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갔을 때다. 기막힌 무대 세팅과 배우들의 열연에 정신을 반쯤 놓아버릴 무렵, 누군가 급히 옆 좌석으로 달려와 앉았다. 어찌나 소란을 떨면서 들어오던지 그 바람에 의자 손잡이에 올려두었던 음료수가 쏟아졌다. (일부 공연 장소에서는 자체 판매하는 음료수는 반입이 가능하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밀려왔지만 다행히 많이 쏟아지지는 않았기에 ‘급한 사정이 있었겠지’라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금 황홀한 공연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분 나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아닌가.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담배 냄새 같기도 하고 돼지 갈비 냄새 같기도 한데?’
공연이 시작된 지 20분 만에 착석한 그 아저씨의 몸에서는 비릿하고 쾨쾨한 냄새가 났다. 아마도 돼지 갈비와 소주 한잔으로 저녁 식사를 한 뒤 식후 담배를 몇 대 피우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 모든 냄새들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간만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내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10분, 20분, 30분……. 시간이 지날수록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가능하다면 공연 관계자에게 ‘저 아저씨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니 어떻게 좀 해달라’고 떼를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앞 좌석의 아줌마는 커다란 코사지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어서 내 시야의 반을 가렸다. 어떻게든 공연을 보기 위해 그녀의 움직임과 반대로 계속 고개를 움직이다 보니 어깨가 뻐근하고 두통이 일었다. 결국 그날의 공연은 그렇게 암울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문화생활의 한 부분으로 다양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공연 매너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몰상식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떻게 공연을 봐야 하는지, 어떤 복장으로 공연장에 들어서야 하는지, 언제 공연장에 도착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공연장에서는 엄연히 별도의 매너가 필요하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오늘 한번 즐겨보자’는 식으로 덤벼들면 망신을 당할 수도 있고, 간만의 문화생활로 들뜬 타인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줄 수도 있다.

언제 도착해야 할까?

공연장에는 관람 시작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고, 늦어도 10분 전까지는 입장을 완료해야 한다. 영화관에서는 늦게 도착해도 입장이 가능하지만, 기타의 공연 장소들은 지각을 할 경우 입장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늦었을 경우 휴식 시간이나 막과 막 사이 조명이 잠시 꺼졌을 때만 극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제한적으로 입장할 수 있다. 우선 아무 빈자리에 앉았다가 휴식 시간에 지정석으로 옮겨야 한다. 공연이 시작한 뒤에는 더 좋은 빈자리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절대 이동해서는 안 된다. 공연 시작 후에 자리를 옮기는 행위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공연자와 모든 관객들에 대한 모욕과도 같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작품은 관객의 관람 수준에서 시작된다는 것, 반드시 기억하자.


 

공연장에서의 베스트 드레서

원칙적으로 공연 관람 시 특별히 요구되는 의상은 없다. 하지만 공연장을 즐겨 찾는 사람들은 안다. 우아한 스타일의 정장이나 원피스가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드레스 코드라는 것을. 만약 공연이 발랄하고 경쾌한 스타일이라면 캐주얼 차림이 더 어울릴 수 있겠지만, 클래식한 타입의 공연이라면 격식을 차린 복장이 알맞다. 다만 파티장에 온 듯 지나치게 화려한 복장이나 부피가 큰 액세서리, 모자 등은 다른 관객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관람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공연 관람에서 의상보다 중요한 것은 냄새다. 어떤 냄새를 품고 공연장으로 향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진한 향수나 화장품 역시 이날만큼은 피하자. 자신은 잘 못 느낄 수 있지만 주위 사람들은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괴로울 수 있다. 담배 냄새, 진한 음식물 냄새 역시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