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
여주산병 2015.04.17 21:44:25
내 심장은 하나뿐이야, 그러니까 날 떠나지 마… 뜨겁게 사랑했던 코너(제임스 맥어보이)와 릭비(제시카 차스테인) 하지만 어느 날, 예고없이 릭비가 사라져버리고 릭비 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코너는 그녀를 찾아다니는데… |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찼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감당하지 못한 릭비. 코너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벗어나려 할수록 그가 그리워진다. |
‘그 남자’ ‘그 여자’ 편을 각각 보길 권한다 같은 비극이어도 대처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비극을 지나오는 동안 각자의 눈에 비친 풍경, 가슴속에 남은 추억조차도 말이다. 영화로 치자면 비극을 겪은 사람 수만큼 다른 영화들이 나오는 셈이다. 갑작스러운 비극으로 이별 위기를 맞은 코너(제임스 맥어보이)와 릭비(제시카 차스테인) 커플의 이야기를 네드 밴슨 감독이 각각의 독립적인 영화에 담은 이유다. 남녀 각자의 입장에서 그린 ‘그 남자’ ‘그 여자’ 편과 두 사람의 기억을 교차 편집한 ‘그 남자 그 여자’ 편까지 모두 세 편에 달하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
특히 ‘그 남자’와 ‘그 여자’ 편은 남녀가 함께한 시간을 얼마나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드러낸다. 같은 사건에 대한 시각차뿐 아니라 기억의 길이, 경중조차 다르다. 비극을 겪은 후에도 코너는 릭비와 즐겁게 사랑을 나누던 순간들을 소중하게 각인하고 있고 오프닝 신에 등장하는 행복한 나날의 추억은 이후 그가 릭비와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단단한 토대가 된다. 그러나 ‘그 여자’ 편은 처음부터 절망으로 가득하다. 아무리 소중한 추억이라 할지라도 비극을 환기시키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 발버둥치는 릭비에게 코너 역시 지금 당장은 잊고만 싶은 존재다. |
나란히 흐르는 시간을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네드 밴슨 감독의 실험은 크고 작은 차이와 연결고리들을 오가며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완성된다. 두 주연 배우의 견고한 감정 연기 역시 ‘그 남자’ ‘그 여자’ 편의 감흥을 한결 풍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두 영화를 합친 ‘그 남자 그 여자’ 편은 러닝타임의 한계 때문인지 양쪽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담지 못한다. 남자와 여자의 입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채 황급히 끝내는 듯한 인상이다. |
네드 밴슨 감독은 비틀즈의 1966년 앨범 ‘리볼버(Revolver)’의 수록곡 ‘엘리노어 릭비’에서 영화를 착안했다. “저 외로운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란 가사에서 사랑하지만 외로운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떠올렸다. 여주인공의 이름을 곡명에서 따온 이유는 “세대 간의 단절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다. “영화 속 릭비의 아버지가 비틀즈 유명 노래에서 아이 이름을 짓는 콘셉트가 또 다른 의미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네드 밴슨 감독은 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