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테이션 게임]: 컴퓨터, 동성애 그리고 앨런 튜링
피서킴 2015.06.30 01:03:55
<이미테이션 게임>
컴퓨터, 동성애 그리고 앨런 튜링
★★★★
모튼틸덤 감독,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들리 주연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감상하였습니다. 컴퓨터과학의 토대를 마련한 '앨런튜링'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죠. 게다가 이번 오스카 시상식 남우주연상 부문에 앨런 튜링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노미네이트 되면서 더욱 더 관심을 모은 작품이죠.
때는 2차 세계대전, 독일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던 영국은 피해의 근원인 24시간마다 바뀌는 암호 '에니그마'를 풀기위해 전국 각지의 내놓라하는 학자들을 불러모읍니다.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 역시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고, 에니그마를 풀기위해 특별한 기계를 고안해냅니다. 그러나 천재는 언제나 외로운 법, 자신의 마음을 전혀 몰라주는 팀원들 부터, 기계에만 몰두하는 앨런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상관의 외압까지, 앨런이 넘어야 할 산이란 여간 높은게 아닌데요. 과연 앨런 튜링은 이 기계로 부터 인류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Point 1 . 인류를 구원할 열쇠, 에니그마를 풀어라
앨런 튜링의 실화를 담아낸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가장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역시 '에니그마'를 풀어내는 과정이겠죠. 에니그마를 풀기위해 모인 여러 분야의 천재들 속에 "내 마음 표현 못하고, 남의 마음을 읽을 줄 모르는 앨런 튜링"은 쉽게 섞이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에니그마를 풀기위해 매진하는 다른 팀원들과 달리 특별한 기계 '크로스토퍼'(에니그마를 풀어낼 기계)에만 매진하는 앨런 튜링을 위에서도 곱게 볼리는 없었죠.
이러한 시작으로 부터 '크리스토퍼'를 완성하기 위해 팀원들과 하나가 되는 과정, 외압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오는 영화의 흡입력은 굉장했습니다. 물론, 어느 영화에서 처럼 천재는 어딘가 모르게 모자르고, 그런 천재를 주위에서는 이해해주지 못하죠. 더군다나 윗대가리들은 참을성도 없고 한심하기만 한 전형적인 면이 없지않아 있기는 했습니다.
Point 2 . 앨런 튜링이 크리스토퍼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단순히 크리스토퍼에 집착하여 전쟁을 종결시키는 전형적인 천재 영웅의 스토리만 보여주었다면, 사실 이 영화를 둘러싼 호평이 이렇게까지 대단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남들과는 다르지만 틀리지 않았던 동성애자 '앨런 튜링'을 조명했기 떄문입니다.
영화는 사이사이에 앨런 튜링의 어린 시절을 비추면서, 그에게 소울메이트와 같았던 '크리스토퍼 모르콤'과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크리스토퍼 모르콤을 사랑했음에도 그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앨런 튜링의 상처가 투영된 대상이 그 이름도 같은 특별한 기계 '크리스토퍼'라는 점은 매우 인상깊습니다. (크리스토퍼에 대한 집착은 사랑했던 대상의 마음을 완벽하게 들여다 보지 못했던 앨런의 상처가 그 원동력이겠죠)
Point 3 . 위대한 수학자이자 영웅이었던 앨런튜링의 고독함
모두가 예상하셨다 싶이,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은 크리스토퍼의 완성과 함께 전쟁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냅니다. 그리고 그 특별한 기계 '크리스토퍼'는 지금의 컴퓨터의 근간이 되었죠. 그러나 이만큼 인류의 역사에 크게 이바지했음에도 남들과는 달랐던 앨런 튜링의 마지막은 상당히 비극적입니다. 심지어 그 '다름'이 앨런 튜링의 천재성을 만들었음에도 역사는 그에게 냉정하고 잔혹했습니다.
천재였지만 고독했던 앨런 튜링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알렉스 로더(아역)'가 보여준 고독함은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그 여운이 가라앉지 않더군요. 유일하게 천재를 알아봐준 조안 클라크역의 '키이라 나이들리'와의 감정선도 무척 잘 와닿았구요. 휴 알렉산더역의 '매튜 구드'의 존재감도 뛰어났습니다. 다만, 대립자이자 파트너였던 휴의 모습을 더욱 더 조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나 봅니다.
결과적으로 <이미테이션 게임>은 '에니그마해독' 이라는 소재로 부터 영화의 흡입력이 깔려있는 와중에, 앨런 튜링의 고독함이 스며든 작품이었습니다. 탄탄한 이야기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가슴을 울린 영화라고 할까요. 요 근래 감상한 작품중에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