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심 강한 프랑크 맥클라우드 소령은 예편 후 동료 전우의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키 라르고'섬을 찾는다. 하지만 그를 복병처럼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무시무시한 태풍과, 위조화폐 거래를 위해 밀입국해서 호텔을 전세내 투숙하고 있던 마피아 로코 일당. 밖에선 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가족과 인질로 잡힌 맥클라우드는 기회주의적이고 야비한 로코와 한바탕 심리전을 펼친다. 결국 탈옥했던 인디언 두 명과 경찰 한 명이 살해되고 태풍은 지나가나 짧은 안도의 순간처럼 맥클라우드와 친구의 부인 노라의 애정을 확인하자마자 맥클라우드는 로코 일당을 태우고 쿠바로 끌려가게 된다. 태풍이 지나간 뒤의 적막처럼 이별을 아쉬워하며 섬엔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배를 몰고 쿠바로 향하던 맥클라우드는 지금껏 보여준 온유한 태도를 버리고 로코의 정부 게이가 준 총으로 매섭게 인간 쓰레기를 청소하고 키 라르고 섬으로 돌아간다.”

생각은 생각대로

삶은 삶대로 되죠

생각이 늘 져요

존 휴스턴

험프리 보가트

로렌 바콜

에드워드 G. 로빈슨

이런 구성으로 나쁜 결과물이 만들어지리라는 생각이 (솔직히 말해서) 오히려 이상하리라 생각되기 때문에 ‘키 라르고’는 실망에 대한 걱정 없이 찾아보게 되었고, 빼어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실망하게 하진 않고 충분히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험프리 보가트는 항상 그렇듯 험프리 보가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로렌 바콜은 생각보다는 그리 눈부신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그다지 특색 없이 악당을 연기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는 허세와 염치없는 모습만 잔뜩 보여준다고 말하게 되는) 에드워드 G. 로빈슨은 특색 없고 개성을 찾기 어려운 악당에게 개성을 만들고 좀 더 작품에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심심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작품에 많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자신의 본성을 숨기려고 하면서 계속해서 머뭇거리려는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프랭크 맥클라우드에 비해서 본성을 숨기려고 하지 않고 하고 싶은 행동을 마음껏 행동을 하다가도 나약한 모습과 한심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에드워드 G. 로빈슨이 연기한 자니 로코의 모습이 ‘키...’에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지금 ‘키...’가 제작된다면 이보다는 더 거칠고 폭력적으로 다듬어냈을 것 같지만, 1948년 작품이기 때문인지 험악하게 진행되기 보다는 조금은 신사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인지 만약에 지금이었다면 어떤 식으로 더 살벌한 긴장감을 만들려고 했을까?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기도 한다.

실내극이면서 인질극이기도 한 연극적인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 ‘키...’는 원작이 있기는 하지만 굳이 찾아보려고 할 것 같지는 않고, 존 휴스턴의 특징을 생각해 본다면 그다지 원작을 마음대로 주물렀으리라 생각하기 보다는 되도록 원작이 전달하려는 분위기와 내용을 살리면서 자신만의 작품으로 완성시켜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어딘지 모르게 궁금증을 갖게 만들고

왠지 모르게 여러 가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불량스럽거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무척 신사적이고 점잖은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

빈털터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갖고 있는 것도 없고 떠돌기만 하고 있는 것 같은

정의감으로 가득한 자신의 본성을 숨기려고만 하고 있는 프랭크 맥클라우드는 그 자신의 본성을 숨기려고 하지만 간간히 숨기려고 하는 본성을 숨기지-참지 못하고 (정의감 속에서) 돌발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면서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지만 그 스스로는 내면의 갈등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려는 노력을 거두려고만 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만나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하지만 이미 전쟁터에서 사망한) 친구의 아버지와 (친구의) 아내(다시 말해서 미망인)를 만나기 위해서 키 라르고로 향하는 도중에 프랭크는 탈옥한 인디언들에 대한 경찰들의 수색을 접하면서 키 라르고로 향하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전에 계획한 것과는 전혀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어서 점점 더 신경질적이고 무모한 행동을, 굳이 그렇게 행동할 필요가 없음에도 거칠고 불량스러운 행동을 일삼는 자니 로코와 그의 부하들은 잠시 머물려고 했던 (프랭크 친구의 아버지와 친구의 아내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서로가 만나게 되고 그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서 잊지 못할 사건을 겪게 된다.

존 휴스턴은 좀 더 강박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신경전과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하면서도 때때로 다른 것에 관심을 빼앗긴 듯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한 이들을 호텔에 찾아오게 만들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호흡을 가다듬는 방식이라는 생각에 나름대로의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갈등이 불거지기 전 의심스러운 분위기와 인물들 그리고 답답하고 긴장감으로 가득한 공간-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솜씨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게 되기도 한다.

또한 폭풍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폐쇄된 공간과 그 공간에서 점점 더 갈등을 부풀리고 생각지도 못한 (어느 정도 예상가능하기도 한) 상황들을 만들면서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풀어내기도 하면서 여러 상황들을 어려움 없이 이끌어내고 있다.

생각보다는 상황의 긴박감과 긴장감이 심각하게만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팽팽함과 느슨함을 번갈아가도록 진행하고 있고, 상황 자체를 통해서 공포를 만들려고 하지 않으며 거칠고 투박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점잖은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되는데, 존 휴스턴은 그런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접근 보다는 프랭크의 내면의 갈등과 그가 그 갈등 속에서 보여주는 행동과 반응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들을 그리고 프랭크가 자신의 삶에서 잃지 않으려고 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것 같고, 그래서인지 그런 갈등 뒤에 만들어내는 총격전이 좀 더 통쾌하면서 프랭크의 내면의 갈등을 마무리 하는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사건이 종료가 된 이후 후련한 마음으로 호텔로 향하는 모습에서 어떤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범죄영화라고 말하기 보다는 한정된 공간에서 계속해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실내극이라고 말할 수 있는 ‘키...’는 험프리 보가트의 범죄 영화에서 항상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총격전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긴장감 보다는 개성 있고 대립과 갈등관계에 놓은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다투고 부딪치게 되는지에 좀 더 주목하고 있고, 그 갈등을 통한 긴장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심심한 작품이라고 말하게 될 수 잇을지도 모르겠다.

항상 마찬가지의 모습이지만 언제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험프리 보가트의 연기와 비굴함으로 가득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인상적인 에드워드 G. 로빈슨의 연기는 평범하면서도 준수한 작품에 좀 더 강렬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참고 : 영화에서 주변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인디언 탈옥자들과 폭풍을 피한 인디언들 그리고 죽은 경찰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한 (친구의 아버지인) 호텔 주인 템플의 모습은 간결하게 다뤄지지만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싶고 부드러운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로 인해서 배반당하고 사건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점이, 그것에 대해서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