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가 아니라 한폭의 그림을 보고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웨드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감상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3월20일에 개봉해서 다양성영화인데도 불구하고 77만이라는 많은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죠. 대한민국의 영화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눈이 이렇게나 넓어졌구나 하는 반증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인적이 뜸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980년 호텔의 소유주인 제로 무스타파는 한 젊은 작가를 만나 호텔을 소유하게된 이야기를 하게되죠. 이야기는 호텔에 발걸음이 끊일 일이 없었던 1930년으로 돌아갑니다. 로비보이 였던 제로는 지배인 구스타브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구스타브는 일처리에 있어서 굉장히 깔끔하고, 자신이 하는일에 프로의식을 갖고있는 남자였죠. 수많은 고객들이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을 찾는 이유가 바로 구스타브라는 지배인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구스타브와는 고객의 관계를 넘어 친구의 관계였던 마담D가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녀의 죽음과 함께 남겨진 뜻밖의 한장의 유언장, 그것은 바로 친구였던 구스타브에게 가치를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그림 '사과를 든 소년'을 남긴다는 것이었습니다. 구스타브와 제로는 뜻밖의 마담D의 호의에 들뜬 마음을 추스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마담D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구스타브는 그의 결백을 입증하지 못하고 철창신세를 지게 됩니다. 그의 충성스러운 로비보이는 구스타브를 감옥에서 빼낼 수 있을까요?

한폭의 그림같은 영상미.

영화를 처음 감상하자마자 눈길이 가는 것은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그림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풍경과 색감이 다른 영화와 비교해봤을때 굉장히 독특하다는게 그 이유겠죠 .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호텔 내부나 외부의 모습을 한치의 오차도 없는 수평또는 수직의 카메라 앵글을 통해 공간감을 최소화 하므로써 3D보다는 2D의 느낌, 영화라기 보다는 그림을 보고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영상과 관련된 또하나의 특징을 꼽자면, 대부분의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1.37:1의 화면비율(정사각형정도)을 사용합니다. 이 독특한 화면비율과 수평수직의 카메라 구도, 상하좌우의 카메라 무빙을 통해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자적인 영상미를 만들어 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둘러싼 이야기

영화는 어떤 책의 독자가 작가를 상상하고 작가는 자신이 집필한 이야기를 회상하는 액자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영화의 중심이야기는 제로 무스타파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소유하게된 이야기죠. 

그러나 실제로 영화는 단순히 한 호텔을 소유하게된 이야기에만 관심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과정에서 도출되는 전쟁을 겪는 삭막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세계가 뚜렷했고 자부심을 느꼇던 구스타브라는 인물을 통해 암흑의 세상에서 한가닥 희망이 되었던 인물을 보여주고, 결말에 가서는 그 희망의 싹이 잘라져 버리는 비극을 보여주죠.

명배우 집합소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주연을 맡은 배우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랄프파인즈와 토니레볼로리죠. 각각 1류 호텔지배인 Mr.구스타브와 로비보이 제로 무스타파역을 맡아 굉장히 훌륭하게 소화해냅니다. 랄프 파인즈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무표정으로 장황하게 대사를 늘어놓으면서 무게감있는 연기가 단연 압권이었죠. 토니 레볼로리 역시 상당히 풋풋한 느낌을 발산하면서 캐릭터에 녹아들구요.

영화에서 이 둘이 함께 등장하는 씬이 굉장히 많은데, 그 연기합이 굉장히 좋아서 영화 내내 엄청난 시너지를 발산합니다. 이 둘의 호흡은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영화의 주제의식을 내포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극이 전개됨에 따라 단순한 직업적 상하 관계에서, 진정한 친구가 되는 이둘의 모습이 영화의 결말을 납득이 가게 하죠.

주연배우들뿐만아니라 또 주목해야 할것은 영화에 출연하는 조연배우들입니다. 어느 영화에 출연해도 주연을 맡을 만한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이 영화가 훌륭한 점은 이 훌륭한 배우들이 잠시 얼굴을 비추는데 지나지 않고 적재적소의 배역에 배치 되어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일조한다는 것입니다. 

틸다스윈튼의 망가지면서 제대로 보여준 마담D,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냉혈한 윌렘데포, 재산에 눈먼 장자 애드리안 브로디, 중간중간 나오면서 존재감을 비치는 애드워드 노튼,젊은 작가역의 깨알 주드로까지 모두 '조연'으로서 내공있는 연기로 선명한 존재감을 보여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