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떤 자식이 매일 엄마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 떨어줘?”

 '효(孝)'가 거래된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진정성을 따지지 않는 것은 암묵적 룰이다.

영화 '약장수'는 '효도'를 돈주고 사야만 하는 이 시대 엄마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그렸다.

자랑스러운 검사 아들에, 부자 며느리까지…남들 보기에는 부족할 것 없는 이주실(옥님)은 사실 외로운 할머니다. 잠깐 옆집 친구의 손녀를 돌봐주는 시간을 빼면 하루 대부분을 혼자 보낸다. 아들은 나랏일이 바빠 엄마를 보살필 여력이 없다. 예전부터 잡아두었던 점심 약속을 전화 한통으로 미루는가 하면, 집에 들르는 날도 잠깐 앉았다 돌아가버리기 일쑤다. 늘 아들의 뒷모습만 보던 이주실이 어느날은 용기내 "아범아, 언제 안 바쁠때 두시간만 애미랑 놀아주지 않을래?"라고 묻지만 핀잔만 돌아올 뿐이다.

 '고독한 엄마' 이주실 앞에 아들 같은 인물이 나타난다. 아픈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떴다방'으로 불리는 홍보관 일도 마다하지 않는 김인권(일범)이다. 이주실은 우연히 친구를 따라간 '떴다방'에서 김인권을 만난다. '떴다방' 문화 자체를 못마땅해 하지만 아들도 챙겨주지 않는 생일날 미역을 사들고 찾아온 김인권에게 서서히 마음을 연다.

 눈 여겨볼 것은 이 '떴다방' 직원들을 보며 행복에 젖은 어머니들의 표정이다. 직원들의 손짓 발짓 하나에도 자지러지게 웃는 이들의 모습은 '진짜 아들'로부터 '진짜 효도'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 그러나 실상은 돈을 주고 산 '거짓 효도'일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엄마들의 얼굴은, 보는 이들을 누구보다 슬프게 만든다. 돈을 내고서라도 효도를 받고 싶었던 엄마들의 간절함이 서글프다.

 이주실도 아들을 대신해 노래하고 춤추며 재롱 부리는 김인권의 모습에 즐거워한다. 마음이 열릴수록 지갑도 열리고 지갑이 열릴수록 김인권은 진짜 아들처럼 살가워진다. 그의 매출을 올려주기 위해 병원 검진비를 환불 받는 이주실의 표정에서는 뿌듯함까지 느껴진다.

 조치언 감독은 '약장수'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떴다방'의 순기능들을 발견하게 됐다"며 "결국 문제는 '떴다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롯한 '자식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