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음악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긴장한 나머지 시작부터 끝까지 빳빳하게 경직된 뒷목을 잡고 집중하면서 본 영화도 위플래쉬가 처음인데요. 지금도 머릿속에서는 앤드류가 피 튀기며 쳐 내는 드럼 소리가 둥둥 울립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통틀어, 천재를 갈망하는 광기를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다니요. 

   스승과 제자가 등장한다고 해서 '굿윌헌팅'이나 '시스터액트'처럼 감동적인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은 100%! '비긴 어게인'이나 '송포유' 같은 줄거리와 딱딱 맞아떨어지는 아름다운 음악을 예상했다면 미친 듯이 내달리는 드럼 소리에 달달한 바람도 산산조각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초반 중반까지는 이 영화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후회하더라도 마지막에 펼쳐지는 강렬한 공연에 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한데요.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앤드류와 플렛처의 첫만남만큼 영화 '위플래쉬'의 100분이라는 러닝 타임은 그 이상의 폭발력을 보여줍니다.

   "Good job" is not good job

   위플래쉬 뜻을 찾아보니 '채찍질'이라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위플래쉬는 뛰어난 드러머의 잠재력을 요하는 재즈 곡으로 사용되는데요. 앤드류에게서 천재성을 끌어내기 위한 플렛처의 열정은 집착 그리고 광기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플렛처의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받은 앤드류 역시 처음에는 플렛처를 만족 시키기 위해 그리고 나중에는 자신이 원하던 천재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부치는데요. 앤드류의 심경 변화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드럼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드럼 소리만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보게 되는 아슬아슬한 영화, '위플래쉬'입니다.

   광기 VS 광기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 플렛처와 앤드류가 벌이는 기싸움 장면입니다.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음악학교 신입생 '앤드류'는 내내 실력파 지휘자이지만 인정 사정 없는 폭군 '플렛처'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죠. 그를 만족해야 드럼 스틱을 잡을 수 있었고 그렇지 않다면 즉시 버려집니다. 마치 플렛처가 원하는 완벽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부속품처럼 말이죠.

   사실 '미치지 않고서는 어느 수준 이상의 예술적 경지에 이를 수 없다'는 명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죠. 하나의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 이뤄지는 타인에 대한 가학이 용인될 수 있는가 묻는다면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운데요. 영화 속에서도 이와 같은 플렛처의 시도는 비극적인 결과로 끝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앤드류에게 있어 플렛처의 가학성은 발전을 위한 기폭제가 되었는데요. 나를 따라오라는 눈빛으로 플렛처를 째려보는 앤드류의 눈빛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저 같은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세계가 있는 걸까요? 닫히는 문틈 사이로 멀어지는 아들이 순식간에 모르는 사람의 눈빛과 얼굴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굳어버린 아버지처럼, 앤드류가 보여주는 반전 앞에서는 여러분도 할 말을 잃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