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한 세계적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가 휴가를 위해 스위스의 고급 호텔을 찾는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노장 감독인 ‘믹’은 젊은 스탭들과 새 영화의 각본 작업에 매진하지만 의욕을 잃은 ‘프레드’는 산책과 마사지, 건강체크 등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이때 영국 여왕으로부터 그의 대표곡인 ‘심플 송’을 연주해 달라는 특별 요청이 전해지지만 ‘프레드’는 더 이상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거절하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27564

파올로 소렌티노의 작품은 생각지도 못한 경험 그 자체였다.

아버지를 위한 노래

그레이트 뷰티 

어쩌면 단지 두 작품만을 접했기 때문에 너무 높은 평가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작품이었고, 이런 성향의 작품에 대해서 좋다 싫다를 말하기 전에 말 그대로 얻어맞은 느낌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빨려들고 끌려들어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현기증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을 정도였다.

이야기 구성 보다는 감정을 내세우고 있고 감수성과 함께 인상적인 화면을 (이야기보다 우선) 염두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헐거운 이야기를 멋진 장면과 음악을 통해서 간신히 이어붙이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단점이고 아마도 결국 해결해내지 못할 것 같다) 그런 냉정한 평가를 넘어서는 보는 사람을 압도해내는 힘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숙이고 경탄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파올로 소렌티노의 새로운 작품은 항상 기대의 대상이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전력으로 만들어낸 다음 작품이기 때문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 무슨 수로 ‘아버지를 위한 노래’와 ‘그레이트 뷰티’에 버금가는 작품을 연이어 만들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크기만 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라 그런 생각보다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 때문인지) 역시나 ‘유스’는 조금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피곤한 인상과 쉬고 싶다는 느낌이 크게 들게 되는 작품이었다.

마치 작품의 주인공 프레드가 휴식만을 찾고 싶은 듯이 하지만 반대로 그의 친구 믹이 계속되는 영화 작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듯이, 그 둘이 파올로 소렌티노의 생각 속에서 다투고 화해하고 대화를 나누듯이 파올로 소렌티노는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놀라운 순간을 보여주다가도 힘이 떨어진 듯이 엉성함을 아웅다웅하며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부디 모든 것에 자포자기해버려 등장인물인 영화감독 믹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고급스러운 스위스 휴양지에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프레드를 중심으로 만나게 되는 그리고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엮어낸 ‘유스’는 언제나처럼 일관된 이야기라고 말하기 보다는 흐르는 정서와 감정을 따라가도록 만들고 있고, 그런 과정 속에서 파올로 소렌티노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담겨져-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모양새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는 덜 만족스럽다는 점이 불만이기는 하지만 방식이나 구성은 다를 것 없었기 때문에 파올로 소렌티노의 작품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나쁘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어떤 주제를 주의를 기울여 집중적으로 이끌거나나 접근하기 보다는 주변적으로 다루거나 은근슬쩍-어수선하게 끄집어내고 있기 때문에 산만하게만 느껴지게 만들지만 느긋한 기분에서 보게 된다면 조각나고 흩뿌려진 이야기들 속에서 진귀한 무언가를 찾도록 의도한 것 같다는 생각을(도) 하게 된다.

그게 얼마나 삶에서 귀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전혀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달라지겠지만.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하루하루가 고된 삶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신선놀음처럼 보일 뿐이고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거칠고 혼란스러운 치열함만이 모든 삶이 아니기도 하니 고상한 척하는 이런 삶에 대한 이해도 그저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생각해보는 것도 아주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너무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가끔은 파올로 소렌티노의 생각이 너무 아름다움만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될 때가 있어서 현실에서 너무 벗어난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될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지치고 피곤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은 완성되고 있고, 작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마이클 케인(과 하비 케이틀) 덕분에 젊음과 늙음 그리고 삶에 대한 복잡한 생각들을 (조금은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흥미를 잃지 않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언제나처럼 음악적 선택에 있어서 항상 감탄하게 만들고 

인상적인 장면을 곳곳에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에 대해서 삶에 대한 애정에 대해서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그리고 숨기고 싶은 진실과 온갖 잡동사니와 같은 여러 생각들에 대해서

파올로 소렌티노는 (항상 그렇듯) 어리둥절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고 어쩌다 저런 방식을 선택했는지 아리송하게 생각하게 만들면서도 결국에는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니면 그의 방식을 무시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식은 없을 것 같다.

마지막에서 등장하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어쩌다가 출연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건 아마도 ‘그레이트 뷰티’가 만들어내는 이상할 정도로 두근거리게 만드는 여운을 못 느끼게 되면서 들게 되는 호기심일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으로 인한 반작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대와 만족 그리고 실망이 오락가락하며 ‘유스’를 즐기게 된다.

아직 젊음과 늙음 그리고 청춘과 노쇠함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해보기에는 충분히 늙지 못했고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들게 되는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저 아쉬움을 느끼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참고 : 파올로 소렌티노의 음악 선택은 항상 감탄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음악을 듣기에 그런 선택을 보여주고 있는지. 그 덕분에 영화를 통해서 잠시 마크 코즐렉을 만날 수 있었다.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