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성경에 등장하는 타락천사 아자젤 이야기를 다룬다. 구약성서의 외경인 ‘에녹서’에 등장하는 아자젤은 인간과 결혼, 신의 분노를 사 하늘에서 쫓겨난다. 소설 속에서 아자젤은 소원을 들어주는 2센티미터 악마로 등장하는데, 그를 인간세계로 불러들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조지 비터넛이다. <아자젤>은 바로 아자젤과 조지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다.

이 소설의 특징적인 부분 중 하나는 저자가 작품에 직접 등장한다는 점이다. 저자 아시모프가 조지와 아자젤의 이야기를 듣는 유일한 청중으로 그려지는 것. 그는 소설 속에서 자신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과 모든 상황을 비꼬는 인물이자 조지에게 끊임없이 모욕당하고 돈마저 뜯기는 캐릭터다. 또한 인간의 가장 밑바닥의 욕망을 들춰내 아자젤의 힘으로 소원을 실현시키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도 한다.

아자젤이 다른 책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단순한 악마의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아자젤을 통해 모든 존재를 끊임없이 풍자하며 이야기꾼의 면모를 가감 없이 선보인다. 소설 전반에 등장하는 풍자를 또다시 풍자로 이어나가며 아시모프만의 재치 있는 글을 이어나간다.

인간 세상의 천태만상을 독설과 풍자로 그려나가는 이 소설은 아시모프의 위트 넘치는 글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친구 소원을 대신 빌며 그 소원이 이뤄질 경우 콩고물을 기대하는 조지, 호언장담한 일을 매번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아자젤, 비평가들에게 악평 받을 글을 쓰는 아시모프라는 세 명의 캐릭터가 빚어내는 이야기는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