑의 파도"라는 레코드판을 틀어놓고 다시 프랭크의 환심을 사려한다. 헬렌이 떠난 뒤 벨소리에 문을 열러 나갔던 프랭크는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이혼한 헬렌의 뒤를 밟으며 헬렌이 데이트한 남자들을 죽인 범인은 테리(Terry: 마이클 루커 분)다. 이번엔 프랭크를 죽이러 온 것. 프랭크와 격투를 벌이던 테리는 창밖으로 떨어져 죽게되고, 오랫동안 고민하던 프랭크는 헬렌을 찾아가 다시 데이트를 신청한다.”

난 홀로 살았네

숲 속의 오두막처럼

나의 가슴은 선반 위에

외롭게 놓여 있네

누군가의 손길과 미소가

노래로 온 집안을 채워 주길

이 도시가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어쩌다가 이런 작품을 보게 되었는지 묻는다면 알 파치노의 (그나마)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에 그리고 살인과 범죄에 관한 영화라면 괜히 관심이 가기도 해서, 하지만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그보다는 젊은 시절의 엘렌 바킨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이 말해서 얼마나 예뻐서 그런 것인지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알 파치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작품에 출연을 했는지는 잘 판단되지는 않고, 엘렌 바킨의 경우도 어떤 순간은 아름답지만 다른 순간에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찾게 되진 못했기 때문에(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눈부신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 구성도 그리 짜임새가 있지도 않고 촘촘하거나 긴장감을 불어넣지 못하기 때문에 딱 1980년대 범죄영화 이상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는 헐거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칭찬할 구석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끝까지 보게 만들게 하고 있다.

1980년대 뉴욕의 밤거리

유혹하듯 끈적거리는 색소폰 소리

치정관계가 원인인 것 같은 연쇄살인

오랜 기간 형사 생활로 인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쳐버린 남성

그리고 조금씩 끌려가고 빠져들게 되는 비밀스러운 매력으로 가득한 여성

어떻게 본다면 이걸 좀 더 다듬고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만든다면 ‘원초적 본능’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사랑의...’는 그런 식으로 만들기 보다는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일 수 있는 살인과 사랑을 적당하게 뒤섞고 꼬이도록 만들면서 꾸미고 있고 살인범을 찾기 위한 과정과 우연한 만남과 사랑이라는 과정을 되도록 무겁지 않고 가볍게 다뤄내면서 이야기를 완성시키고 있다.

1980년대의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잠시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았지만 소품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인지 실내와 밤거리 위주로 둘러보게 만들고 있고, 주인공 프랭크와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성 헬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리 볼만한 풍경을 찾기는 어려웠다.

어쩌면 알 파치노와 엘렌 바킨의 모습을 실컷 보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살인범을 찾기 위한 재치 있는 계획이 눈길을 끌고 그 과정에서 몇몇 실마리들과 나중에 있을 결정적인 순간을 염두에 둔 영리한 장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불안감이나 긴장감 혹은 두려움을 안겨주려는 노력보다는 두 남녀가 사랑하게 되고 오해하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기본적으로는 재미나지만 어쩐지 촌스럽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몇몇 장면들은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하지만 두 남녀가 마지막에 가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화해하는 장면을 보면서는, 즐거운 미소를 나누는 모습의 결론을 통해서는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알 파치노가 아직은 젊음과 (남성적인) 매력을 뽐내던 모습을

엘렌 바킨이 관능미와 성적인 매력으로 가득한 시절의 모습을

그리고 1980년대 특유의 분위기로 가득한 (촌스러운) 이야기와 구성을

‘사랑의 파도’는 아주 전형적이고 특별할 것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1980년대라는 그 시대를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고 담아내고 있다.

참고 : 존 굿맨은 어떤 작품이든 그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