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영국작가 이시구로 가즈오의 원작 [나를 보내지 마]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크 로마넥이 2001년작 ＜스토커＞이후 9년 만에 만든 영화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단절된 기숙 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린다.

여느 시골 학교와도 같이 평온해 보이지만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차단된 '헤일셤'. 어느 날 루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들이 인간의 장기 이식을 위해 복제되어 온 존재라는 것이다. 선생님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존재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여러 걸작 뮤직 비디오를 발표하며 새로운 영상 감각을 선보이리라 예상되었던 마크 로마넥은 영화를 통해서는 자신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을 자제하고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에 보다 집중하는 작품을 만들어냈고, 이번 ‘네버 렛 미 고’ 또한 빼어난 영상 감각을 자랑하기 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 그리고 고민들에 보다 집중을 하고 있다.

빼어난 영상 감각을 자제하고 이야기와 감정의 흐름에 집중한다는 것에 뭐라 불평할 이유는 없겠지만 아쉽게도 그의 작품에서는 그런 접근이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접근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원작을 각색한 ‘네버 렛 미 고’는 국내에도 원작이 번역되었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지만 원작을 읽은 이들은 대부분 영화가 원작이 담고 있는 많은 것들을 담아내는데 실패한 것 같다는 평가를 하게 될 것 같다. 원작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이런 섣부른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영화 자체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복제인간과 그들을 통한 장기이식

그리고 이로 인해서 짧은 삶을 살아가는 복제인간들에 대한 존엄성과 윤리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네버 렛 미 고’는 소재에서는 이미 기존의 여러 공상과학 작품들을 통해서 접했었던 주제이기 때문에 큰 신선함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서 그리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인상적인 느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은 주제에서는 이미 여러번 다뤄졌던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 접근 방식에서는 색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 복제인간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갈망과 같은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주제를 1960년대부터 19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내용이 다뤄지고 있는데, 미래를 배경으로 해야 하는 주제와 내용을 갖고 지금 현재와 과거를 배경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느낌을 갖게 만들기는 하지만 이런 접근이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는 애매한 느낌을 갖게 된다.

바로 지금 이와 관련된 주제를 갖고 논의들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보다 설득력을 갖도록 만들려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하고, 그런 설정이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반대로 오히려 더 황당한 설정이라는 생각에 설득력을 잃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원작 소설은 이런 문제점을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진행했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영화는 그것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이 작품을 보았기 때문인지 오히려 그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좌절 그리고 삶에 대한 갈망에 거리감만 갖게 되는 것 같았다. 내 자신이 너무 매정한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토미의 서글픈 외침에 별다른 생각을 갖게 되지는 못한 것 같다.

영화의 대부분은 폐쇄적인 기숙사에서 지내는 케시와 루스 그리고 토미가 어떻게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고,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설명과 함께 일상생활을 학습한 그들이 기숙사 바깥으로 향해서 삶을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장기를 제공하며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고, 그 짧은 삶 속에서 사랑을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네버 렛 미 고’는 인상적인 소재이기는 하지만 부족한 설명들로 인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호하게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삶에 대한 갈망 보다는 게시와 루스 그리고 토미의 엇갈리는 감정들에 보다 집중하게 되는 것 같고, 작품의 진행 과정에서 간간히 논의되는 복제인간의 삶과 삶에 대한 애착은 부분적으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말미에서 다뤄지고 있는 루스와 토미의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상들을 다루는 것에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마크 로마넥은 하나의 장편 영화를 만들기에는 아직까지도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 것 같고,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고독과 정서를 표현하는 것에는 일정 부분만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장면을 만드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그것을 이어지게 만드는 것에는 실패하고 있고 다양한 주제와 감정을 하나의 영화에 담아내는 것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져 자신의 슬픔을 독백을 통해서 들려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뭔가 어정쩡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원작 자체가 영화로 만들어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영화만 본 사람으로서는 뭔가 어긋나기만 하고 부분적으로만 채워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애초부터 마크 로마넥이 만들었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하지 않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는 능력이 부족한지는 몰랐다. 아쉬운 재확인과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원작에 호감을 갖고 있던 팬들이 갖게 될 것 같은 아쉬움은 없을 것이니...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 같다.

그들의 사랑도

그리고 엇갈림도

게다가 생명에 관현 존엄성과 삶에 대한 열망도

그 어떤 것도 담아내지 못하고 그저 마지막에 눈물 흘리는 케시의 모습만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아쉽게도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이 지독할 정도로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 눈물의 의미는 깨닫지 못하게 영화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더욱 큰 것 같다. 그녀의 눈물만큼이나...

참고 : 복제인간과 장기이식에 대한 작품이지만... 불법 장기 밀매가 성행하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조금은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