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아버지를 처음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것도 세 살 때 헤어져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를… 15년 만에 아들을 처음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 대화도 제대로 못해본 세 살적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아들에게… <아들>(5/3 개봉)은 이런 이야기를 장진 감독 나름대로 풀어내 보인 영화다. 슬프고 애틋한 얘기지만 장진 감독답게 유머를 빠뜨리지 않고 적절히 분배한 영화는 차분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장진 감독은 소재가 어떤 이야기라 해도 키득거리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재치를 잊지 않는다

‘장진’이라는 이름은 영화의 예고편이 아무리 슬프다 해도 키득거리는 웃음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의 줄거리가 어떻다 해도 그는 억지스럽지 않게 웃음 코드를 배치한다. 물론 어떤 시각에서는 생뚱맞아 보일 수 있는 것들도 있고, 더 폭발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눌러내리는 느낌이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의 영화는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재치가 빛난다.

키득거리게 만드는 재치

그런 재치에 배우 차승원은 퍽 잘 어울려 보인다. 그 또한 울고 있는 얼굴에서도 웃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미지를 만들어왔으니까. 그렇게 감독과 배우가 제대로 손바닥을 부딪친 영화는 이번에도 무난하게 웃음을 이끌어낸다. 물론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들은 이 밖에도 곳곳에 숨어 있다.

웃음을 위한 팁 한 가지. 정말 키득거릴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장면 중 하나인 3D 애니메이션기러기 가족 이야기에서 익숙한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려 반가운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기러기들 중 아버지는 정재영, 딸은 공효진, 삼촌은 신하균이 맡아 짧은 순간이지만 몫을 톡톡히 해냈다. 또한 극중 준석의 옆집 아저씨 목소리로 단 한차례 호통을 치는 유해진도 즐거움에 한 몫을 담당했다.

즐거움이 배어 있긴 하지만 <아들>의 기본 감성은 따스함과 눈물이다. 영화는 그 따스함을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특정 한 사람만의 나레이션이 아닌 중요 인물 모두의 나레이션. 얘기를 끌어가기 위해서나 설명이 필요한 감정과 속내를 모두 나레이션으로 처리했다. 지난 12일 시사회장에서 감독 자신도 그런 나레이션이 너무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갖고 있긴 하지만, 속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문학적 양식을 빌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그런 따스함과 간간히 터져나오는 웃음, 그리고 한 번씩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들에 몰입하게 만든 뒤, 장진 감독의 표현대로 ‘배신감’ 느끼는 결말을 선사한다. 언제나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는 결말을 남겼던 감독답다. “영화적으로 조금 더 가고 싶었다”라고 표현하는 감독의 얘기처럼 영화는 자신의 결말로 인해 독특한 색깔을 갖게 됐다.

정겨운 눈물과 따스함

<아들>은 살인으로 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아버지가 세 살 때 헤어진 아들을 15년 만에 만나 단 하루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다. 그리고 자칫하면 신파가 될 수도 있을 소재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정겨운 부자지간의 사랑을 전해주는 영화 <아들>에는 쥐어짜지 않는 담백함과 따스함, 그리고 웃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