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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한땀 한땀 잘 짜여진 최고급 비단, 

그러나 서툰 바느질 솜씨로 망쳐진 옷처럼..

★★★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등 초호화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상의원>을 감상했습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임금의 의대를 담당했던 '상의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신선한 소재와 초호화캐스팅, 어떻게 보면 어찌 이리 가혹하게 망해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일부 납득이 되더군요.

영화는 상의원을 배경으로 전통과 형식을 추구하는 돌석(어침장)과 자유로움과 미(美)를 추구하는 공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임금을 둘러싼 왕비와 후궁소의 대립에 돌석과 공진이 휘말리게 되면서 영화는 한치 앞도 내나볼 수 없는 파국에 빠져버립니다.

정성스럽게 짜낸 비단

영화 <상의원>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신선하고,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정말 컸던 작품입니다. 상의원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영화가 끝날때 까지 끊임없이 보여지는 화려한 한복들은 눈을 호강시키죠. 공진의 캐릭터 자체가 시대를 뛰어넘은 미(美)를 추구하기 때문에 고증이 굉장히 뛰어난 것 같지는 않으나, 이전의 사극에서는 보지못했던 신선하고 화려한 한복이 어��든 눈을 사로잡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보여지는 인물들의 독특한 성격들은 기대감을 한층 상승시키죠. 전통과 형식을 추구하며 바느질 한땀한땀 혼을 담아내는 돌석, 자유로움과 신선함을 추구하며 미(美)를 가장 우선시 여기는 공진, 형에 대한 컴플레스로 인해 왕비를 사랑하지 않는 왕,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는 왕비까지 영화는 이러한 인물들의 관계를 완성해 나가며, 후반에 이들을 둘러싼 사건들을 그려낼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갑니다.

비단을 엮어내는데는 실패

그러나 막상 이들이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후반부를 보면, 극에 더 몰입된다기 보다 오히려 심드렁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후반부를 바라보게 되면 공진과 돌석의 싸움이자 왕비와 후궁의 싸움이 일어날 판을 만들어 내는데, 이야기가 수렴하는 느낌이 아니라 발산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가지각색인 4명의 인물에 더해 영의정과 그의 딸 후궁 조의까지 가세한 이러한 복잡한 인물들의 관계가 충분히 흥미진진한데, 공진의 옷을 입은 궁녀들이 후궁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은 극의 몰입을 떨어뜨리고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게 하는 효과를 내죠.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인물들을 잘만들어 놨지만, 이들을 둘러싼 사건을 밀도있게 묘사해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겠죠.

여기에 더해 인물들의 완만하지 못한 묘사나 감정선도 문제가 있습니다. 영의정은 싫어하면서 딸 조의를 취한다던가, 공진의 의복을 입은 궁녀는 취하면서도 공진의 의복을 모두 없애버리라는 명령을 하는 임금을 보면 인물의 묘사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죠. 공진을 바라보는 돌석의 감정역시 애정에서 질투로 완만하게 변해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따라 변하는 산만한 느낌이 듭니다.

영화를 다보고 나면 굉장히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컴플레스에 가려 소중한 것을 바라보지 못했던 인물들에 대한 연민은 제법 마음을 울립니다. 구성은 매우 좋았으나 잘 그려내지 못한 아쉬운 작품으로 남은 것 같네요.

상의원 감독 이원석 출연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마동석 개봉 2014 대한민국 평점 리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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