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수사> 사람냄새 진득하게 나는 수사극
한마루 2015.06.25 09:26:00
" 당신도 목적이 범인이오? "
< ▲ 극비수사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실제 주인공 두 분
왼쪽부터 배우 유해진, 도사 김중산, 현재는 퇴직하신 공길용 형사, 배우 김윤석, 곽경택 감독 >
<극비수사>는 어떤 영화인가? <극비수사>는 지난 1978년에 발생해서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부산의 유아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으로 <친구>, <챔피언>, <친구2> 등등의 작품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2년만에 가지고 온 신작입니다. 최근에 <친구2>를 선보였지만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했던 곽경택 감독은 이제 그런 식의 피가 낭자하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너무 지쳐버렸다고 밝혔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감독은 당시 아이를 찾기 위해 진심을 다했던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매우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
< ▲ 아이가 살아있고 유괴된지 15일 후에 범인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말했던 '김중산 도사'(유해진)
처음에는 그 말을 반신반의 했지만 15일후 정말 범인에게서 연락이 오는데.. >
1978년 부산의 어느 초등학교 앞에서 한 아이가 납치됩니다. 이런 유괴 사건은 대부분 돈을 노리고 일어나는 범죄가 많기 때문에 아이를 납치해간 범인으로부터 연락이 올 것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부모님, 하지만 범인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고 경찰은 엄한 사람만 범인으로 몰아갑니다. 때문에 아이의 어머니는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집을 찾아다니며 아이의 생사를 묻지만 돌아오는 것은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뿐이었던지라 절망하는데 그러던 중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찾아간 '김중산 도사'(유해진)에게서 아이가 살아있고 유괴후 15일째 되는 날 범인으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 부모님의 마음이겠죠
아이가 살아 있다는 김중산 도사(유해진)의 말을 믿었고 그의 말을 바탕으로
공길용 형사(김윤석)가 이 사건을 맡아야 된다고 간곡하게 부탁했던 아이의 부모님
< ▲ 아이 부모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이 사건을 맡게 되는 '공길용 형사'(김윤석)
그 역시 처음에는 김중산 도사의 말을 믿지 않았었습니다 >
그리고 아이 사주를 살펴본 김중산은 아이를 찾기 위해선 반드시 '공길용 형사'(김윤석)이 본 사건을 맡아야 된다고 말하죠. 이렇듯 이 특별한 수사의 시작은 어쩌면 반신반의 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님의 마음이란 아이를 구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하려고 하기 마련이었기 때문에 아이 부모님들의 간곡한 요청을 받은 공길용 형사가 이 사건에 투입되게 됩니다. 비록 그의 관할과는 다른 사건이었지만 말이죠. 이처럼 <극비수사>는 '아이 유괴 사건'이라는 우리 영화들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부분이 많고 스릴러 외형을 취하는 여타의 많은 수사극과는 달리
그런 부분은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던 담백한 영화
< ▲ 당시 인기프로그램이었던 '수사반장'의 실제 모델이었던 능력있었던 형사,
하지만 그 역시 아이는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범인 잡는 것에만 급급했습니다 >
우선 <극비수사>는 스릴러의 외형을 많이 취하는 여타의 수사극과는 달리 다분히 '드라마'적인 느낌이 강한 영화였습니다. 그 흔한 피는 물론 욕설까지 아끼면서(?) 자극적으로 느껴질만한 부분은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던 <극비수사>는 범인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던 것인데 그것은 당시 시대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유신 정권이었던 1970년대 후반은 경찰들의 고문과 가혹행위가 심심치 않게 벌어졌고 그를 통해 없는 죄도 만들어내던 시기로 그런 분위기에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들의 최우선 목표는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들 역시 납치된 아이의 생사를 걱정하긴 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대부분 '아이가 죽었을 것이다'로 결론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빠르게 범인을 잡기 위해 '공개 수사'로 돌리려고 했던 것이죠.
어떤 식으로든 빨리 사건만 해결하고 공과를 올리는 것에만 급급했던 형사들
그에 비해 진심을 다해 아이를 구하려고 했던 인간적이고 소신있었던 두 사람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았던 작품 <극비수사>
< ▲ 어떤 역할이든지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유해진씨, 역시 참 좋은 배우입니다 >
하지만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이가 살아있다는 증거로 범인이 보내준 사진을 통해 범인은 아이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공길용 형사에게는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아이의 안위가 더 중요한 것이었는데 이렇듯 <극비수사>는 범인과 형사,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빨리 사건만 해결하고 공과를 올리는 것에만 급급하고 있던 형사들과 진심을 다해 아이를 구하려고 했던 인간적이고 소신있는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라는 두가지 대립점을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을 통해 다분히 사람냄새 진하게 풍기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구요. 여기에 실제 범인의 행동이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범인마저도 여타의 작품에서 보는 잔혹무도한 범인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보니 <극비수사>는 한편의 따뜻한 영화로 완성이 될 수 있었습니다. 비합리적인 사회 시스템 속에서도 피어있던 다분히 인간적이고 소신 가득한 행동들, 이것은 어쩌면 35년이 훌쩍 넘은 그때나 지금이나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었고 처음에는 물과 기름과도 같은 사이였지만 이 사건을 함께 해결하면서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동반자가 되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던 작품 <극비수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