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주인공 소 인터뷰 ㅋㅋ
기리아 2010.10.26 16:45:58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소‘먹보’를 만나다!
- 안녕하세요? 우선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서 주연을 맡으신 것 축하 드립니다. 이미 배우로서 많은 작품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전작 소개 좀 해주세요~
: 음메~~ (느릿느릿) 감사합니다! 데뷔 이후 10여 년간 드라마 ‘해신’, ‘토지’, 영화 <음란서생>, <천군>, <혈의 누> 등 수많은 전쟁 영화, 농촌 드라마, 사극에 출연을 했지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기억하기가 힘드네요.
- 다른 소에 비해서 상당히 개런티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전 배우라 업계 사정까진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싸움소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몸도 좋고, 뿔도 멋있고,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일단 외모가 받쳐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촬영을 많이 해봐서 사람들과도 금새 친해지고 조명 같은 것에도 크게 놀라지 않거든요. 카메라 돌면 저절로 연기 본능이 생기는 면도 감독님들이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그 외에 트럭에 스스로 타고 내리기, 좁은 길에서도 뒷걸음 치기 등의 특기도 있답니다. 임순례 감독님은 저의 풍부한 표정 연기에 반했다고 하더군요.
- 그렇군요.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서 한수 역할을 맡으셨는데, 어떤 캐릭터인가요?
: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홧김에 소를 팔러 나선 노총각 시인 김영필과 7년 만에 재회한 옛 애인 현수공효진과 의뭉스러운 소 한수(먹보)의 사연 많은 7박 8일 여행을 다룬 영화로, 저는 그 의뭉스러운 소 ‘한수’ 역할을 맡았습니다. 주인 선호가 부모님 구박에, 옛 사랑과의 재회에 괴로워하는데 묵묵히 그의 옆을 지키면서 여행의 동행자가 되어주는 역할입니다. 물론 눈치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 주인의 속을 썩이기도
하지요. (웃음)
- 임순례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출연 분량도 많아서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 임 감독님은 보기와는 다르게 정말 디테일하고 완벽주의자더군요. 에피소드 하나 말씀 드리자면, 앉기 싫은데 앉은 장면을 찍어야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도 꽤 고집이 있는 황소 아니겠습니까. 2시간 동안 버티다 결국 제가 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꽤나 멋진 장면이 나왔더군요. 촬영 스케줄 때문에 밥도 제시간에 안 줘서 힘들었어요. 게다가 한참 달게 자고 있는 새벽에도 촬영해야 한다고 깨워대서 임감독님 정말 미웠습니다. 제가 째려보는 걸 아셨는지, 미안하다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과를 먹여 주시더라고요. 인터뷰 보니까 제가 감독님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하시던데 그런 건 아니에요.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 같이 연기한 배우 김영필 공효진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 우선 김영필씨는 처음에 저를 좀 무서워했어요. 제가 엉덩이가 좀 예민한데,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엉덩이를 쓰다듬어서 어찌나 놀랬던지! 순간적으로 걷어차버렸는데, 나중에 멍이 심하게 들었더군요. 미안하다고 얘기했는데, 알아 들었을까요? 음메~~
효진씨는 정말 예뻤어요. 동물과 친하다고 하던데, 처음부터 겁 없이 저를 막 쓰다듬더라고요. 시간이 날 때마다 맛있는 풀도 뜯어 주고 제가 좋아하는 사과도 챙겨주고 했답니다. 제 변덕에도 잘 참고 기다려 주었지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게 있을까?
: 서울 한복판에서 촬영했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서울에 여러 번 와본 적이 있지만, 영화 촬영 한다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좀 놀랐어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똥을 싸는 실수를 하고 말았죠. 또 하나는 바다에 갔던 장면이에요. 바다는 태어나서 처음 가봤는데, 탁 트인 바다에서 주인공과 산책하는 장면이 너무 예뻤던 것 같아요. “전 세계를 통틀어서 바다 구경 하는 소는 너밖에 없을 거다”라는 대사가 정말 맞는 것 같아요.
- 근데 아까부터 뭘 그렇게 오물거리시나요?
: 아, 예… 아까 점심에 먹은 여물을 되새김질 하느라. 제 습관이자 취미가 되새김질 이거든요. 제가 시도 때도 없이 되새김질 하느라 스태프들이 고생이 많았을 거에요. 어느 날은 임 감독님이 화가 나셨는지 제 입 속에 손을 넣어 여물을 빼기도 하셨어요. 이래저래 제가 속을 많이 썩여드렸네요.
-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한수(먹보)의 의미는 무엇인가?
: 영화에서 한수는 불교적인 상징으로 ‘수행’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저와 함께 여행을 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을 찾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수행입니다. 또한 선호의 절친한 친구이자 현수의 남편이었던 죽은 친구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과거의 아픔을 주고받았던 세 친구가 여행을 동행하면서 미움, 원망의 감정을 털어버리는 것이죠. 아니면 여행을 통해서 선호의 친구가 된 한수 자체로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 말씀?
: 다들 저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으신데 극장에서 직접 보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10년 동안 살면서 가장 멋진 경험이 된 것 같아요. 극장에서 만나요~
음메~~
