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무어의 ‘왓치맨’과 함께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1980년대 최고작이라는 평가를 넘어서 그래픽 소설 역사를 통틀어도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는 평가 정도로 ‘배트맨 ...’을 말한다면 그건 어떤 의미에서든 잘못된 평가일 것 같고, 198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배트맨 시리즈가 갖고 있는 본연의 깊은 어둠을 잘 살려내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작품의 개성과 독창성이 높기 때문에 그래픽 소설에 대해서 얘기할 때 항상 빼먹지 않고 얘기되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며 직접 읽지는 못했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이하 배트맨)’을 접하니 어째서 이 작품을 그리 칭송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기도 하고 조금은 황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도 있기는 하고 너무 막나가거나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도 해서, 과장이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것들이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잘 녹아들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늙은 브루스 웨인의 고집과 단호한 확신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나쁘게 생각되진 않게 되는 것 같다.

‘배트맨’의 특징에 대해서는 워낙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다시 반복해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존의 배트맨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대부분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프랭크 밀러의 원작은 거기에 노년-늙은 브루스 웨인이라는 설정으로 인해서 좀 더 그가 갖고 있는 어둠과 광기, 선과 악의 갈등과 모호함 등을 인상적으로 살려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 작품을 모방하고 깊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배트맨’을 보게 될 때 어쩐지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모습에서 많이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1980년대의 미국 사회의 불안감과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도시는 범죄로 가득하고 엉망진창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감과 치안의 부재, 공권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모습과 정치인과 정치에 대한 불신과 조롱, 그들의 위선을 보여주면서(선거와 여론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안전을 찾으려는 시도-행동에 대해서, 자경단을 만들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그것이 초기 미국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수많은 원주민들의 위협을 스스로 지켜내면서 (그렇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원주민들을 위협하고 공격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살아가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브루스 웨인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브루스 웨인은 동의를 구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할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인다) 1980년대 당시의 미국과 미국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위기의식과 불안감 그리고 안전에 대한 강박관념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조용히 늙어가고 있던 브루스 웨인이 어떻게 그 자신의 어둠에 다시금 휩싸이게 되는지

폭력과 정의에 대한 굶주림이 어떤 식으로 그가 다시금 배트맨으로 활동하게 되는지

그가 행동하는 정의와 폭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배트맨’은 그런 것들에 대해서 검토하면서도 뮤턴트라는 무차별적인 폭력과 폭력 그 자체에 빠져든 새로운 광기를 함께 다루면서 더 강해지고 과격해지며 강도가 높아지는 폭력에 대해서 근심하기도 한다.

그걸 무척 자극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며 보여주면서도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그 누구와도 분명하게 다른) 어둠을 과거에 대한 환기와 계속되는 원한과 죄의식 속에서 다루는 것을 잊지 않고 있으며 그런 모든 것들이 훌륭한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로를 증오하며 점점 더 과격해지고 폭력적으로 되어가면서 선과 악은 점점 더 닮아가게 되고 있고, 정의가 추구하는 악에 대한 응징과 안정-안전에 대한 집착이 어떤 식으로 내면의 악을 (새로운 악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것 또한 또다른 범죄를 만들어내게 되는지를, 복수와 죄의식 그리고 내면이 혼란이 어떤 식으로 도시와 스스로에게 그리고 스스로의 내면에 지옥도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최선을 다해서 보여주고 있다.

1부의 경우 하비 덴트-투 페이스와 뮤턴트와의 대결과 갈등을 통해서 브루스 웨인이 다시금 배트맨으로 활동하고 새롭게 행동하게 되는지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며

지나치게 내면에 파고들면서

과장으로 가득하기도 하지만

극단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거북하기는 하겠지만 극단적으로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다른 작품들과 다른 개성과 특징을 만들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범죄에 대한 배트맨의 증오를

배트맨이 보여주고 있는 무자비함을

내면의 어둠과 정의에 대한 집착이 어떤 폭력을 만들고 있는지를

무척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상처받고 추악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면서 혼란을 잠재우고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이들을 이끌어 줄 지도자를 찾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 여러 내용들을 2부에서 좀 더 심화시키고 폭발시키고 있다.

다소 엉뚱하고 황당한 내용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참고 : 배트맨 시리즈에서 여성들은 대부분 주변에 머물고 있었는데, ‘배트맨’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다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