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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20320788

영화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덕분에 그동안 잊었던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해서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간간히 TV 시리즈를 보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그리고 영화와 어떤 부분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되짚어가며 감상하게 되었다.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해서 논의한 다른 글에서 이미 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언급했기 때문에 지루하게 반복해서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간단하게 말해서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매력은 아마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전달하기 보다는 기존의 여러 장르들과 그 장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매력들 중 만화적인 단순함으로 반복하면서도 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는 이야기 진행과 구성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각 장르와 소재들이 뒤섞여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스즈미야 하루히 식으로 잘 걸쳐져 있고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평범하고 새로운 것이 없는 듯이 느껴지면서도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까지 끌어들이고 있으니 온갖 것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입체감을 추구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입체감을 만든다고 해야 할까?

또한, 이 작품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스즈미야 하루히라는 등장인물과 그녀에게 항상 끌려다니는 쿈이라는 등장인물이 갖고 있는 차이와 유사성이 이 작품의 매력을 그리고 현실에 대한 은유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주요 등장인물인 스즈미야 하루히는 항상 기상천외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을 그리고 순간을 찾고 있다(혹은 만들고 있다). 그녀는 반복되는 일상을 혐오하고 언제나 특이하고 이상한 상황을 찾고 있거나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녀와 반대로 일상을 즐기고 그 일상이 만들어내는 삶에 대해서 예찬하는 쿈은 엉겹결에 스즈미야 하루히와 함께하며 그녀를 관찰하고 평가하면서 그녀가 만들어내는 황당한 사건들에 난감해 하고 궁시렁 거리며 그녀에게 끌려다닌다.

일상에 함몰된 그리고 함몰되기를 원하는 쿈과

일상에 냉소하고 끔찍해 하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비교되는 모습은 반대되는 모습이기 보다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 중 한쪽의 모습만을 강조하며 보여주고 있다. 항상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그리고 지루하지만 변화 없는 안정감을 좋아하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쿈은 보여주고 있고, 그가 노래하는 일상의 아름다움과 그 소소한 매력들을 우리들 또한 일상을 통해서 그와 같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스즈미야 하루히가 느끼는 그 일상의 끔찍함 또한 우리는 일상의 지긋지긋함에 대해 고백하고 토로하면서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항상 우리는 일상에 젖어 살고 있고 그 일상에 감미로워 하면서도 그 일상이 만들어내는 지루함과 무기력함에 짜증스러워 하고 있기도 하다. 그 이중적인 성향을 두 등장인물은 잘 표현하고 있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화합과 긴장이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이 긴장감은 일상에 지겨워하는 스즈미야 하루히가 (본인의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내는 온갖 황당한 사건들과 상황들 그리고 그녀의 주변 인물들로 인해서 더욱 인상적이게 된다. 그녀는 지루한 일상에 대해서 혐오하지만 정작 본인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그리고 자신의 특별함으로 인해서 자신의 주변에 얼마나 일반적이지 않은 존재들로 가득한지를 깨닫지 못한다. 그 기묘한 역설과 함께 한없이 일상이 주는 매력을 노래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특별함과 독특하기만 한 상황에만 빠지게 되는 쿈의 대비는 이 작품이 만들어내는 두 번째 그리고 첫 번째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또다른 매력일 것이다.

그러한 역설과 아이러니로 가득한 구성(그리고 쿈의 다양한 궁시렁과 스즈미야 하루히에 대한 언급과 평가들) 속에서 온갖 장르의 영향 아래에 있는 이야기들은 새로운 것 없는 작품이 새롭게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고, 신선함 없는 작품이 신선함으로 가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보았던 수많은 작품들을 쌓아두고 ‘잘라내기 -> 붙여넣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등장인물들과 줄거리들은 익숙하게 느껴지면서도 변화무쌍하고 매력적이다.

복제와 덮어씌워져 있기만...

원본 없는 복제만으로 이뤄져 있으면서도 원본 이상의 독자성을 획득하고 있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매력과 독창성은 단순히 열광적인 팬들만 이 작품에 대해서 논의하기에는 접근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이 작품에 대해서 옹호하고 환호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고,

이런 이유로 이미 보았던 1기를 다시 찾아보게 된 것 같고,

아마도 보려고 할 생각이 없었던 2기도 찾게 될 것 같은 이유인 것 같다.

아마도 이게 내가 느끼고 있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 대한 ‘모에’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는 조금은 다른 ‘모에’를 느끼지 않을까?

당신이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당신의 ‘모에’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