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로웰 2015.07.23 00:21:28
에스파냐 소설을 만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 꽤 강렬했다. 잔혹함이 돋보이는 동화였기 때문이다. 또 한편의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고나 할까..? 외떨어진 숲 속의 마른 우물 속에 빠진 형제가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읽다보면 중간중간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그걸 참고 일단 끝까지 읽어나갔는데, 마지막 책장까지 읽고나니 의문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헉.. 하고 놀랐다. 잔혹동화 치고도 꽤.. 잔혹했기 때문이다.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한 매우 한정된 공간 속에 있는 두 아이만 등장할 뿐인 이야기를 끝까지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한채 읽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도 떠올랐다.
마을에서 외떨어진 곳에 위치한 메마른 우물 속에 어쩐 일인지 두 형제가 빠진 채 있었다. 누군가의 구조를 바라기에는 너무 외진 곳이었지만, 형제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두 형제에겐 가방이 하나 있었고, 그 가방 속에는 약간의 먹거리가 담겨있었지만, 죽을 것 같은 배고픔 속에서도 형제는 그 가방을 열어보지 않는다. 엄마거라는 말과 함께 가방을 끝까지 사수한채 우물 속에 기어다니는 벌레를 잡아먹고, 나무뿌리를 빨아먹으며 어떻게든 버티려고 애를 쓸 뿐이다. 여기까지 읽고는 단순하게 아이들이 아픈 엄마를 위해 먹을 것을 구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우물 속에 빠졌지만, 엄마를 위해 힘겹게 구한 음식은 손을 대지 않으려는, 기특한 형제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 형제가 몇일째 돌아오지 않음에도 엄마는 구조대를 보내오지 않는다. 뭐.. 그래, 구조대를 보냈지만 구조대가 다른 곳만 찾아봤다고 생각한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갈수록 섬뜩해지는 형제들의 대화는 또 다른 의문을 갖게 한다. 대체.. 형제에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섬뜩한 대화가 오고간단 말인가.?!! 또, 형은 어째서 힘겹게 구한 먹거리의 80%를 자신이 먹고 동생에겐 20%만 준채 영문모를 운동에 매진하는 것인가..!!! 의문이 이어졌지만 계속 읽어나갔다. 더러운 먹거리와 환경은 동생을 병들게 했고 고열에서 깨어났을 땐 실어증과 환각, 무조건적인 분노 등으로 미쳐가는 듯한 증상을 보이게 만들었다.
동생의 독설에도 꿈쩍하지 않은채 형은 동생을 간호하며 몸을 단련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동생은 그런 형에게 뜬금없는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여기서, 왜 책의 제목이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라 정해졌는지 알게된다. 북방민족인 훈족의 왕으로 악마로 불릴만큼 잔혹했던 아틸라 왕. 동생은 왜 이 왕을 떠올리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걸까? 처음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속뜻이 담겨있는 건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동생이 미쳐가면서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말이라 생각하고는 뒤로 넘어갔더랬다. 그리고.. 결말에 가서야 다시 되돌아와서 읽어보고 아.. 했더랬다. 반전이 너무 잔혹해서 썩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색다른 느낌의 잔혹동화를 읽어보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