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피제이 하비가 실망스러운 음악을 들려준 적은 ‘Is This Desire?’ 앨범 정도인 것 같은데, 그 앨범을 제외한다면 항상 만족감을 그리고 기대 이상의 음악을 들려주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앨범들 중에서 ‘Stories From The City, Stories From The Sea’ 앨범을 가장 좋아하는 앨범으로 꼽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 앨범을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쉬울 때가 있다.

전작인 ‘White Chalk’에서 느껴졌던 변화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그와 같은 변화와 함께 그 변화를 보다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는 ‘Let England Shake’는 ‘White Chalk’와 같이 마녀 / 유령과 같은 느낌이 드는 그녀의 목소리가 음악의 중심에 있고, 그 목소리와 함께 채우고 있는 음악과 다양한 효과음들은 어떠한 장르와 영향 속에서 자신의 음악을 만들던 이전의 음악에서 자신만의 들려줄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탁한 느낌의 사운드와 속삭이는 듯이 혹은 마녀가 주문을 외우듯이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다양한 성향의 곡들을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고 있으며, 이전과 같이 질러대거나 토해내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녀의 음악을 잘 이해해주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여전히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고,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만족스러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이전의 멋진 앨범들과 같이 이번 앨범도 그녀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힐 것 같고, ‘White Chalk’에서부터 보이고 있는 그녀의 변화가 그녀로서나 그녀의 팬들로서나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기대 이하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변화되면서도 성숙된 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야 말로 지난 1990년대에 등장한 수많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 같다.

참고 :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Stories From The City, Stories From The Sea’ 앨범처럼 이 앨범은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더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의 설명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