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실험 도중에 발생한 돌발 사고로 끔찍한 모습의 파리 인간이 되어버린 과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 SF.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를 투자했고 각본도 특별히 제임스 클라벨(James Clavell)을 고용해서 쓰도록 맡겼다. 클라벨은 1970년대 후반에 베스트셀러 소설 <쇼군(Shogun)>을 쓴 사람이다. 이 영화는 1986년에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가 리메이크한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은 대부분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리메이크 작품을 더 많이 떠올리겠지만 1958년에 발표한 커트 뉴먼의 원작도 지금 본다면 조잡하게 느껴지는 특수효과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바라본다면 매우 알찬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고전을 찾아내서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은...

데이빗 크로넨버그 작품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하며 볼 필요는 없었고, 원작이 담고자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어서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천재적인 과학자가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였지만, 몇가지 문제점으로 인해서 실험을 거듭하던 중 생명체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실험하지만 이로 인해서 우연히 함께 이동 된 파리와 유전자가 뒤섞여 파리 인간이 되어버리고 자신의 실험에 후회를 하고 자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당시로서는 조금은 충격적인 내용을 미스터리와 회상을 통해서 접근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보다 충격을 적게 받을 수 있도록 진행시키고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지만 누구나 거부감을 갖고 있는 ‘파리’를 통해서 공포감을 보다 극대화시키고 있고, 무분별한 실험과 윤리적 / 도덕적 한계 없이 진행되는 과학기술에 대한 경고를 담아냄으로써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도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작품은 공상과학 영화이면서도 첨단 과학 기술이 갖고 있는 진보성과 미래지향성에 대해서 환호하기 보다는 근심어린 시각을 갖고 있고, 명쾌하고 간결한 이야기 진행과 함께 과학기술이 갖고 있는 강력함에 대해서 큰 불안감을 갖고 있다.

아마도 작품이 발표된 1950년대 후반이라는 시기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핵폭탄과 냉전으로 인한 공포와 함께 기술 발달로 인해 갑작스런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 맞물려서 이에 대한 불안감과 피로감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급격한 변화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학기술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시각, 이로 인해서 갖게 되는 도덕적 / 윤리적인 입장에 대한 요구가 겹쳐져 있는 것 같다.

결국 ‘플라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데, 이 작품의 시각이 당시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피곤함과 곤혹스러움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큰 변화는 피로를 만들고, 그 피로는 정체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일에 보다 몰두하는 안드레와 반대로 보다 가정적인 그의 형 프랑소와의 차이와 함께 그들 사이에 놓인 안드레의 아내 그리고 그의 아들 까지 보다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즐기기 보다는 과학기술이 갖고 있는 혁명 / 진보성과 그 진보 / 혁명성에 대한 경고 그리고 그 경고를 보수적이고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전달하고 있는 작품의 성격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되고 그것을 갖고 여러 생각을 펼치도록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영화는 고전이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시각은 지금 현재도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