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핑크팬더 2016.04.29 09:12:29
<캡틴 아메리카-시빌워>가 개봉하면 본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다. 목요일이 아닌 수요일에 개봉하여 이왕 보기로 한 거 조조 1회를 보기로 결정했다는 아니고. 원래 조금 여유있게 10시 걸 보기로 했는데 9시가 더 넓은 극장이라 변경했다. 본다고 하니 와이프가 함께 보겠다고 하고 막내도 보겠다고 한다. 거참.. 유치원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심지어 첫째는 오늘부터 중간고사가 시작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가자마자 극장으로 출동했다. 물론 영화 보러 간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캡틴 아메리카를 봤다. 신기하게도 1편은 무척이나 유치하다고 생각해서 볼 생각도 안 했다. 2편 윈터솔져는 볼까말까 아주 잠시 생각을 했지만 말았다. 나중에 보고선 무척 잘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성으로 보자면 지금까지 마블영화중에 으뜸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시빌워'는 분명히 캡틴 아메리카의 3편에 해당하는데 출연진을 보면 영화 제목은 전혀 동 떨어지게 보인다. 오히려 '어벤져스'의 스핀오프라고 해야 할까.
마블 영화가 대단한 것은 일본 망가 - 드래곤 볼이 만든 내러티브 구조인 - 가 시간이 지나며 어려운 과정을 하나씩 클리어 할 때마다 능력이 좋아지고 더 강한 상대방을 물리치는 것과 같이 내용이 좋아진다. 마블 영화를 챙겨봐서 익숙해진 것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내용이나 퀄리티 면에서 갈수록 좋다. 더구나 각자 캐릭터가 자신의 세계관에서 활동하지마 이들이 전부 같은 세계에 존재하는 걸로 천지창조를 했기에 모든 영화가 연결마저 된다.
그동안 계속해서 예고편을 보며 관심은 증폭되고 호기심은 올라가고 흥미는 돋구워졌다. 더구나 도대체 어떤 인물들이 출연하느냐를 두고 계속 설왕설래를 했다. 그렇게 보면 마블의 마케팅 능력도 대단하다. 관객들이 알아서 떠들고 전파하고 찾으며 집중시켜주니 말이다. 그렇게 큰 기대(?)를 안고 영화를 관람했다. 재미있고 흥미롭게도 조조인데도 사람이 꽤 많다. 보통 조조는 대부분 5명이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예전 <어벤져스>때도 그렇듯이 몇 십명은 된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액션씬이다. 분명히 영화는 판타지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액션을 보면 누가 액션 씬 연출을 하고 합을 구성하는지 몰라도 촘촘하게 잘 엮었다. 펑펑 날라가고 영웅들이라 맞아도 잘 죽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당히 현실적인 액션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지금 보고 있는 영화가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든다. 그들이 펼치는 말도 안되는 여러 요술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측면도 있지만.
제목은 캡틴 아메리카이고 주인공이 크리스 에반스가 맞을텐데 영화에서 주인공이라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비중이 거의 비슷하고 굳이 이야기하자면 아이언맨과 공동 주인공 정도라고 할까. 이토록 주인공 비중이 작은 영화가 있을까싶다. 분명히 다른 캐릭터보다 보다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 비중과 역할이 다른 영화 주인공에 비하면 절대적이진 않다. 이번 작품에 새롭게 추가된 영웅은 블랙 팬서가 유일하다. 다른 캐릭터는 이미 각자 주인공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익숙하다.
그런 이유로 블랙팬서는 상대적으로 설명하는 시간이 타 캐릭터에 비해 길고 비중도 제법 된다. 능력치도 켤코 우습게 볼 수 없다. 블랙 위도우와 블랙 팬서는 따로 독립된 영화도 기획하고 있다니 마블 영화는 계속 확장되고 확장되며 영화 자체내에서 이합집산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스파이더맨도 나오는데 심각한 캐릭터가 아닌 재미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하지만 이번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앤트맨이다.
앤트맨 영화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영화를 본 모든 사람은 반드시 틀림없이 어김없이 앤트맨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예상치도 못한 앤트맨의 변화에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한 1분 정도는 계속 웃었던 듯 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심각한 장면에서 그렇게 유쾌한 구성이 펼쳐질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입이 근질하지만 - 손이구낭..ㅋㅋ -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영화를 보며 분명히 야들끼리 싸우는 것 말고 다른 적이 있을 듯 한데 한 예측은 맞았지만 틀렸다.
엄청난 적이 기다릴 것처럼 했는데 막상 자신들끼리 전투가 더 치열했다. 공항에서 전투씬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장면인데 무려 12명이 서로 얽히고 섥히며 치열하게 전투하는 장면의 액션은 비장하기보다는 재미있다. 앤트맨 덕분에 엄청난 위트있게 펼쳐지기도 하고. 추가로 스파이더맨이 기름칠도 해주고. 예고편에 나왔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가 서로 치고 받으며 싸운 장면도 볼 만하다. 그 합을 짜고 찍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을 듯 하다.
현재 마블의 여러 준비된 작품들을 볼 때 이런 영화는 다시 나오지 않을 듯 하다. 이 정도의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나와 치고 받는 것도 없을 듯 하다. 절대 악이 나타나 뭉치는 영화는 이미 <어벤져스>로 예정되어 있지만 그 영화가 이번<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처럼 많은 캐릭터들이 균형있게 비중을 차지하며 영화를 끌어갈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들 정도다. 영화 감독인 루소 감독에게 블럭 버스터 흥행 영화를 만들라고 했더니 흥행과 작품성까지 한꺼번에 만족시킨 영화를 만들었다는 평은 과한 칭찬은 아니다.
막내가 아직까지 한글을 못 읽어 옆에서 계속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물어 엄마가 답변하느라 집중 못하는 곳도 있었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예전에 종영하고 다음 떡밥을 던지더니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최근 마블 영화의 조금 변한 추세라고 하면 추세다. 마블 영화를 쭈우욱 봤던 사람은 반드시 봐야 할 영화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킬링타임용 영화로도 부족하지 않다.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지루하진 않으니까. 이런 영화가 그거면 족하지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