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플로이드의 전 리더이자 베이시스트인 로저 워터스는 <로저 워터스 더 월>을 통해 그의 장대한 음악적 여정을 이 영화를 통해 들려준다.

솔로 가수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투어 ‘더 월’을 바탕으로 한 <로저 워터스 더 월>은 세계적인 콘서트를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획기적인 컨셉의 콘서트 영화이다. 또한 과거로의 여정을 통해 인간이 치러야 하는 전쟁의 대가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반전영화이자 로저 워터스 자신이 전쟁으로 인해 평생을 느껴야 했던 상실감과 그의 빛나는 예술적 감각이 혼재된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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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무척 좋아한 적이 있었다.

반복해서 듣는다는 말을 넘어서 끼고 살았다는 말을 하게 될 정도로, 좀 더 과장한다면 빠져들었고 심취해 있었다는 표현을 하게 될 정도로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지겨울 정도로 들었었는데, 그렇기 때문일까? 감수성으로 가득하던 시절 자주 찾아들었던 음악들 중에서 잊을만하면 다시금 찾게 되는 음악들이 많은데 유독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은 찾게 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냥 지겨워진 것일 수도 있고

관심이 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은 핑크 플로이드가 들려준 거대함이 싫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잊고 지내던 핑크 플로이드였고, 그래서인지 (핑크 플로이드의 핵심이었던) 로저 워터스에 대해서도 무관심했었는데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로저 워터스 더 월’을 보게 되니 조금은 복잡한 기분과 반가운 기분이 들게 되었고, 한창 즐겨들었던 그때의 순간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어떤 주제를 갖고 있는 음악을 (혹은 이야기 흐름을) 만드는 것을 즐겨 하던 (혹은 당연시하던) 로저 워터스의 성향-버릇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단순히 엄청난 규모의 콘서트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로저 워터스는 단순히 음악적 시각적 그리고 규모에 있어서 거대하고 압도적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나오는 콘서트만이 아닌 (그렇게만 만들었어도 충분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다뤄졌을 것 같다) 로저 워터스가 자신의 음악을 통해서 즐겨 다뤘던 로저 워터스 개인의 내면과 콘서트 장면을 번갈아 다루면서 좀 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콘서트의 주제와 긴밀한 연관관계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두개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로저 워터스 개인의 내면을 파고들기도 하고, 다른 방식으로 콘서트를 통해서 (자신의 자의식과 함께)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로저 워터스가 자주 보여주었던-들려주었던 접근이기 때문에 그다지 놀랍거나 색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방식을 여전히 놓지 않으려는 모습에, 그리고 아주 탁월한 완성도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흠잡을 것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런 방식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과 로저 워터스의 음악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로저...’에서 다뤄내는 이야기와 접근 방식이 크게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강렬하면서도 뭔가 뒤죽박죽인 것 같다는 생각에 어리둥절하기도 하겠지만 느긋한 기분으로 멋진 공연을 즐기면서 로저 워터스 개인의 여행길을 따르다 보면서 두 개의 이야기가 조금씩 하나로 겹쳐지면서 (공연에서 보여주는) 자의식 과잉과 설득하기 보다는 단언하듯 외치고 강요하듯 자신의 생각을 내놓는 로저 워터스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될 수 있게 된다.

우선 공연에 대해서 먼저 얘기를 하게 된다면 핑크 플로이드의 최고작 중 하나인 (그러면서도 듣고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경험하고 보게 된다고 말하게 되는, 로저 워터스의 복잡한  내면을 인상적으로 그려냈으며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더 월 The Wall 앨범을 기반으로 여러 히트곡들과 전쟁과 정부 그리고 자본주의 및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흐름을 만들어내고 있고, 엄청난 규모로 투입된 거대한 볼거리들을 통해서 단순한 콘서트가 아닌 볼거리와 일관된 주제-생각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쏟아내고 있어서 감탄하게 되면서도 그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어쩐지 부담스럽게 되기도 하는 느낌이었다.

로저 워터스의 음악과 주제가 뛰어나고 인상적이면서도 뭔가 버겁다는 느낌도 들 때가 있는 것은 그런 이유이기 때문은 아닐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겠지만 변함없이 자신의 생각과 방식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때때로 조금은 다른 방식도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불만스럽거나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을 떠나서 어쨌든 대단한 것 같다.

콘서트의 명장면들 사이사이에 로저 워터스의 개인적인 이야기,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로저...’는 단순히 거대한 콘서트만을 담고 있는 작품이 아니게 되어버리는데, 이런 시도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로저 워터스답다는 생각도 들게 되기 때문에, 내면과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 로저 워터스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그 한계나 문제점 또한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각이 따로 나뉘어져 있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밀접한 연결보다는 느슨하고 헐거운 연결을, 그리고 조금은 욕심을 부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결과물이 아주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콘서트에서의 박력 있는 모습과 개인으로 돌아갔을 때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 속에서 울적하고 적막한 슬픔이 잘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그 오락가락하는 모습에서 좀 더 로저 워터스 개인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모습들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찾게 되기보다는 일정한 품위를 지켜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기억되는 장면들은 엄청난 규모의 콘서트인 것 같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갔으리라 생각되는 공연은 그 규모와 연출력 그리고 음악이 완벽하게 들어맞고 있으면서 마치 영화-뮤지컬-오페라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어떤 과잉된 거대함을 그리고 로저 워터스가 들려주려고 하는 (자신의) 생각을 노골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우면서도 (앞서 말했듯) 윽박지르듯 자신의 생각을 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위태위태한 기분도 들게 되지만 과잉된 자의식이 폭발하고 폭주하기 보다는 한계까지 향하다 자연스럽게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공연의 끝과 함께 (영화적으로) 영화의 끝과 시작이 맞물려지도록 만들어 (시작과 끝을 연결되도록 하는 방식에) 약간의 웃음을 짓게 되기도 한다.

여전히 그런 방식을 고집하는 모습에 그저 웃음이 나오게 된다.

여전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에

여전히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그러면서 자신의 기억과 내면의 슬픔을 여전히 부여잡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되기도 하고 이제는 조금은 편해질 때도 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직접 공연을 접한 사람들이 그저 부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