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 영화 <어바웃타임>에 나오는 레이첼 맥아담스때문에 꼭 보고 싶었다. 절대적 요소는 아니었지만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였다. 지난 겨울에 보고 싶었지만 여차하다보니 미처 보지 못했다. 그렇게 타이밍을 놓치고 이번에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다. 그렇게 생각을 했다. 막상 영화를 보면 로맨스적인 내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전체적으로 팀(돔놀 글리슨)이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사랑을 갖는다는 내용인 건 사실이다.

21살이 되었을 때 부터 팀의 가족은 가족력이 나타난다. 그것은 원하는 시간대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있다. 생각해보면 이 점이 신기한 것인 부모가 굳이 알려주지 않았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돌아가고 싶은 장소와 시간을 생각해야만 가능하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하는데 몰랐다면 우연이라도 가능했을까.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선대 중에 누군가 우연히 발견했을텐데 놀라지말라고 알려주는 것일까.

이런 놀라운 능력을 알게 된 팀은 신기하게도 오로지 여자친구를 사귀는 데만 집중한다. 다른 것은 눈꼽만큼도 관심없다. 21살의 남자에게는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일지 몰라도 첫 사랑을 실패하고 무작정 도시로 상경한다. 아무리 시간을 돌려도 여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만 깨닫고 우연히 만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에게 꽂힌다. 불행히도 시간을 되돌리면 변한다. 메리의 연락처가 중요한 상황을 변경하며 사라진다. 오로지 기억에 의지해서 메리를 찾는다.

그를 다시 만난 팀은 메리의 환심을 얻기위해 계속 노력한다. 시간은 그저 도울 뿐이다. 메리와 합쳐질 때 그는 적극적으로 용기를 갖고 대시한다. 사랑은 용기있는 사람이 갖는다. 시간을 되돌려 돌아갈 정도로 그는 사랑을 쟁취하려 노력한다. 메리와 결혼까지 한 팀은 아이도 생겼다. 동생의 불행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니 자녀의 성별이 달라졌다. 팀은 지금까지 자신이 애정을 쏟은 자녀를 포기할 수 없어 원래대로 돌려놓고 동생을 끈질기게 설득해서 불행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한다.

시간이 되돌린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는 순간을 막을 수 없었다. 그저 죽기 전 상황을 돌아가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아빠도 팀이 미래에서 다시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도 과거로 돌아가기보다는 현재를 인정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도 팀은 가끔 아버지가 돌아가기 전 과거로 가서 함께 탁구도 친다.

메리는 셋째를 요구한다. 새로운 탄생과 함께 아버지를 더이상 볼 수 없는 선택의 순간에 팀은 새로운 탄생을 선택한다. 아버지는 시간을 되돌아 가지 말고 하루를 한 번 더 살아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팀은 똑같은 하루를 그대로 반복하며 행복한 삶을 만끽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바로 지금 오늘을 충실히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과거로 돌아가려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사랑의 블랙홀>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바웃 타임>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순간을 끊임없이 반복한다고 행복이 더 증가하지 않는다. 이미 경험한 행복을 다시 경험해도 행복은 줄어든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경험으로 행복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릴 때처럼 행복을 덜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알고 있고 경험해 봤다는 지레짐작은 행복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래도 경험하며 현재를 즐겨야만 우리는 행복하다.

누구나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면 하는 순간이 있다. 그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지만 그렇게 해도 변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잃게 되는 순간이 온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행복의 지름길이다. 아이스크림을 지금 먹을 때 가장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행복하다고 과거로 돌아가 다시 먹어도 행복은 늘어나지 않고 배만 불러 더부룩할 수 있다. 차라리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갈 때 진정으로 행복은 우리에게 햇살을 비친다.

생각보다 레이첼 맥아담스가 많이 나오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여전히 귀엽고 예쁘게 나와 그것으로 만족한다. 로맨스 영화로만 알고 봤던 영화가 생각도 전달해 주고 잔잔하게 애뜻한 감정도 전달해 줘서 좋았다. 확실히 좋은 영화는 스펙타클한 영화보다 이렇게 잔잔하고 느린 템포의 영화에서 얻는다. 시간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무가치하게 여기지만 - 나라고 다를 바 없지만 - 다시 한 번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현재를 행복하게 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