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두고 벌어지는 가상이 이야기”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누군가가 그 안에서 사악한 가능성을 본거지

그래서 일이 이렇게 비뚤어진 것이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두고 벌어지는 나치의 음모와 그 음모에 맞선다는 이야기인 ‘36시간’은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서 생각 이상으로 긴박감과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으면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역사적으로 무척 중요한 사건을 가상의 이야기에 뒤섞으면서 좀 더 극적인 분위기와 박진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사실이 아닌 상상의 이야기라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반전과 음모 그리고 상대에게 속고 반대로 상대를 속이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째서 이런 작품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것인지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생각 같아서는 고도의 심리전과 자백-고백을 유도하기 위한 작전을 하는 정보기관 사람들도 한번쯤은 참고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진 않을까?

한국 정보기관이라면 무척 악의적으로 활용하거나 이런 세련된 방법 보다는 좀 더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선호할지도 모르겠지만.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둔 상황

상륙작전에 관한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는 미군의 파이크 소령

나치의 예상을 벗어난 노르망디로 상륙을 성공하기 위해서 최대한 나치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노력하지만 리스본 출장에서 결국 파이크 소령은 나치의 교묘한 작전에 의해서 납치를 당하게 된다.

납치 직전 나치가 파이크 소령을 파악하기 위한 여러 모습들

납치 이후 정보를 캐내기 위해 시작되는 은밀하고 정교함으로 가득한 고도의 심리전

스스로 자백하게 만들고 고백하게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 것들을 실토했고 정보를 누설했는지 깨닫지도 못하게 만드는 교묘한 심리전

그 심리전에 완벽하게 속은 파이크 소령은 자신의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그 혼란 속에서 쉽게 설득당하고 모든 정보를 말하게 되지만 다행히도 완벽한 계획에 우연한 계기로 인해서 파이크 소령은 모든 상황과 환경이 속임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연출과 이야기의 짜임새 

흥미로운 설정과 과연 어디까지 이야기를 밀어붙일지 기대하게 만들고 생각보다는 심심하게 정리되기는 하지만 무척 인상적이었다.

교묘함으로 가득한 작전에 감탄하기도 하고 그런 방식으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에, 생각지도 못한 방식에 말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어쩌면 실제로 그런 일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 당시의 시대라면 정말로 그런 일들이 있진 않았을까?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고도의 신경전과 심리전

그리고 성과를 가로채려고 하는 기회주의자로 인해서 완벽한 계획은 조금씩 문제가 생기게 되어가고 결국에는 모든 것이 산산조각난다.

엄청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거대한 시설을 만들어내고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상황과 환경을 그리고 착각과 오해를 만들어내지만 그런 시도는 사소한 우연들로 인해서 예상하지 못한 실수들로 인해서 들켜지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빈틈없이 계획되고 설계된 작전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그 작전을 대한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과 이해를 하게 되기도 한다.  그 당시는 정말 두 대립과 갈등이 첨예했을 것 같기도 하고 폭발직전이었을 것 같다.

나치는 점차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초조함과 성과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과격하거나 잘못되고만 있었을 때였으니까.

스스로 말하게 된 진실이 거짓이 되도록 꾸며내는 파이크 소령의 재치 있는 순발력과 모든 계획을 설계한 (독일계 미국인이며 나치인) 월터 게르버 소령의 대립과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무척 인상적이었고(그리고 신사적이었고), 오랜 기간 노력했던 자신의 연구와 성과가, 그 뛰어난 능력을 질투하고 자신들의 실수와 잘못을 숨기기 위해서 훼손될 것을 걱정하면서 그동안의 업적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려는 선택을 하게 되는 월터 소령의 모습은 처음에는 선량한 의도로 시작된 연구가 악의적으로 비뚤어지게 되었을 때 어떤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자신의 연구에 대한 애착이 자신의 생명까지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파이크 소령과 월터 소령의 만남은 아주 짧은 순간이기는 하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면서 또한 존중하기도 하는 그러면서도 각자의 다른 입장 속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서로를 적이라는 생각보다는 동료처럼 혹은 존중하고 존경하듯 나누는 대화는 긴장이 풀어짐과 동시에 어떤 아름다움을 지켜보게 되어버린다.

그 다음 상황에서의 탈출과 탈출을 성공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긴장감은 파이크 소령과 월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우아함에 비해서는 그리 눈길이 가지 않기 때문인지 어떤 식으로 끝낼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게 만들고 있고, 일종의 복수처럼 혹은 성공을 가로채고 출세만 생각하는 전형적인 악당(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나쁜 놈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이 어떤 식으로 벌을 받게 되는지를 보여주면서 깔끔함과 만족스러운 결말을 그리고 후련함과 적당한 끝맺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꽤 인상적인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어째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관심을 받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가 않는데, 독특한 설정과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벌이는 여러 신경전과 심리전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