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 "

'기계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게 된다면'이라는 설정은 더이상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아직 다소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영화속 설정'이라고만 할 수만 없을 것 같기도 한 이것은 그동안 각종 작품의 소재로 이용되면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만들어내기도 했었구요. 대표적으로 누구나 다 아실만한 작품이자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터미네이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작품 <엑스 마키나> 역시 그와 흡사한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엑스 마키나>는 분명 차이가 있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검색 시스템 '블루북'의 회장 '네이든'과 만날 수 있는 기회에 당첨된 '칼렙'

그는 네이든이 창조한 '에이바'와의 튜링 테스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 ▲ 모두가 동경하는 인물이었던 회장 '네이든'(오스카 아이삭)과 만날 수 있는 기회에 당첨된

'블루북'의 프로그래머, '칼렙'(돔놀 글리슨) >

세계 최고의 검색 시스템 '블루북'의 회장 '네이든'(오스카 아이삭)과 만날 수 있는 기회에 당첨이 된 '칼렙'(돔놀 글리슨)은 부푼 마음을 안고 회장이 머물고 있는 집으로 향합니다. 대자연의 한가운데, 외딴 곳에 위치하고 있었던 회장의 집은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모두 차단하고 있었던 요새와 같은 곳으로 그 곳은 네이든의 연구실이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칼렙은 네이든이 창조한 인공지능 로봇의 '튜링 테스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튜링 테스트'란 인간과 인공 지능을 갖고 있는 컴퓨터의 소통을 통해 그 컴퓨터가 보여주는 감정과 인격이 진짜인지 아니면 그저 프로그램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인데 이 테스트를 위해 칼렙은 네이든의 창조물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주하게 됩니다.

인간 윤리에 대한 이야기이자 어쩌면 겪게 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

그 주제의식을 끝까지 놓지 않으면서 뚝심있게 풀어가는 이야기

< ▲ 그는 회장의 집에서 회장이 만들어낸 창조물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와의 '튜링 테스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

이런 큰 틀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던 영화 <엑스 마키나>는 시작과 함께 '칼렙'을 '네이든'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시키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간결하게 가져가고, 그를 중심에 위치시키고 풀어내는 이야기 역시 결코 복잡하게 꼬아놓지 않고 있습니다. 로봇의 창조주, 실험의 참여자, 그리고 지능을 가진 로봇이라는 삼자 구성을 통해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는 차이란 과연 무엇인가,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인간 윤리'에 대한 이야기이자 제우스의 금기를 어겼던 '프로메테우스'와 그가 전했던 특별한 선물인 '불'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수도 있겠지만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에게 가혹한 형벌을 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가혹한 형벌이 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는, 우리가 겪게 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으니까요. <엑스 마키나>는 이러한 영화의 주제의식을 끝까지 놓지 않으면서 뚝심있게 그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피부로 덮여있는 육체를 갖고 있고 사고할 수 있다고 해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 ▲ 감성적인 인물 '칼렙'과 이성적인 인물 '네이든'의 대화가 주가 되는 작품 >

인간과 동물의 다른점이라고 한다면 지혜와 지식을 통한 사고, 그리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여부라고들 합니다. 인간이란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조절할 수도 있으며 발달된 뇌의 기능을 토대로 더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성취를 이뤄낼 수 있는 존재인 것이죠. 물론 이렇게 단순하게만 이야기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구분 지을 수는 있을 것 같은 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이기도 한데 <엑스 마키나>는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주축으로 하는, 인간이랑 매우 흡사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를 등장시키면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음은 물론 도구까지 사용하고 있었던 에이바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이란 그저 피부로 덮여있는 육체를 갖고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 그 존재가 완성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본질에는 어떤한 것이 더 필요한 것인지를 말이죠. 어쩌면 수많은 작품들에서 이미 다뤄져왔다고도 할 수 있는 영화의 화두, <엑스 마키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그 화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화려한 볼거리, 충격적인 반전 등에 힘을 주는 흔하고 쉬운 길을 택한 작품은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천천히, 묵직하게 풀어가는 영화 <엑스 마키나>

< ▲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던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

이를 연기한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연기 역시 무척 돋보이네요 >

그리고 <엑스 마키나>는 화려한 볼거리나 충격적인 반전과 같은 단편적인 부분만이 부각되는 SF라고 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결코 서두르지 않으면서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하지만 묵직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는 흡사 두시간짜리 인간윤리학 수업을 듣는 것처럼 정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것은 매우 감성적인 인물이었던 '칼렙'과 매우 이성적인 인물이었던 '네이든', 두 사람의 '대화'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통해 영화 전반에 조금씩 깔려가는 긴장감을 비롯하여 그 과정에서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까지 갖게 되어가던 칼렙과 그 혼돈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던 '에이바' 그리고 또 한명의 인물 '쿄코'에 대한 궁금증 등등 흥미롭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부분들이 많았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던 것인데 데뷔작으로 이렇게 소신있는 작품을 내어놓은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 <안나 카레니나>에서 연인으로 나왔던 '돔놀 글리슨'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이번 작품에선 많이 다른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특히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네요. 그동안 봤던 '인공지능 로봇'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은 !

* 영화의 제목인 <엑스 마키나>는 고대 그리스극에서 자주 사용하던 극작술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에서 따온 것으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뜻은 라틴어로 '기계에 의한 신(神)' 또는 '기계장치의 신'을 의미합니다.

(출처 :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