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저지> 

아이언 맨 슈트 뒤에 감춰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감정연기

★★★☆

데이빗 톰킨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버트 듀발 주연의 영화 <더 저지>를 감상하였습니다. 국내에서 개봉하지 못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던 것은 당연하거니와 영화의 존재자체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이라는 점, 그리고 아이언 맨 슈트 뒤에는 어떤 모습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 영화를 감상하게 하였습니다.(셜록이라는 영화가 있지만, 상당부분 토니스타크와 겹치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잘 나가는 속물 변호사 '행크 파머'역을 맡았습니다. 능력과 재력음 겸비한 변호사 행크 파머에게 부족한 것은 단 하나, 가족입니다. 아내와의 이혼직전에 놓인 상황, 게다가 자신에게는 하나뿐인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파머는 고향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명예를 중요시하는 판사출신의 아버지는 파머에게는 가까이 갈 수도 없고, 아버지라 부를 수도 없는 어색한 사이 입니다. 어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고향을 떠나던 찰나, 아버지가 교통사고 가해자라는 사실을 전해듣고 다시 집으로 향하게 되는데.. 행크는 아버지의 결백을 입증해낼 수 있을까요?

Point 1. 아이언 맨 슈트를 집어던진 로.다.주 새로운 슈트를 입다

아이언 맨 슈트 뒤에 감춰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뒷 모습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선택한 영화이기에 제가 가장 주목해서 감상한 포인트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천재공학자,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박애주의자라는 캐릭터는 사실 이 영화의 행크파머와도 일부 겹치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맨 슈트를 벗어던지고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채 단정하게 빗어올린 머리의 속물 변호사 행크파머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인정의 결핍에서 오는 서러움과 불만이 공존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로 부터 발버둥 치는 인물을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버지에 대해 무심한 듯 보이지만 다가갈 수 밖에 없는, 서러움과 그리움의 감정이 교차하는 탁월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시종일관 절제된 감정으로 연기하고 서러움이 폭발하는 딱 두번의 씬에서는 아버지와 행크 파머의 엇나간 감정의 시작점을 비로소 공개합니다. 서로에게 무심한채 2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두 인물의 불만과 상처를 피토해내듯 울부짓든 로버트 듀발과 로.다.주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Point 2 . 20%부족한 영화

두 인물 모두가 법조인인 부자의 서러움과 안타까움에 회복의 여지를 부여하는 소재가 법정이라는 점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영화는 런닝타임 내내 이 소재를 훌륭하게 활용해내지는 못합니다. 행크와 대립하게 될 검사는 있었지만 주요인물로 부각될 여지는 없었고, 첨예한 대립이 없는 재판장에는 재판은 없고 아버지와 아들의 20년간 쌓아온 감정의 폭발만 있을 뿐입니다.

첫사랑 사만다와 그녀의 딸 사라에 대한 이야기도 잘 그려지지는 못합니다. 아버지를 이해하게 될 또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랬지만, 단지 옛 여인으로 스쳐지나갈 뿐이었습니다. 본질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고, 그 부자의 감정선이 좋아 몰입할 여지는 충분했지만, 다른 단점들로 인해 부족하게 다가오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