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시성(Province of Shanxi)의 펜양에 있는 한 조그만 마을의 선전가무단의 변화해가는 모습을 통해 80년대의 중국 사회를 들여다 본 작품.”

‘소무’를 통해서 동시대의 다른 감독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중국을 바라보며 겁없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아 장 커는 지금도 여전히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중국이 보여주려고 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중국을 바라보고 있고, 그 자신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그리고 기억하는 중국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작품 ‘플랫폼’은 그가 어떤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이었는지를) 서서히 그리고 느릿하게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고 조금은 긴 상영시간(3시간)동안 그들은 미처 몰랐겠지만 이후를 생각한다면 엄청나고 거대한 변화를 젊은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변화되는 세상에 적응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심심하게 시작해서

심심하게 끝을 맺는...

뚜렷한 결론도 그렇다고 시원한 끝맺음도 없는 이 투박한 작품에 많은 이들이 환호하지는 않겠지만 사실적인 화면과 연기를 하는 것인지 일상을 담아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연출과 연기 속에서 지아 장 커는 중국에 어떻게 변화가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되짚어보고 있다.

뚜렷한 목표 없이 대도시의 유행을 쫓으며 하루 하루를 무료하게 살아가던 젊은이들의 모습을 거짓없이 보여주고 있고, 그들은 낡은 집들과 오래된 건축물들 사이에서 사랑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끊김 없이 보여주기 보다는 그들의 삶의 궤적과 일화들을 하나둘씩 모아내고 있는 것 같은 ‘플랫폼’은 때로는 지루한 듯 하고, 때로는 공허한 것 같은 이야기 속에서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의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낡고 낙후된 환경이 조금씩 변화를 보이게 되는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얼마나 조금씩 그들이 변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무료하고 때로는 심심하게만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과

그 모습들 속에서 엿보이는 불만과 분노 그리고 허탈함과 공허를 지아 장 커는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고, 영화적 연출과 사실을 담아내는 과정을 뒤섞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방식의 작품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들은 작품을 끝까지 보기가 매우 힘겨운 과정이겠지만 그래도 그 지루함을 참아내게 된다면 작품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변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잊혀지고 있거나 숨기기만 하고 있는 과거의 모습을 그리고 변화의 과정을 다시 한번 되새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라는 것이 단지 중국에서만 일어났던 은은하고 격렬한 변화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런 변화가 이뤄졌었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의 앞선 세대는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지아 장 커는 이처럼 바라보기를 혹은 생각하기를 꺼려하는 그 곤혹스러운 과거를 그리고 숨기고 가리기만 하는 현실을 들춰내고 끄집어내려고 애쓴다. 그의 이런 작품 활동에 대해서 불만스러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큰 의미를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숨기려고만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갖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