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셰프> 혼자가 아닌 함께
한마루 2015.11.18 15:19:42
★★★
" 아주 멀고 힘든 일이 되겠지. 하지만 천천히 모두의 신뢰를 얻고 싶어 "
< ▲ 기대했던 만큼 많은 요리를 선보이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보고 있으면 배고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
<더 셰프>는 어떤 영화인가? 국내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쿡방'의 인기와 맞물려 <더 셰프>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이 작품의 원제는 '불에 탄, 그을린' 이란 뜻을 갖고 있는 'Burnt'로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을 연출한 존 웰스 감독의 신작입니다. 작품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셰프 '아담 존스'는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더 셰프>에서 아담 존스가 새로 오픈한 'LANGHAM'이란 레스토랑의 이름은 전세계적으로 체인망을 갖고 있는 거대 호텔그룹이더군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셰프가 되고 싶었던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
< ▲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의 셰프였던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
한동안 방황했던 그는 재기하려 했고 '미슐랭 3스타'를 목표로 하게 됩니다 >
우리나라의 쿡방 열기가 단순히 우리나라의 것만이 아닌 것임을 말하듯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속을 든든히 하고 봐야 되는 영화들이 꾸준하게 개봉하고 있습니다. 올해에 개봉했던 <아메리칸 셰프>나 <심야식당> 같은 작품들이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다만 '요리 영화'라고 해서 단순히 맛있는 음식들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사람을 이야기하곤 하는 여타의 작품들처럼 <더 셰프> 역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셰프가 되고 싶었던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라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너무 빨리 성공을 맛봤던 그는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했고 이는 곧 병적인 '강박'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피폐해졌던 과거의 삶, 그는 과거를 떨치고 새출발을 하려고 하죠
< ▲ 그런 아담 존스에게 큰 힘이 되주었고, 그에게서 도움을 받기도 했던 친구 '토니'(다니엘 브륄) >
굴도 한번 까기 시작하면 '100만개'는 까야 되는 남자 아담 존스는 과거 프랑스 파리에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의 셰프로 유명세를 떨쳤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어린 나이에 성공을 맛봤던 그는 그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했었고 이는 결국 그에게 강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술과 마약에 손을 대면서 피폐해져버린 그는 과거를 벗어던지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고 그 곳에서 스스로 '굴 100만개'를 까는 고행을 선택했던 것인데, 그렇게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재기하고 싶다는 열망을 다시 갖게 된 아담 존스는 런던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파리에서부터 인연이 있었던 친구이자 런던의 고급 호텔 지배인이었던 '토니'(다니엘 브륄)를 찾아가 함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만들어볼 것을 제안하게 되죠.
모든 상황과 인물들은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아담 존스'와 연결됩니다
영화의 이런 많은 이야기들이 이야기 흐름을 다소 저해하는 느낌이 들기도..
그리고 단순히 '쿡방'을 기대하고 보신다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 ▲ 처음에는 앙숙과도 같은 사이였지만 조금씩 서로에게
동화되어갔던 아담 존스와 스위니(시에나 밀러) >
이처럼 <더 셰프>는 큰 성공 이후 바닥까지 추락했던 남자 아담 존스가 '미슐랭 3스타'라는 목표를 갖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주가 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큰 뼈대는 아담 존스라는 인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아담 존스와 관계하고 있고 모든 사건들 역시 아담 존스로부터 뻗어 나오며 아담 존스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과거까지 넘나드는 많은 상황과 연결이 되고 있는데, 끈질긴 악연, 배신, 사랑, 우정 등등의 모든 상황들이 여전히 변한 것이 없었던 아담 존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긴 했지만 <더 셰프>의 이러한 많은 이야기들은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다소 저해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누군가는 기대하셨을 '군침돌고 아름다운 요리들의 향연'과도 거리가 있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아쉬움이 있었다고 해도 <더 셰프>의 이야기는 충분히 유효하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불완전한 사람 '아담 존스'의 부족했던 부분이 조금씩 채워가는 과정들
모든 것을 혼자서만 감당하려고 했던 그가 배우는 함께 하는 법
< ▲ 비중이 크지 않고 분량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던 알리시아 비칸데르,
'아담 존스'의 예전 여자친구 '마리'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
남들은 구닥다리라고 할지라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었고 여전히 병적일 정도로 과민했으며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던 아담 존스. 오로지 '미슐랭 3스타'만이 목표였던 그는 불완전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느끼고 있었던 그 '불완전함'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미슐랭 3스타'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만이 과거에 겪었던 고난과 혹독한 비판들을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테구요. 그렇게 오로지 '혼자'만 생각했었고, 스스로를 그토록 강한 강박에 몰아넣고 있었던 아담 존스였지만 많은 사람들과 연결이 되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는 조금씩 변해갑니다. 그저 모든 것을 '혼자'서만 감당하려고 했던 그가 이제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법을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는 깨닫게 됩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순히 '미슐랭 3스타'라는 간판이 아니었음을. 이처럼 <더 셰프>는 불완전했던 한 사람이 조금씩 그 불완전했던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브래들리 쿠퍼의 호연이 인상적이기도 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