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www.kbs.co.kr/2tv/enter/sherlock/episode/index.html

되도록 TV에서 방영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EBS 제외) 국내에서 방영되고 있는 외화 시리즈들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있었고, 사람들이 자주 떠드는 미드나 영드 혹은 일드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을 뿐인데, 자주 방문을 하고 있는 블로그를 통해서 이번에 KBS에서 ‘셜록 홈즈’와 관련된 최신 TV 시리즈가 방영된다고 해서 조금은 관심을 갖게 되어 시청을 하게 되었다.

월요일 새벽 00시 25분에 방영을 해서 무슨 생각으로 그런 황당한 시간에 방영을 하는지 추측하기도 싫었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서 커피나 잔뜩 마시고 감상하게 되었다.

시청한 다음의 소감은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고,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작품이었다는 상투적인 말로 칭찬하고 싶은 꽤 흡족한 작품이었다.

새로운 셜록 홈즈에 대한 TV 시리즈는 가이 리치가 감독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셜록 홈즈’ 덕분에 그것과 연관된 TV 시리즈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 같지만 영국 BBC에서 제작된 TV 시리즈 ‘셜록’은 그것과는 전혀 무관한 작품이고 코난 도일의 원작에서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최근의 수사물 관련 TV 시리즈(‘CSI’나 그와 유사한 기타 시리즈들)에 보다 많은 영향을 받은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더 간단하게 말해서는 등장인물들은 원작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것 이외에는 21세기라는 시대적 감각을 최대한 반영한 이야기로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결과는 불만보다는 호감이 크다.

앞서 말했듯이, 21세기식의 셜록 홈즈에 대한 첫 인상은 홈즈가 최근의 (전자) 기술 문명에 대한 기민한 관심과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이고, 근대 초기를 배경으로 했던 원작의 배경과는 많이 달라진 분위기와 풍경의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언급했듯이 최근의 수사물 관련 TV 시리즈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지 보다 작품의 진행에 속도감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것은 단순히 감각적인 영상과 편집을 통해서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이야기의 진행 방식으로도 만들어내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인 셜록과 왓슨이 원작과 (약간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원작에서는 직접적으로 그들의 나이 차이를 언급한 적은 (아마도) 없었어도 어느 정도 비슷한 연령대라는 점을 느끼게 만들었다면, TV 시리즈 ‘셜록’에서는 셜록은 보다 젊게 묘사되고 (보여주고) 있고, 왓슨이 보다 노쇠한 인물로서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서 그들이 서로에 대해서 차이를 느끼거나 충돌을 하도록 유도한다.

원작에서는 조금은 현실감이 없는 느낌의 셜록 홈즈를 왓슨을 통해서 현실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시키고 있다면, TV 시리즈는 차갑고 괴팍한(물론 원작도 이런 이상 성격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리고 인간관계에 서툰(혹은 관심이 없는) 셜록과 대비되는 왓슨에서 머물지 않고 보다 직접적이고 단호한 행동을 하거나 세대 차이를 느끼게 만드는 방식을 통해서 그들의 거리감을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의 변화는 아마도 현재의 영국의 모습을 혹은 관심을 일정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젊은 세대들이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 폰이 만들어내는 가상현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만 있을 뿐이고, 인간관계와 누군가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 대해서는 매우 서툰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대한 은유로서의 셜록 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 부족한 부분을 왓슨이라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존재를 통해서 채우고 있다는 혹은 셜록의 날카로운 부분을 감싸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이런 생각은 셜록이 언젠가는 철이 들기를 바란다는 레스트레이드 경감의 대사를 통해서 보다 직접적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 폰으로 대표되는 최신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셜록’은 여전히 오만방자하고 영리하지만 세상과 좀처럼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는 셜록 홈즈라는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고, ‘악’을 처단하는 것에 보다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셜록 홈즈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등장하는 왓슨을 통해서 변해버린 영국의 풍경과 함께 더욱 뒤틀려진 현대 사회와 범죄 그리고 그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와 잔혹함을 반영하고 있다.

총 3개의 에피소드만이 만들어져서 조금은 짧게 느껴지기는 하겠지만 기대 이상의 성공으로 새로운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기대가 되고 있고, 원작의 팬들이 조금은 실망스러운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환호할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첫 번째 에피소드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새로운 작품들이 구성되고 약간씩의 차이들을 만들어낼 것 같은데, 설정들은 마음에 드니 얼마나 그리고 언제까지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가 관건인 것 같다.

참고 : 1. 원작과는 변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동성애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만들어내는 유머는 이 작품이 어떤 시대 속에 있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2. 셜록은 자신이 ‘비사회적 정신병환자(sociopath)’ 라고 자기 자신을 진단하고 있다. 농담과 진담을 섞어서 말하기는 하지만... 그러기에는 진실된 느낌이었다. 혹은 적절한 판단이었다. 어쩐지 셜록 홈즈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충분히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다. 그게 매력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3. 모리어티 교수에 대한 언급은 첫 번째 작품부터 등장한다. 영화도 그렇지만 일종의 대립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고, 최대한 활용하려고 머리를 쓰는 것 같다. 근데, 그게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