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나그네’는 1960년 4월 5일부터 9월 14일까지 총 130호에 걸쳐 ‘한국일보’에 연재된 작품이다. 저자 마해송은 생전 3부작인 ‘모래알 고금’, ‘토끼와 돼지(모래알 고금 2)’, ‘비둘기가 돌아오면(모래알 고금 3)’을 비롯해 ‘앙그리께’, ‘물고기 세상’, ‘멍멍 나그네’ 등 모두 여섯 편의 장편을 남겼다. 이번 작품은 연대순으로 볼 때 맨 마지막에 해당한다.

이 소설은 이전에 출간된 다섯 편의 장편들과는 확연히 다른 시각과 성향을 보인다. 앞의 다섯 작품이 전쟁의 참상, 생활고의 어려움, 권력의 횡포와 부패, 과학 문명의 무분별한 남용 등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과 부조리를 고발, 풍자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멍멍 나그네’에서는 저항적 자세가 사라지고 지극히 건전한 자세로 인간 사회의 윤리와 가치를 탐색한다.

또 ‘베쓰’라는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 사회의 원초적 가치와 의리, 보은 같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순수한 행위를 부각시키는데 중심을 둔다. 더불어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동화 구연체 문장을 쓰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 훨씬 친근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는 인간 사회의 가치를 지향하는 작품의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소설은 ‘베쓰의 일기’와 ‘골초 영감’, ‘슈슈 선생’, 이렇게 세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베쓰의 일기’에서는 베쓰와 그 주인들과의 일화를 통해 인간과 동물 사이의 소통문제를 다룬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지배, 피지배의 관계가 아닌 서로 대등한 위치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골초 영감’에서는 주인을 따라 사냥을 나갔던 베쓰가 길을 잃고 만나게 된 쌍둥이 곰 형제 가족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원초적인 자연 환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동물들의 마을을 그리며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세상이야 말로 인간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궁극의 세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슈슈 선생’에서는 베쓰가 쌍둥이 곰 형제와 함께 토끼 선생 슈슈의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는 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이 경쟁 없는 사회에서 천진난만하게 자라주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친근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멍멍 나그네’는 모든 인류가 믿음을 바탕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그린다. 또한 어린이들이 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라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