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이 넘은 나이에 내는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 시인 김현곤은 시선집 ‘귀향의 범종소리’를 통해 오랜 시간을 돌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귀향의 범종소리’는 고향을 그리는 시인의 마음이 간절하게 배어있는 시집이다. 또한 시대적인 이야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집의 목차만으로도 이 같은 면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향은 그 어디 한복판에’, ‘고향 길목마다 길을 막는…’ 등의 시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과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를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시 곳곳에서 유년 시절의 추억과 그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고향을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총알’, ‘도둑과 꽃의 꿈’, ‘1978년 저임금 시대’, ‘아프가니스탄엔 전쟁, 코리아엔 홍수’, ‘1950년대의 두 주검’, ‘하늘마저도 잊으셔도 나는 못 하리’ 등의 시에는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단순한 의미에서의 정치 평론은 아니다.


38년 만에 내 놓은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
현대인들은 모두 실향민…고향=이상향으로

‘귀향의 범종소리’에 대해 김우창씨는 “김현곤 시인의 시의 주체는 ‘귀향’”이라며 “그에게 돌아가는 고향은 현실의 고향이라기보다는 사람이 피안에 또는 차안에 그리는 이상향, 동경의 땅을 말한다. 그는 이 주제로서 그의 시에 일정한 통일성을 부여하려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현곤 시인의 고향은 광산군 서창면으로 지금은 광주시의 일부가 되어 있다. 그간 사회변화 속에서 현실의 고향이 없어졌다는 것.

김씨는 “한국에서는 이제 거의 모든 사림이 실향민이 되었다. 그리하여 고향을 이상향에다 설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김현곤 시인의 고향 생각도 이러한 사정에 관계되는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해방 후 들끓어 오른 혼란과 갈등을 겪고 수많은 사회 변화를 체감한 이들이 ‘돌아가야 할 곳’으로 고향을 꼽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집은 ‘귀향’을 통해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 있다. 시인의 시대 의식이나 주제 의식이나 서사의식은 모든 시들을 하나의 서사적 구조로 끌어들인다. 때문에 시집을 읽다보면 ‘귀향’에 대한 시인의 일관된 생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곤 시인은 “40년의 대학 교직 생활과 전 공 학문에도 충실하려다 보니 창작과 문단활동에 전념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38년 동안 열중해 온 과거의 편린을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을 통해 펼쳐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장미란 기자
시사포커스(www.sisafocus.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