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만화책을 볼까하고 고민을 할 때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유명한 만화책이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했다. 만화책은 워낙 분야가 다양하다. 별의별 분야가 다 있어 분야별로 유명한 만화도 많다. 책을 읽는 사람중에는 만화책은 폄하하는 사람도 있고 책도 읽지 않는 분들중에서도 똑같이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만화책도 재미뿐만 아니라 유익한 정보와 마인드까지 심어준다. 스포츠 만화가 대표적이다. 읽으면서 마인드를 다시 생각하고 되고 성장스토리에 몰입한다.

성장하며 점점 강한 적을 상대하고 자신의 능력을 한계를 돌파하는 대표적이며 거의 최초의 만화책인 <드래곤볼>부터 시작해서 온갖 만화책들이 지금도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만화책을 보며 자란 세대인 나도 마찬가지다. 학원 청춘물은 대표적인 폭력물로 늘 언론의 지탄대상이 되지만 학생들에게는 로망이다. 작가도 양심것 그 이유를 제공하고 폭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문제는 침소봉대하는 이들의 문제일뿐이다.

그렇게 알게된 타카하시 히로시의 <크로우>였다.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완결이다. 만화책의 가장 짜증나는 것은 완결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조금 인기가 있다고 하면 5~10년은 확 가버린다. 읽다 지친다. 내용도 가물가물하고. 그리하여 완결로만 찾았는데 <크로우>는 완결이고 학원물중에서도 완성도와 내용면에서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읽었다.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사람들이 칭찬하고 추천하는 이유는 있게 마련이고 당연해 보였다.

학원물의 함정은 대상 인물들이 고등학생이라는 거다. 도대체 나 고등학교때는 찌질 그자체였는데 야들은 뭐이리 대단하고 훌륭하고 철학적이고 멋진거임~!!! 어른이 된 내가 읽어도 그렇게 보이는 것을 보면 작가의 창작력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제는 고등학생이 아니라 중학새이라고 표현하는데 젊음이 마구 마구 용솟음치며 발산하는데 에너지를 풀 때가 없다. 사소한 표정과 행동과 말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청소년들을 고려해야한다. 춘향과 몽룡, 로미오와 줄리엣등등 다들 사춘기 청소년이다.

대박을 친 <크로우>가 끝이 나고 <워스트>가 후속작이다. 고등학생은 시간이 지나면 졸업을 한다. <크로우>의 인물들이 전부 졸업을 하며 <워스트>에는 새로운 신입생이 등장하며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국내의 어떤 학원물은 10년이 훨씬 지난 아직도 고등학생이라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인천을 배경으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몇 십권 읽고 완결되면 보려고 했는데 10년이 넘도록 아직도 완결이 되지 않아 못 보고 있다.

늘 문제는 기억과의 싸움이다. 몇 달에 한 권씩 나오다보니 내가 몇 편까지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간만에 만화책을 보려고 해도 하필이면 대여되어버리면 어쩔 수 없이 더 시간이 지나 읽게 되니 몇 권까지 읽었는지 힘들다. 어쩔때는 본 권을 빌리기도 한다. 컴퓨터로 조회하면 되지만 소심해서 걍 확신이 없으면 빌려 다시 보게 된다. 주인공은 하나이다. 완전히 꼴통학교에 입학하는데 이 학교가 주변 모든 지역에서 으뜸가는 꼴통이라 주변 고등학교아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고 서로 지역의 최고는 누구라고 서로 에너지를 쏟아붓는 정점의 학교다.

이곳에서는 매해마다 최고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끝에 최고의 자리에 선 인물이 지역의 학교에서도 정점에 선 사나이가 된다. 주인공 하나가 정점에 서고 나서 3년동안 벌어지는 이야기가 <워스트>다. 폭주족들하고도 지역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합세하며 뜨거운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워스트>에서 나오는 내용은 남자의 로망이 아닌 사나이의 로망이다. 이들은 서로 최고의 자리를 놓고 싸운다. 머리싸움도 하지만 대부분 일대일로 몸끼리 부딪치며 승자를 겨룬다.

하지만, 이들도 졸업을 하게 될 즈음에는 모든 것을 접고 가업을 이어받거나 취업준비를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하나의 통과의례이다. 만화를 보면 일본 남학생들이 장난이 아니다. 정작 실제 현실에서 보면 일본보다는 한국 남학생들이 더 우락부락하다. 이들은 서로 죽이려고 난리지만 싸움이 끝나면 사나이의 의리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거의 무협지에서 나오는 컨셉이다. 

이런 것을 떠나 남자라면 -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사나이라면 - 가슴이 뜨거워지며 읽게 되는 책이다. 자신의 학생시절에 했던 추억때문이 아니라 하지 못했던 아쉬움에 대리만족을 한다. 나 또한 철저하게 대리만족이다. 현실에서는 동네에선 노는 아이들과 눈이 마주칠까봐 피해다녔으니..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며 어느덧 완결이 되었다. 20대부터 봤던 만화가 스포츠 스타가 한명씩 완결되거나 은퇴를 하며 20대가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최초로 그런 생각이 들었던 때가 마이클 조던이 두번째로 완전히 은퇴를 할 때였다. 20대에 AFKN을 통해 결승전도 보면서 열광했던 마이클 조던이 은퇴할 때 내 20대가 끝났다고 느꼈다. 실제로는 30대 였지만. 그렇게 이번에 <워스트>가 종결이 나면서 또 한 번 느낀다. 어느덧 하나 둘씩 완결이 나는 만화책들이 생기고 있다. 여전히 진행중인 만화책도 있고 완결도 되지 않고 계속 연재가 중단된 만화책도 있다.

이상하게도 책은 꼭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만화책은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만화책보다 일반 책이 집에 훨씬 더 많기는 하지만. 나중에 큰 집으로 이사가면 그 책들을 전부 소장하는 서재가 개인적인 작은 바람이다. 작은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꽤 큰 돈이 들겠지만. 이상하게 중고는 싫고 새것으로 구입하고 싶다. <워스트>가 이렇게 끝이 났다. 

예전같지 않아 새로운 신간 만화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 웹툰으로 나온다. 추천하고 싶은 만화책은 일반 책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하고 가득하다. 언제 할 시간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