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인 또한 죽는다! Hangmen Also Die!
후니캣 2016.02.03 13:19:46
“나치에게 점령된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를 스파이와 반역자, 무정부주의자, 프로레탈리아 혁명가들이 암약하는 도시로 묘사한 배경부터 특이한 이 영화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수없이 제작된 헐리우드 반나치 작품중에 하나로 선전영화 냄새까지 더해지면서 드는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프리츠 랑 감독으로 대표되는 독일 표현주의 양식을 헐리우드에 접목한 초창기작품중에 하나로 흥미롭다. 밀실 공포증을 유발시키는 밀폐된 어두운 방을 배경으로 검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악몽을 꾸는 듯한 분위기속에 한 배신자를 암살자로 몰아가는 치밀함이 압권으로 다가오는 스릴러를 기만과 음모, 배신을 뒤섞어 반나치 분위기로 완성시키고 있다”
참고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837831&cid=42161&categoryId=42161
프리츠 랑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이름일 것이고, 무조건 그의 작품을 봐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프리츠 랑의 작품은 영화적인 재미와 함께 그 완성도에 있어서 그리고 보여주는 (표현의) 방법에 있어서도 탁월함과 경탄을 느끼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영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서 (여전히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할 때 그의 작품들을 접하기 시작했는데, 워낙 아는 것이 부족해서 제대로 그의 작품을 즐겼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무척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언제나 그의 작품을 흠모하고 다시금 찾아보리라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마음만 이렇지 매번 나중으로 미루기만 할 뿐이지만.
프리츠 랑의 작품들은 개인적으로는 히치콕의 작품이나 장 피에르 멜빌의 작품들처럼 영화가 보여주고 담아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담아내는 것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하면서 향한 것이 아닌 미국행은 프리츠 랑에게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 독일에서의 생활과 활동에서 (강제에 가깝게) 벗어나 전혀 다른 곳으로 머물면서 작업하는 것이 그에게 어떤 영향이 미쳤을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에서의 걸작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게 되는 미국 시절의 작품이기는 했지만 사람들에 따라서는 프리츠 랑의 걸작들 중 하나로 미국 시절의 몇몇 작품들을 꼽기도 해서 아주 형편없는 작품들만을 만들어내진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독일 시절의 그 영광스러운 작품들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하게만 느껴질 수 있을지라도.
미국 시절에 완성한 프리츠 랑의 작품들 중에서 걸작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인상적으로 보게 된 ‘사형집행인 또한 죽는다!’는 조금은 선정적이고 선언적인 제목이면서 전쟁(2차 세계 대전)이 여전히 진행되는 중에 발표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여러 가지로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일 것 같다.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각본에 참여했기 때문에 좀 더 인상적으로 보도록 만드는 ‘사형집행인...’은 나치가 점령하고 있던 체코 프라하를 무대로 악독하기로 유명했던 나치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매력적으로 배치해내고 있으면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여러 이야기들을 잘 통제하면서 프리츠 랑(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뛰어난 순간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저런 식으로 잘 정리해내고 관리할 수 있었는지 감탄하게 만든다. 연출의 영리함과 뛰어남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 편집에서 뭔가 허술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물론, 간간히 흠잡고 싶거나 불만스러운 순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촘촘한 구성과 훌륭한 연출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고, 이야기 또한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진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프리츠 랑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없을 작품인 것 같다.
우선 말해야 할 것은 ‘사형집행인...’이 암살을 성공하게 되는 과정을, 그 과정의 어려움과 노력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이다. ‘사형집행인...’은 암살 이후의 보복과 암살범을 찾기 위한 수사, 마구잡이로 당하는 보복 속에서 과연 암살을 한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고 억압받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 함께하고 배신하고 혼란 속에서 당황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 점이 무척 특색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암살을 한 다음 여러 고뇌에 빠지는 스보보다의 난처한 입장
암살범을 찾기 위해서 어떤 수단 방법도 가리지 않으려는 교활한 그루버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보여주는 배신자 차카의 위선
올곧음을 선택하고 어떤 흐트러짐도 보여주지 않는 존경을 갖도록 만드는 노보트니 교수
우연하게 사건에 개입되어 큰 혼란에 빠져드는 마샤 노보트니가 겪는 여러 갈등과 고뇌들
이런 여러 내용들이 한꺼번에 진행되면서도 어려움 없이 이해되고 각자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그릇된 모습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들을 해보도록 의도하고 있다.
암살의 성공 이후
예상 밖의 상황들로 인해서 벌어지는 당혹스러움
우연한 만남
붙잡히지 않기 위한 간곡한 부탁
정치적 신념과 조국에 대한 애정에 관한 대화들
타협 없이 자신의 생각을 지켜내고 불의에 저항하는 것
피의 보복 그리고 학살
생각지도 않은 호의와 선택으로 인해서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지는 불상사
협박과 회유 그리고 압박
쫓고 쫓기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긴장감과 날카로움 그리고 위기를 벗어나는 재치들
나치에 저항하는 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과 배신자들
수용소의 풍경과 그곳에서의 삶 그리고 신념을 잃지 않는 것에 대해서
대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과연 어떤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교묘한 심문 과정과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편집의 뛰어남
죽음을 각오하는 용기에 관해서 그리고 죽음을 피하려고 할 때의 인간의 솔직한 본성
삶의 무게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서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적나라한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사람이 과연 어디까지 숭고함과 아름다음을 찾을 수 있는지를 반대로 얼마나 혐오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보복과 복수의 과정 속에서 올바른 선택과 대의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끊임없이 위기에 내몰려지는 여러 과정들의 연속 속에서 보여주는 긴장과 압박감
배신자에게 어떤 식으로 누명을 쓰게 만들고 어떤 통쾌한 복수를 하게 만드는지를
그 복수의 과정에서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 때 어떤 식으로 거짓을 통해서 한 사람을 궁지에 몰게 되는 것인지를, 그것이 복수의 과정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진 않지만 그게 만약 그것을 한 사람이 궁지에 몰아지는 과정으로만 보게 되었을 때의 몰입감과 공포감은 조금은 다른 기분으로 지켜보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한 사람을 얼마만큼 구석으로 내몰 수 있을 것인가?
‘사형집행인...’은 많은 걸작과 대작들을 만들어냈던 프리츠 랑의 작품이기 때문인지 솜씨 좋게 하나의 작품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다양한 이야기들을 혼란스럽지 않게 정리하면서 많은 의미와 문제의식들을 담아놓고 있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정리되는 작품이 아니었고 한번만 보고 이 작품의 모든 논의와 재미들을 즐기기에는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다양한 재미와 이야기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쉽사리 정리하기가 어렵기만 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난해하고 어렵다는 것이 아닌 재미를 지켜내면서도 감독이 담아내고자 하는 인상적인 장면-순간들을, 이야기 안에서 생각해보고 고민해볼 수 있는 주제들을 끼워 넣고 있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에 프리츠 랑의 걸작들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프리츠 랑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어떤 식으로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된다.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한동안은 이 작품이 만들어냈던 멋진 순간들과 인상적인 이야기들을 자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참고 : 물론, 이렇게 뛰어남과 탁월함에 감탄하게 되고 요란스럽게 떠들게 되기는 하지만 아마도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 작품에 대해서 불만족스럽고 불평스러운 말들을 더 하게 되진 않았을까? 프리츠 랑과 베르톨트 브레히트 둘 다를 만족시키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