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나이퍼>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가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블래들리 쿠퍼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감상하였습니다. 실제 이라크전 참전영웅 '크리스 카일'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작품성은 이미 검증받은 작품이지만, 미국의 정치계는 이 작품때문에 굉장히 떠들썩 하다고 하네요. 

타국의 정치계 사정이야 제가 잘 알리는 없지만, 타이틀부터 '아메리칸'이 들어간 이 영화가 미국만세를 외치는 영화가 아니냐는 많은 분들의 우려는 다행히 오해로 끝난 것 같습니다. 제가 감상한 바, 이 영화는 미국만세를 외치기는 커녕 심도높은 고뇌와 반성을 요하는 성찰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어릴적 부터 약자를 보호하며 살아야한다고 배워온 크리스 카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장성한 남자로 성장한 그는 네이비 씰의 저격수가 되었고, 타야와 결혼하여 첫아이도 갖게됩니다. 군인이자 가장인 크리스 카일, 그러나 카일은 9.11테러를 계기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이라크로 파병하게됩니다. 

파병하자마자 최고의 스나이퍼로서 미군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크리스 카일, 그러나 그 영웅이란 이면에는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크리스카일과 아내의 눈물이 있었습니다. 전처럼 좋은 아빠와 남편이 되어달라는 아내 타야, 그러나 카일은 수많은 전쟁에 참여하면서 점점 잔인한 괴물이 되어갑니다.

저격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사실은 미국의 전쟁과 그것이 만들어낸 영웅이 과연 무엇인가를 반성하는 철학적인 영화이긴 해도, 전쟁영화를 표방한 만큼 이 장르에 대한 연출을 등한시할 수는 없겠죠. 이런점에서 봤을때,이 영화는 전쟁영화로서도 굉장히 훌륭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영화는 이라크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대전을 다루고 있는만큼 소,중대 규모의 병력으로  한시가전이 주를 이루는데요. <블랙 호크 다운>에 비견 될 만큼, 이 시가전의 리얼한 현장감과 짜릿한 전쟁씬이 굉장히 훌륭하게 묘사되어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의저격수 크리스 카일과 이라크의 무스타파가 펼치는 스나이퍼 대결을 보고있으면 보는이의 심리를 압박하면서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하죠. 저격함에 있어 두눈을 다떠야 하고, 자리를 뜨면 안되는 저격병의 특성상 바로옆에 오줌을 지려야 하는 등의 소소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컨셉들도 굉장히 탁월했고, 올림픽 사격챔피언으로서 크리스 카일 못지않은 저격솜씨를 뽐내는 무스타파의 카리스마도 굉장히 훌륭했죠.

반면 전쟁영화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게 전쟁판을 표현해낸점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는 시각적인 잔인함, 참상에 주목하기 보다 여성과 아이들이라는 비교적 약자의 위치한 사람들을 비추거나 직접적으로 조준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진짜 보호해야할 대상이 누구인지 묻는 듯한 감독의 의도를 옅볼 수 이었었습니다.

영웅이란 이름의 이면

이 영화는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가치관으로 평생을 살아온 크리스 카일이 비참하고 냉혹한 전쟁판을 겪게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은 카일이지만 정작 자신이 정말 보호해야할 가족이라는 존재는 돌보지 못하면서 가족과 조국사이에서 갈등하게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울질의 결과가 조국이 되었을때 가족뿐만 아니라 결국 크리스 카일 자신마저 집어삼켜버립니다.

이러한 카일을 비추면서, 영화는 묻습니다. 과연 카일이 괴물이 되어가는게 단순히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카일의 가치관 때문이었을까. 영화에서 비춰지는 크리스 카일은 영웅이란 칭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를 영웅으로 북돋아 세운건 그의 주변환경입니다. 크리스 카일 자신을 집어삼킨 가치관과 전쟁이라는 참상, 그 냉혹하고 잔인한 환경속에 필요했던 영웅주의가 크리스 카일을 괴물로 만든겁니다.

결국 이 영화는 잘못된 방향의 애국심을 경고하는 동시에 현 미국의 오만함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영웅주의를 꼬집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보호해야할 대상이 누구인지, 그리고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