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들이 아직도 앨범을 발표하고 있냐고 되묻게 되어버릴 정도로 잊혀지게 된 존재가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한때 그들의 음악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에는 가장 각광받는 음악을 들려주던 밴드였고, 많은 이들이 주목하던 밴드였다.

그들의 음악은 1990년대 초반 큰 관심을 끌었고 부흥했던 노이즈 록에 영향 아래에 있으면서도 펑크의 직설적인 성향에 일정 부분 기대고 있는 음악이었고,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미니멀리즘의 음악을 들려주었었다. 물론, 여기에 보컬 레티샤 사디에르의 프랑스 발음의 영어와 프렌치 팝의 영향이 가미되면서 보다 달콤한 요소가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은 단순 무식(펑크)하고 과감하기만(노이즈) 한 음악만이 아니라 보다 묘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쉽게 말한다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과는 또다른 방식의 몽환성을 만들어낸다고 해야 할까? 막나가는 음악이기는 했지만 거기에 뭔가가 더 덧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음악에 맑스(마르크스)주의 성향의 가사까지 더해지면서 그들의 매력 그리고 독특함은 보다 견고하게 되었고 열광하는 팬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이들의 이런 초기의 음악 성향은 그들이 발표했던 1990년대 초반 그리고 중반까지의 앨범들을 들어보면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당시 발표된 앨범들 대부분과 편집 앨범들까지 만들고 발표했던 것들마다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에 발표한 정규 앨범이나 편집 앨범들이나 완성도의 차이는 크게 찾아볼 수 없으며, 앨범의 구성이나 곡들의 구성도 대부분 비슷하면서 약간씩의 차이와 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을 뿐이라 어떤 것들을 들어도 그들이 어떤 음악을 들려주려고 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음악을 들려주던 그들이 음악적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부터였고, 당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던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포스트 록에 영향을 받는 앨범들을 만들어내면서 그리고 그런 흐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양대 산맥이라고 평가되는) 존 맥킨타이어와 짐 오루크가 그들의 앨범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들의 음악은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과 같은 밀어붙이는 방식의 음악이 아닌,

귀를 사납게 만들려고 애쓰던 노이즈가 아닌,

포스트 록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프렌치 팝의 영향을 보다 더 강조하고,

기타와 신시사이저로 만들어내던 노이즈를 다양한 사운드와 소리들로 채워 넣으면서,

이전과는 달리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대해서 수긍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결과물로서는 이전의 작업들이 더욱 뛰어났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들의 변화로 인한 뚜렷한 결과물도 없고 다른 포스트 록 밴드들에 비해서 큰 인상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전히 포스트 록 적인 방식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고, 나쁘지 않는 평작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전과 같은 짜릿함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고, 지속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으로 인한 존중과 관심만을 갖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중요한 밴드이고 1990년대와 2000년대 까지 인디 록의 가장 중요한 음악적 흐름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굵직한 앨범들을 꽤나 많이 발표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신들만의 (음악적) 실험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