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의 최근 출연자는 장르상 코믹 가족 드라마가 성공했다. 그동안 꽤 다양한 출연작품이 있지만 대중에게 각인된 작품들은 대부분 그렇다. 정작 엄정화의 이미지는 섹시이미지인데 성공한 영화는 가족 드라마다. 그래도 엄정화가 출연한 작품들에서 엄정화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저 나온 여주인공이 아니라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역할이다. 이번 <미쓰 와이프>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아예 엄정화가 극을 이끌어간다는 걸 보여준다.

놀라운 점은 송승헌의 변신이다. 늘 잘난 얼굴에 비해 연기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 실제로 아쉽기도 하지만 - 항상 작품에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배우다. 실제로 송승헌때문에 성공했다고 하는 작품은 거의 없다. 송승헌이 나온 작품이 성공해도 작품 이야기를 하지 송승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언제나 멋진 역할을 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번 작품에선 꽤 인상적이다. 무척이나 평범한 연기를 했기에.

사람들은 흔히 성격파 연기자를 인상깊게 본다. 일상을 연기하는 배우는 쉽게 보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부을 때 놀라면서 연기를 잘 한다고 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갈 때 그렇게 강력한 에너지를 쏟아가며 살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편안하게 평소 생활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연기가 훨씬 더 어렵다. 연기하는 티가 전혀 나지 않으면서 못하면 금방 티난다. 캐릭터 연기는 차라리 포인트만 극단적으로 보여줘도 사람들은 잘한다고 칭찬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송승헌과 엄정화 모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연기했다. 그 중에서도 송승헌의 연기는 나이를 먹어가며 편안한 일상적인 연기를 해서 오히려 좋았다. 아주 조금 더 자신을 내려놓으면 훨씬 더 좋은 연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연기 칭찬도 받을 듯 한데 그 조금이 무척 힘들다. 원래 사소한 부분이 가장 어려운 것이니. 연기를 잘하는 것은 연기자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인데 연기력 공부하는 배우가 좀 적다.

영화는 지극히 평범하고 통속적이라 딱히 많이 할 말은 없다. 우연한 사고로 죽을 뻔한 연우(엄정화)는 죽은 때가 아니었는데 잘 못해 죽게 되었지만 딱 한 달만 성환(송승헌)의 아내로 살아야 한다. 잘 나가던 변호사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정의와는 상관없이 살아가던 연우에게 오래된 작은 아파트에서 생활은 답답하고 아이들은 귀찮기만 하다. 그래도 그 가족과 잘 살아가지 않으면 그대로 죽는다는 약속때문에 성실히 결혼생활을 위해 노력한다.

예상했던 것처럼 온 가족을 위해 자신을 조금 죽이고 희생한다. 이런 노력이 결코 미련하고 멍청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연우는 깨닫는다. 더구나 마음속에서 밀어낸 아빠때문에 가족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모든 식구들이 함께 지지구 볶으며서 서서히 동화되며 자신의  생명보다 가족을 더 위하는 엄마이자 아내로 변신한다. 재미있게도 변호사로서 모든 기억은 갖고 있어 중간 중간 법적인 해결도 한다. 역시나, 법은 알아 놓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판타지적인 출발과 요소를 갖고 있지만 영화는 정작 판타지적인 내용을 완전히 배제한다. 충분히 어떤 능력이나 변호사로 갖고 있던 재력도 쓸 수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쓰지 못하고 오로지 성환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로써만 살아가게 제약한다. 그 와중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행복에 대해 깨닫는다. 다시 시간이 지나 성환 가족은 찾지 못하고 꿈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에 예상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영화는 그렇게 편안한 가족 드라마다.

재미있게도 디즈니 영화는 유치하지만 꼭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를 꾸준히 만든다. 이런 영화를 보며 좋아한다. 이상하게 한국 영화는 어딘지 심각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찾다보니 이런 가족 드라마 영화는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제법 만들어진다. 대박을 내진 않아도 일정 이상의 장르적인 팬이 있다. 그리 많은 자본이 투자되는 것도 아니니 이런 영화는 유치할 수는 있어도 자주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보니 최근에 디즈니 가족 영화는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한국 영화가 좀 다양해졌고 수준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이런 영화에서 너무 많은 걸 바라기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보면 되지 않을까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 권한다. 실제로 흥행도 예상 밖으로 성공한 것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