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3045087

음악적인 취향만 놓고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백인 음악 위주의 취향이지 흑인 음악에는 도통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 것이 백인들의 음악이고 어떤 것이 흑인들의 음악인지에 대해서 지루하고 편파적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누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음악들이 어떤 음악들인지 경험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흑인들의 음악으로 대표되는 재즈나 블루스, 힙합과 R&B와 같은 음악들 중 블루스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있고, 재즈는 관심만 있을 뿐이지 요즘 많은 이들이 즐겨 듣는 힙합과 R&B 및 기타 음악들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고 있고, 유명한 혹은 많이 언급되는 앨범들만 의무적으로 들을 뿐이지 열심히 찾아 듣지도 않고 크게 흡족한 앨범도 몇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최근에 인기를 끄는 흑인 음악 장르들은 앨범 보다는 싱글로서의 매력이 더 큰 것 같다는 지극히 편협한 생각이 혹은 고정 관념이 너무 큰 것 같다.

그렇게 무시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던 음악들이었는데, 이번에 들은 카니예 웨스트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한마디로 뭔가 얻어맞은 느낌이 들 정도로 놀라운 앨범이고 듣고 있는 내내 압도당하는 느낌의 앨범이었다.

이런 느낌의 앨범을 들은 적이 얼마만이던가...

게다가 일반적으로 이런 놀라움을 안겨주던 음악들이 아닌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이렇게 놀라움을 안겨주다니... 말 그대로 의외였다.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은 애초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의 음악이 매력적이고 듣기 좋은 힙합 / 팝 음악이라는 것은 이미 (그리고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세 번째 앨범 ‘Graduation’을 정점으로 다음에 발표한 ‘808s & Heartbreak’ 앨범이 밋밋하고 조금은 이전과 같은 놀라움을 안겨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대로 점점 잊혀질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으로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말 그대로 의외였고, 입을 다물 수 없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앨범이었다.

개인적으로 카니예 웨스트의 ‘Graduation’ 앨범에 대해서 좋게 평가하면서도 어쩐지 지나치게 백인들의 음악 취향에 혹은 그들의 장르에 관심이 기울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게 생각되었었고, 그것이 어떤 특정한 의도보다는 상업적인 고려로 인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은 앨범이면서도 뭔가 힙합이 갖고 있는 핵심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웠었는데,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그 우려가 그저 우려일 뿐이고 불필요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앨범이었다. 그리고 카니예 웨스트가 얼마나 거대한 목표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안겨주게 되었다.

분명, ‘Graduation’ 앨범은 그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오해하게 만들거나 잘 못 이해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멋진 성취가 가득한 앨범이었다. 그리고 그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을 통해서 자신이 관심과 비전 그리고 목표에 대해서 보다 뚜렷한 결과물을 제시하고 있고, 그 결과물인 이 음반을 듣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충분히 그의 의도에 공감하고 놀라움에 빠져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 앨범을 경험하면서도 여전히 그의 의도에 불만을 혹은 우려를 갖고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빼어난 앨범이다.

그는 이전 ‘Graduation’ 앨범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음반을 만들어낼 것인지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보다 더 응집력 있고 완결된 구성을 갖고 있는 앨범으로 만들기를 원한 것 같고,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앨범은 보다 더 완결된 구성과 앨범으로서의 응집력을 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싱글로서의 개별적인 곡들로서의 매력은 ‘Graduation’ 앨범에 비해서 적어질 수 있기는 하겠지만 앨범이 갖고 있는 존재감과 위력은 보다 더해지만 하고 있다. 다만, 그 위력이 힙합 앨범으로서 납득되기 보다는 록음악적인 방법론으로서 이해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에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

이전에 다른 (탁월한) 힙합 앨범들이 보여주었던 제안들과 제시들이 미래지향적이거나 복고적이거나 혹은 새로운 방향을 제안하고 제시하는 예언적 성향의 앨범들이 많았었고, 그런 앨범들이 각광을 받았다면 카니예 웨스트의 이번 앨범은 그런 예언적인 제안과 제시와는 조금은 거리감을 갖고 있는 앨범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기에는 그가 내놓는 결과물은 보다 교향곡과 같고, 하나의 주제에 맞게 곡들을 구성하는 록음악의 고전들처럼 ‘서사’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건 어떤 제안과 제시 그리고 예언과는 다른 하나의 완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장인의 방식일 것이다.

그런 방법론 적인 그리고 방향적인 차이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다른 힙합 앨범들과는 다르게 유달리 백인 음악들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의 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힙합 혹은 흑인 음악들은 특별히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의도에 맞는 방식의 음악들을 선보였던 록음악들에 보다 관심을 보이게 되었던 것 같다.

다프트 펑크를 초빙했던 전작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킹 크림슨과 본 아이버와 같은 힙합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들의 음악들이 도드라지게 담겨져 있고 그런 음악들을 끌어들여 힙합이 록음악과 같이 일관된 주제와 서사를 담아내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왜 그렇게 그것에 몰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뤄내고 있고, 이를 통해서 힙합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진귀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에 수록된 개별적인 곡들의 매력에 대해서 말하기 보다는 그 곡들의 연결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응집력에 대해서 더 말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응집력은 올해 발표한 앨범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 같고, 밴드로서의 응집력을 최대한 선보였던 아케이드 파이어의 앨범처럼 빈틈없이 만들어져 있다.

힙합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거대해질 수 있는지 그는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으로써 애초에 힙합이라는 음악이 담고자 했던 혹은 힙합의 원형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지도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그게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카니예 웨스트가 추구한 목표를 이후에도 따르는 이들이 있을지도 솔직한 마음으로는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의문스러움과 모호함을 넘어서고 있는 아름답고 뒤틀린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고, 이를 통해서 힙합이 거머쥘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탁월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환호하고,

누구나 열광할 자격이 있는 앨범이다.

참고 : 몇몇 사람들이 이 앨범이 담고자 하는 거대함에 조금은 뜻모를 의문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요즘과 같은 각각의 곡들을 다운로드하는 세상에서 서사와 앨범으로서의 완결성을 내세우는 (힙합) 앨범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고, 고전 록들이 보여주었던 주제와 일관성에 무리하게 집중했던 과거에 대한 좋지 않은 결론들을 환기시키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음악에 지나칠 정도로 열광을 했던 사람들이고 그런 의문과 부정은 일정부분 자기부정과 관련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