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디즈니 만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었다. 내가 어릴 때는 물론이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거의 대부분 권선징악류의 내용과 아이들이 보며 즐겁게 볼 수 있는 만화다. 함께 보는 어른들을 위해 조금은 덜 유치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차용할 뿐 이걸 아이들이 보고 재미있어할까라는 애니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런 시도는 꾸준했다. 일본 애니같은 경우 사실 아이를 위한 영화는 아니다.

미국 헐리우드에서 만든 영화들은 늘 아이들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 디즈니는 확실하게 어른과 아이를 동시에 잡는 법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 아니,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장르로 애니메이션을 받아들였다. 그만큼 디즈니를 비롯한 애니메이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까놓고 마블 영화에 열광하는데 다를바가 뭐 있을까. 또한 어릴 때 애니메이션을 보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다. 이들은 음지에서 몰래 만화책을 보던 세대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했던 것이 아닐까한다. 어느 순간부터 디즈니 만화는 아이들용이라는 선입견없이 볼 수 있는 디즈니 만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철저하게 아이들용 만화는 분명히 끊임없이 나오고 앞으로도 나오겠지만 어른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온다. 이건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 어른들 중에는 아이때문에 영화를 못 보는 부모가 있다. 부모에게는 1석 2조다. 아이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는 영화가 아닌 자신이 즐겁게 보는 영화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문화가 열렸다.

워낙 확 타올랐다, 확 사라지는 한국에서 타이밍을 놓치면 영화를 못 보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한 달도 하는 영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1~2주만에 내리는 작품도 있고 보고 싶어도 시간대가 맞지 않아 못 보는 영화도 있다. <주토피아>는 입소문으로 볼 수 있었던 영화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극장에서 뜨문 뜨문 상영했다. 타이밍을 놓치면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영화가 되었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나며 개봉한 다른 영화들이 최근에 대박난 영화가 없다보니 조금씩 상영시간이 늘어나며 볼 수 있었다.

이런 추세는 분명히 다음주 화요일까지 갈 듯 하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가 나오면 현재 분위기로 볼 때 극장가를 완전히 평정할 듯 하다. 더 늦기 전에 보기로 결정하고 봤다. 초반에 시작하자마자 느낀 것은 최근 유행하는 영어덜트 장르였다. 특히 주디 홉스가 경찰 훈련을 받고 주토피아로 가는 장면 등은 명백히 <헝거게임>과 흡사했다. 갈수록 영어덜트 문화는 더욱 커질 듯 하다. 과거에 비해 나이를 먹어도 젊고 어려보이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한.

<주토피아> 영화 자체도 다양한 의미로 읽을 순 있다. 맹수와 초식동물이 다함께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동물인가에 따른 차별없이 다들 평등하게 살 수 있다. 동물 고유의 성격마저 버릴 수 없어 각자 역할이 사회에서 주워졌다. 토끼인 주디는 맹수들만 하고 있는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경찰학교를 최우수로 졸업한다. 맹수처럼 힘은 없지만 자신의 작은 몸과 주변 지형과 맹수들을 역으로 이용해서 좋은 결과는 냈다.

주토피아로 발령받은 주디는 너무 당연히 주차요원역할을 맡는다. 우연히 만난 여우인 닉과 만나 인력이 없어 포기했던 실종사건을 맡는다. 재미있게도 각자 동물의 성격을 잘 살렸고 여러 영화 속 캐릭터도 차용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대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보면 각 동물과 동물들이 각자 모여사는 지역이 있는데 그들은 환경 특성에 맞는 동물이지만 이를 지구위에 살고 있는 인간으로 치환해도 결코 억지는 아니다.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주토피아>에는 있다. 이 영화를 보고 그 장면을 언급하지 않으면 영화를 보지 않은 것과 똑같다. 괜히 본 척해도 그 장면을 언급하지 않으면 거짓말한 것이다. 바로 나무늘보!!!! 이 장면은 웃지 않을래야 웃지 않을 수 없는데 명백히 공무원을 오마쥬(??)한 내용이다. 그걸 보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도 똑같다. 하긴 외국은 한국에 비해 그런 면에서 빨리 빨리 문화가 없어 더 늦겠지만.

영화를 보다 아무래도 경찰서장인 라이언 하트 목소리가 <위플래시>의 J.K 시몬스 같았는데 역시나 맞았다. 그 외에는 잘 모르겠는데 이런 면에서 한국에서 더빙도 신경 썼으면 한다. 그저 연예인을 더빙하는 걸로 광고를 하는데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로 캐스팅했으면 한다. 실제로 디즈니는 처음부터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 배우를 미리 선정하는 걸로 안다. 한국이 그렇게는 못해도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택하면 좀 더 더빙판도 어른들이 볼 맛이 나지 않을까.

<주토피아>는 발상의 전환과 동물을 인간 군상에 맞게 캐릭터를 잡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신선하고 참신했다. 재미있다는 평을 많이 들어 기대를 갖고 관람해서 그런지 재미는 다소 덜했다. 내용도 솔직히 익숙한 전개였고. 그래도 작가들과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도 잘 알고 있었는지 기승전 나무늘보가 되었다. 마지막에 나무늘보가 다시 나타나 반전을 선사하니 말이다. 아마도 이제 디즈니는 어린이를 제외한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더 만들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